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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 넘치는 증거와 증언'···전두환은 왜 유죄인가

입력 2020.10.04. 18:05 수정 2020.10.04. 18:24 댓글 0개
국과수·계엄군, 헬기사격 확인
조비오·피터슨 등 목격담도 多
‘조작된 자료’ 뒤에 숨겨진 ‘진실’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이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거짓말쟁이로 비난한 혐의로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한 11일 시민들이 법원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2019.03.11. photo@newsis.com

1980년 5월 민주주의를 외치던 시민들을 향해 헬기에서 총을 난사한 계엄군들의 만행을 증명하는 증거와 증언은 차고 넘친다.

탄흔과 사상자 등 실체적 진실을 기반으로 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는 물론 계엄군이 남긴 기록에도 헬기사격은 명확히 진실을 가리키고 있다.

무엇보다도 "헬기에서 총이 발사되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는 증언도 다수 확보된 상태다.

5·18 이후 처음으로 광주법정에 피고인 신분으로 선 전두환과 일부 신군부만이 "헬기 사격설의 진실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주장에 일부"라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을 뿐이다.

전두환은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2018년 5월3일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이후 17번의 재판을 통해 5·18 헬기사격의 실체적 진실은 수 없이 쏟아졌다.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총탄흔적은 '호버링(제자리비행)' 상태의 헬기가 상하로 움직이면서 총을 발사해 발생한 것"이라는 결론의 국과수 감정결과는 물론 1980년 5월 18일부터 23일까지 누적 42대의 헬기가 투입됐다는 기록이 담긴 전투교육사령부(전교사) 전투상보와 소요사태교훈집, 보안사가 비밀리에 관리한 5·18존안 자료와 511연구위 자료 등이 그것이다.

앞서 진행된 민사 판결내용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광주지법은 2017년 8월 전두환 회고록 1권에 대한 출판 및 배포 금지가처분사건에서 가처분소송을 인용하면서 "5·18 당시 헬기를 통한 공중사격이 있었다는 사정만큼은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조 신부에 대한 기술 부분이 고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결정했다.

조비오 신부, 아놀드 피터슨 목사, 수 명의 광주시민들 역시 직간접적으로 헬기사격의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두환 회고록 관련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김정호 변호사(법무법인 이우스)는 72쪽 분량의 의견서를 통해 '조작된 자료' 뒤에 숨겨진'진실'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헬기사격 관련 기록 부재는 신군부가 이를 삭제, 위·변조했기 때문"이라면서도 "보안사가 비밀리에 관리한 5·18존안 자료와 511연구위, 국과수 감정결과, 전교사 소요사태교훈집 등을 통해 실체적 접근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가 문제되는 경우 진상규명 과정이 매우 어려운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면서 "이번 사안 역시 최고 권력자를 정점으로 관련자들이 실체적 진실을 숨기려는 과정이 없지 않았던 정황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법관이 재판을 통해 '우리사회가 나아갈 바'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나침반의 역할을 이번 재판이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주현정기자 doit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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