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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굴원(屈原)은 어떠한가
입력 2020.10.18. 17:58 수정 2020.10.18. 20:05 댓글 0개중국 후한말 삼국지의 실존 인물이었던 '예형'을 빗댄 항간의 논쟁이 벌어졌다. 예형 뿐 아니라 진궁, 순욱, 양수까지 소환됐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과 현 정부에 강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 독설가들이 주고받는 날선 감정의 언어들이 사람들을 웃프게 만들었다.
예형은 한(漢)나라를 전복시키고 새 왕조를 꿈꾸는 조조의 속내를 독설로 비판하다 간접 살해당한 인물이다. 공자의 후손인 북해태수 공융에 의해 조조에게 천거됐으나 형주의 유표를 거쳐 강하의 황조에게 보내져 처형되고 말았다.
진궁 또한 처음에는 조조와 뜻을 같이했다. 그러나 조조가 아무런 잘못 없는 여백사를 의심해 잔혹하게 죽여버리자 그와 갈라서 여포와 함께 맞서다 붙잡혀 삶을 마감해야 했다. 조조의 특급 참모 순욱은 원래 조조에 대한 충성보다 그의 힘을 빌려 한의 천하를 부흥시키고자 했으나 패권을 잡은 조조가 한 왕조를 대체하려 하자 멀어졌다. 그리고 조조로부터 '그대가 나에게서 더 이상 얻어먹을 밥은 없다'는 의미의 빈 밥그릇을 받아들고 자살했다. '계륵(닭갈비)'과 관련된 인물인 양수도 조조의 최측근이었지만 미움을 사 제거됐다.
중국 역사에서 이들 못지않게 비극적인 삶을 살다간 굴원(屈原)은 어떠한가. 전국시대 초(楚)나라 회왕(懷王)을 도와 활약했던 그는 제(齊)나라와 동맹을 맺는 합종설로 강국 진(秦)나라에 맞서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회왕과 중신들이 진의 책사인 장의가 제안한 연횡설에 속아 넘어가는 바람에 실각하고 말았다. 굴원은 빼어난 학식과 더불어 지조 높고 우국충정의 마음이 깊었다. 그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 초 회왕 등을 한(恨)하다 이소(離騷)와 어부사(漁父辭)라는 작품을 남기고 멱라수에 뛰어들어 삶을 마감했다.
예형, 진궁, 순욱, 양수 등도 당대에 재주, 학식이 유명짜했다. 그러나 기껏해야 난세의 간웅이 품은 음흉한 속셈을 이죽거린 더벅머리 서생이었거나, 사람을 잘못 알아본 불운한 기재, 혹은 불의와 야합해 재주를 뽐내다 자신을 망친 일개 참모에 불과하기도 하다.
그래서다. 예형 등에 빗대어 거론되는 이들은 있어도 굴원에 비견할만한 이는 없는 것 같다. 수천년 세월이 흘렀지만 그가 멱라수에 몸을 던진 날(5월 5일)을 우리는 '단오', 중국은 '문학의 날'로 기리는 걸 보면.
김영태주필 kytmd8617@srb.co.kr
- [건강칼럼] 대화가 필요해 얼마 전 외과 동문들과 외과 교수들의 동문 이사회 모임이 있었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현재 의대증원 사태로 인한 전공의 사직문제로 흘러가게 되었는데, 들어보니 현재 전남대학병원의 상황은 정말 심각한 것 같았다. 예전에 외과의 한 교수당 하루 3~4건씩 하던 위암, 대장암 수술을 보조할 전공의가 없어서, 또한 마취를 해줄 전공의가 없어서 하루에 한 건도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정형외과는 아예 정규수술은 모두 취소되고 응급수술만 하고 있다고 도 했다. 교수들이 집도하는 수술이 전공의가 없어 혼자서 하다보니 힘들고 더딘데다가 교수 혼자서 전공의가 했던 잡다한 일까지 도맡아 하다 보니 이제 곧 번 아웃 직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이제는 거의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는 물러설 기미없이 계속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이야기만 하고 있으며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가 없고, 학생들도 기약 없는 휴학으로 이대로 가다가는 전체 유급 직전에 있어 내년에 새로 들어올 신입생과 합해진다면 의과대학 교육은 제대로 될 수 없을 것이고, 졸업생이 없게 되면 공중 보건의나 군의관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얼마 전에 열린 교수들의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20개의 의과대학 및 병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여해 3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아직까지 대학병원 진료는 유지되고 있지만 남아 있는 이들만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래지 않아 대학병원이 무너지면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붕괴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필자는 작년 11월부터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에서 의료계의 대표로 의정 협상단장을 맡아 정부에게 현재 붕괴되어 가고 있는 필수, 지역의료의 문제는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의대증원은 지금 해결책이 아니라고 누차 강조하였다. 또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교육 역량을 감안하여 현재 해마다 증원하고 있는 3058명의 약 10% 정도인 350명 내외로 일단 증원을 더 해보고 점차 2년에 한 번씩 재평가하여 증원 규모를 재조정 해보자고도 비공식적으로 제안하였다. 그리고 의대증원 문제는 밤샘토론을 해서라도 의정 협의체 내에서 논의하여 결정하자고 누차 강조하였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일본과 영국도 의대증원을 하였지만 우리나라처럼 의대 정원 조정 과정에서 의사들의 대규모 사직이나 정부의 형사처벌 공언 등 험악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원 결정 과정에서 의사들을 정책 결정에 참여시키고 합리적인 요구사항이 있으면 수용하였으며, 의대 증원을 점진적으로 하여 늘어난 의대 정원을 가르칠 교육 역량을 충분히 확보한 후에 증원을 하였고, 구체적인 예산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예산이 얼마나 들며,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를 국민과 의사들에게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였기 때문이다.지금의 의대증원 문제는 수 십년 동안 세계최고를 자랑하던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문제점이 곪을대로 곪아 터져버린 것이다. 수 십년간 지속되던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결과가 좋지 않은 의료행위에 대해 과도하게 형사 처벌하는 우리나라만의 특성이 이러한 필수의료 붕괴사태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 문제점을 의대증원으로 해결하려고 하면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이러한 문제점이 결국 의사 수의 증원 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지도 정부와 의료계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의료인력 수급위원회가 있어 그곳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여 의료 인력을 결정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너무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정부와 의료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료인력 수급 위원회를 결성하여 우리나라의료의 미래를 위하여 적정 의료 인력을 논의해야 한다.더 이상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속히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기를 기대한다. 양동호 광주광역시 의사회 대의원회의장 (연합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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