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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1년6개월 구형···"역사 정의 똑바로"

입력 2020.10.05. 20:28 댓글 3개
검찰, 기록상 5·18 당시 광주서 軍헬기사격 실재
전두환 유리한 부분만 저술해 역사적 책임 부정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회고록을 통해 '5·18 때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전두환(89)씨에 대해 검찰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기소 2년 5개월 만이다.

검찰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이 실재했다고 결론지었다. 검찰은 전씨가 5·18 때부터 회고록 발간 당시까지 헬기 사격의 존재를 외면하고 조 신부의 주장을 거짓말이라고 단정, 원색적으로 비난했다고 봤다.

특히 전씨가 역사적 책임을 부인하기 위해 유리한 부분만을 전체의 진실인 것처럼 주장해왔다며 '판결로 정의를 바로 세워달라'고 강조했다.

◇ 검찰, 실형 구형 배경은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5일 오후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검사는 "전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장에 요청했다.

검찰은 전씨가 권력 찬탈을 위해 12·12 내란을 주도한 뒤 5·18 당시 광주에서의 시위 진압 상황을 보고받은 점, 국과수 전일빌딩 감정 결과 등 회고록 발간 당시까지 헬기 사격에 부합하는 자료가 다수 존재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조 신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기갑학교 부대사, 전교사 항공 작전 교훈집(높은 탄약 소모율) 등 각종 군 문서 기재 내용만 보더라도 5·18 때 헬기 사격은 있었다"며 "실탄 분배·발포 허가, 무장헬기 출동 등 핵심 정보가 피고인 전씨에게 전달됐다는 보안사 일일 속보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헬기 사격 임무가 존재한 만큼, 조종사들을 모두 조사해 입증하지 않는 한 조비오 신부의 목격 주장을 거짓말이라고 의심할만한 이유가 없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조 신부의 주장을 거짓말이라고 단정, 고인에 대한 명예를 훼손했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선고 재판은 11월 30일 열린다.

◇ "판결로 역사적 정의 바로 세워야"

검찰은 전씨가 회고록서 국가폭력 부인과 함께 독재를 합리화, 헌정 질서를 해치는 주장을 펼쳤다고 봤다. 동시에 헌정 질서에서 보호하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모순적인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거짓 주장으로 타인을 비방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검찰은 "전씨는 반민주적인 결론에 부합하는 절반의 진실 또는 잘못된 논거를 모아 객관적 증거로 포장해왔다.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피고인 회고록의 편집 지침도 전씨에게 유리한 부분만 선택해 저술했다. 부정의한 역사를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자명예훼손죄는 개인 명예를 위한 것이지만, 피해자·목격자의 명예를 보호하는 일은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기 위한 장치다. 진실을 왜곡하려는 이들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 될 수 밖에 없다"며 "판결로 역사적 정의를 바로세워달라"고 재판장에 요청했다.

사자명예훼손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 18번 공판 증인 34명, 선고에 어떤 영향

이날 결심공판은 전씨가 2018년 5월3일 재판에 넘겨진 이후 18번째였다. 그동안 신문에 나선 증인은 34명이다. 검찰 측 증인 22명, 전씨 측 증인 10명, 감정 증인 2명이다.

검찰 측 증인 대부분은 신문에서 1980년 5월21일·22일, 5월27일 광주천 상공과 옛 전남도청 인근 등지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의 증언 내용 대부분은 계엄군의 무장헬기 작전 시기·배경·방법을 비롯해 헬기사격 지침으로 명령한 사격장소와 일치한다.

육군 31항공단 전 탄약 관리 하사는 1980년 5월 헬기용 탄약 수천 발을 지급했고, 복귀한 무장 헬기에 탄약 3분의 1가량이 비어 있었다고 증언했다. 감정 증인들도 "전일빌딩 안팎에 남겨진 탄흔은 헬기서 쏜 것이고, 5·18 총상 환자의 몸에서 빼낸 탄환은 헬기탄"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당시 광주로 출격했던 헬기 조종사와 지휘부 군인들은 '헬기 사격은 없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전씨는 불출석 허가를 받아 인정 신문 때(지난해 3월11일과 올해 4월27일)에만 2차례 출석했다. 다음 달 30일 열리는 선고 때에는 전씨가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

◇ 마라톤 최후 변론에 곳곳 장탄식

전씨 측 법률 대리인 정주교 변호사는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4시간에 걸쳐 무죄를 항변했다.

헬기 사격 지침과 명령이 통상적으로 하달된 점, 당시 군 수뇌부들도 헬기 사격을 거부했다는 진술 등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이례적으로 긴 최후 변론에 방청석 곳곳에서 장탄식이 이어졌다. 변론 도중 5·18민주화운동을 가리켜 거듭 '광주사태'라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재판장은 "중요한 내용 위주로 변론해달라"는 취지로 정 변호사에게 주의를 주기도 했다.

◇ 5·18단체 "실형 선고로 역사 왜곡 용납해선 안 돼"

5·18단체는 "검찰이 전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 형을 구형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이어 "이번 재판은 개인의 명예훼손은 물론이고, 전씨와 5·18 당시 헬기 조종사 등이 부인해 온 헬기 사격에 대한 명백한 사실을 사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또 "재판부는 수많은 목격자와 증언에도 거짓으로 일관하면서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전씨에게 실형을 선고해 역사를 바로 세워주기를 바란다"고 역설했다.

단체들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책임져야 할 당사자들의 파렴치한 거짓말·왜곡들이 진실을 가리고 있다"며 "재판부는 판결을 통해 더 이상의 거짓이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2018년 5월3일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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