무등일보

<기고>'마음이 지워지는 병'을 마주하며

입력 2020.10.26. 17:25 수정 2020.10.26. 17:25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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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정 광주 서구 치매안심센터장
박해정 광주 서구 치매안심센터장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등장하는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적이 있었다. 할머니는 특정한 상황에서만 치매 증상이 발현하여 해학적인 장면과 반전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치매는 결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때, 나를 알아보지 못할 때의 슬픔은 도저히 말로 형용할 수 없다.

치매는 후천적으로 기억, 언어, 판단력 등 여러 영역의 인지 기능이 감소하여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임상증후군을 말한다. '없애다(de)', '마음(ment)을', 병(ia)이 결합한 dementia, 말 그대로 '마음이 지워지는 병'이다. 마음이 지워지면서 자신조차 사라지는 인간의 존엄과 관련된 중대한 병이다. 그런데도 치매 발병 이후에 퇴행된 뇌세포를 되살리는 치료방법은 아직까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치매는 예방과 초기 단계의 치료가 중요하다. 이러한 정책목표를 추진하기 위해 전국에 치매안심센터가 설립되었다. 그러나 많은 주민들이 치매안심센터를 일반 의료기관으로 혼동하며, 그 기능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치매안심센터는 ▲치매조기검진 사업 ▲치매예방 및 인지강화 교실 운영 ▲치매환자 쉼터 운영 ▲치매 안심마을 조성 ▲치매치료관리비 및 조호물품 지원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공공의료기관이다.

광주 서구치매안심센터는 치매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하여 전국 최초의 치매테마공원인 '오매불망 힐링파크'를 풍암생활체육 공원 내에 마련하였다. 치매어르신과 가족들을 위한 가을운동회, 리마인드 웨딩촬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치매예방과 치료에 큰 호응을 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상무2동을 치매안심마을로 지정하고 인근 공원 내에 치매안심파크를 조성하였다. 여기에 지역 상가와 함께 하는 치매안심프렌즈를 운영 중에 있다. 치매안심프렌즈는 다양한 지역사회의 주체가 동참하여 배회하는 치매환자를 보호 및 신고하는 지킴이 역할을 수행한다. 치매환자와 가족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치매 친화적인 사회문화를 조성하고 지역사회와 유기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또 위드 코로나 시대에 발맞추어 비대면 치매예방관리 프로그램도 상반기부터 추진 중에 있다. 일반 주민 대상으로 '뇌청춘 홈스쿨링', 경도인지저하 어르신 대상으로는 '뇌똑똑 안심보따리'를 운영 중이다. 가정에서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학습지와 스티커북, 원예키트 등을 제공하고, 유튜브를 활용한 비대면 강의와 개인 전화상담을 병행하여 어르신들의 학습 효율을 높이고자 노력 중이다.

치매로 등록된 어르신에게는 치료비와 각종 조호물품(기저귀, 미끄럼방지매트 등)이 지원하고 있다. 실종 위험이 있는 어르신에게는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인식표를 발급하고, 경찰서 안전드림과 연동하여 사전 지문등록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바뀌어 가고 있다. 치매안심센터도 변화에 발맞춰 치매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대안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추진하고자 한다. AI 돌봄로봇을 도입하여 홀로 생활하시는 치매어르신을 돌보는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치매안심센터는 치매로부터 자유로운 치매안심도시, 치매가 있어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서구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치매로 힘들어하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이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위로를 받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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