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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군주' 논란 유시민 "배운 게 죄"···진중권 "블랙 유머"
입력 2020.10.01. 22:52 댓글 0개식자우환 인용하며 "너무 고급스러운 비유 했나 보다"
진중권 "싸구려 입에서 고급스런 비유 나오겠나"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계몽 군주'로 비유한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일자, 식자우환(識字憂患)을 인용하며 "내가 너무 고급스러운 비유를 했나보다. 배운 게 죄다"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공개된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계몽군주라고 말하는 게 칭송으로 들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나보다"라며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2세,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테레지아 등 일반적으로 계몽군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독재자이지만 업적도 남겼다는 취지로 거론했다.
유 이사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독재자"라며 "북한 체제 전체가 3대째 세습을 하고 있는 왕조국가니까, 이 사람은 생물학적 운명 때문에 전제군주가 된 사람이잖나"라고 언급했다.
그는 "계몽군주들이 과거처럼 할래니까 사람들이 더 이상 참아주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국제사회에서 왕따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자기가 통치하는 제국을 조금 더 오래 잘 해먹으려고 개혁 조치들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을 계몽 군주로 표현한 데 대해 "우리 민족에게는 (개혁 조치를)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그런 취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고무·선동할 목적(이었다)"면서 "그렇게 고무·선동하는 것은 민족의 이익에 보탬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어준씨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저쪽 한곳에 몰려 있다"고 언급하자, 유 이사장은"예수님 말씀에 따르면 씨를 부린다고 다 옥답에 떨어진 게 아니라고 예수님도 그랬잖나. 커뮤니케이션, 소통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던 분 중 한 분이 예수님이다. 그 분이 소통 실패 때문에 살해당한 거잖나"라고 했다.
그는 "계몽군주 가지고 그렇게 떠드는 분들은 2500년 전에 아테네에 태어났으면 소크라테스를 고발했을 사람들이다"라며 "10·4 남북정상회담 10주년 심포지엄 대담에 제가 업무상 나갔으면 그 방향에서 얘기를 해야지, 내가 국민의 뭐시기 당하고 똑같은 소리해야 되냐"고 거듭 반문했다.
이에 대해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계몽군주는 유이사장만 아는 고급단어가 아니다. 고등학교 세계사만 배워도 다 아는 보통단어"라며 "본인의 지식세계가 상당히 고급지다고 착각하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유 이사장의 기대가 지나쳐서 사실을 왜곡하고 혹세무민한다"면서 "미안하다고 통지했다고 김정은을 계몽군주로 미화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설마 싸구려 입에서 고급스러운 비유가 나오겠나"라며 "어느 나라 계몽군주가 고모부를 처형하고, 이복형을 암살하고, 코로나 방역에 소총을 사용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살해 당한 사람 장례식장에서 범인이 '계몽 범인'이라 하는 격"이라며 "증거인멸을 증거보전이라 하던 개그 감각으로 이젠 블랙유머에 도전하시나 보다"라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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