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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 드러낸 콜드체인···코로나19 백신 유통 가능할까?
입력 2020.10.01. 08:21 댓글 0개코로나 백신 적정 온도는 -20~-70도…관리 까다로워
초저온 냉동고 없는 의료기관 많아…투자 필요할 듯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상온 노출 의심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자가 전국에서 1000명을 넘어선 것은 의약품 냉장유통(콜드체인) 시스템이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은 적정 온도가 훨씬 낮아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대규모 유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으로 상온 노출이 의심되는 정부 조달 독감 백신 접종 건수는 전국 15개 시도에서 총 1362건으로 집계됐다. 전날 발표한 14개 시도 837명에 비해 489명 늘어난 것이다.
질병청은 독감 백신을 공급하는 업체가 백신 배송 과정에서 냉장차의 문을 열어놓거나 제품을 바닥에 내려놓는 등 냉장유통 원칙을 지키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21일 접종 사업을 전격 중단했다. 현재 사용이 중단된 백신 물량은 총 578만명분이다. 전체 공공조달 물량 1259만명 분 중 46% 가량이 폐기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약품 콜드체인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콜드체인은 제품에 적합한 온도를 유지하는 물류 시스템을 뜻한다.
백신의 경우 항원이 단백질로 구성돼 있어 기온이 오르면 변질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적정 온도를 유지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독감 백신의 경우 적정 온도는 2~8도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체 백신 생산량 중 50%는 보관과 운송 과정에서 변질돼 폐기 처분된다고 한다. 그만큼 백신 유통 전 과정에서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독감 백신 '배달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 업체의 경험 부족에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백신 예방접종 사업에서 이렇게 큰 사고가 터졌던 적은 없었지만 이번에 백신 공급을 맡은 신성약품은 정부와 처음으로 조달 계약을 맺은 업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의약품 콜드체인 시스템도 문제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많다. 유통업체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에서도 백신 적정 온도 유지 원칙이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38개 보건소와 2200개 민간 의료기관의 백신 냉장고 온도를 조사한 결과 보건소 냉장고의 38.5%, 민간 의료기관 냉장고의 23.4% 만이 적정 온도(2~8도)를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소의 경우 의료용 냉장고를 사용한 경우가 84.2%였지만 가정용 냉장고를 쓴 경우도 13.2%나 됐다. 민간 의료기관에서는 의료용 냉장고 사용 비율이 25.4%에 불과했고 40.7%는 가정용 냉장고를 사용하고 있었다.
신 의원은 "독감 백신 관리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있는 만큼 백신의 유통 과정 뿐만 아니라 접종 기관에서도 적절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백신 제조 시점부터 환자 접종 직전까지의 안전한 콜드체인 유지 시스템에 대한 체계적인 지침과 관리가 마련돼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코로나19 종식의 유일한 희망은 백신 개발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백신이 출시되더라도 유통망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대규모 공급은 어려워진다.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들은 적정 보관 온도가 독감 백신보다 훨씬 낮다. 모더나의 백신은 영하 20도가 유지돼야 하고 화이자는 영하 70도 아래로 관리돼야 한다. 또 아스트라제네카와 칸시노 바이오의 백신도 영하 20~영하 70도 가량의 적정 온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 개발이 성공하더라도 적정 온도 관리에 대한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을 경우 대규모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독감 백신은 2~8도 사이에서 냉장 보관한 것으로 배송하게 돼 있으니까 비교적 문제가 될 소지가 적지만 적정 온도가 -20도 이하인 경우에는 유통이 훨씬 까다롭다"며 "만약 백신을 -70도 이하에서 유통해야한다면 드라이 아이스 상에서 배송해야 하기 때문에 부피가 커지고 의료기관에서는 초저온 냉동고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만약 (적정 온도가 -70도인)화이자의 백신이 가장 먼저 나와서 전 세계에 공급되게 된다면 까다로운 상황이 될 것"이라며 "초저온 냉동고가 갖춰진 의료기관은 많지 않다. 투자도 상당히 필요하고 배송 관리도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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