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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속 한가위' 2030···"푹 쉬거나, 스펙업"

입력 2020.10.01. 05:01 댓글 0개
"기나긴 이동, 친척 훈수 등 스트레스 줄어"
집에서 휴식, 회계 공부 '스펙업' 등 계획도
일부 청년들은 '심리적 외로움' 호소하기도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월드컵시장에서 한 상인이 추석용 송편을 담고 있다. 2020.09.24.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천민아 기자 = #1.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조모(28)씨는 이번 추석에 조부모댁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인해 할머니가 먼저 "이번엔 내려오지 말라"는 뜻을 전했기 때문이다.

조씨는 대신 남는 시간에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미리 주문해둔 책으로 초급 회계공부에 도전할 계획이다. 조씨는 "회사 업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공부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2. 혼자 사는 취업준비생 강모(26)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추석 연휴에 본가에 내려가지 못하게 됐지만 '차라리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강씨는 "부모님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집에 내려가면 공부 흐름이 끊기기도 했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나서 취업하면 떳떳하게 내려가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19가 명절 풍속도도 바꾸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맞는 첫 명절 연휴에 20~30대 청년들은 본가 방문을 자제하는 대신 남는 시간에 휴식을 취하거나 '스펙 업'의 계기로 삼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청년들은 우선 기나긴 차량 행렬에 끼지 않아도 되고 일부 친척들의 '훈수'를 듣지 않아도 되는 등 연휴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전한다. 대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휴식을 취하겠다는 계획이다.

인천 거주 직장인 김모(30)씨는 1일 "지방에 계신 할머니를 뵙거나 친척들끼리 식사하는 일정은 모두 취소됐다"며 "명절에 언제 내려가느니, 누굴 보느니 가족간 조율하기가 번거로웠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서 분위기가 벌써부터 평화롭다"고 말했다.

이어 "연휴에는 사람이 없는 근교로 나들이를 가거나, 좋아하는 커피를 잔뜩 사두고 '집콕(집에 콕 박혀있는 것)'을 하면서 오랜만에 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강씨는 "명절에 친척들이 '언제 취업하냐', '어디 지원했냐'는 등 질문을 할 때마다 힘들었는데 마침 코로나19 핑계를 대고 안 내려가게 돼 다행"이라며 "연휴 기간 동안 토익 공부나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평소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엄두를 내지 못했던 취미생활도 즐기겠다는 다짐도 나왔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월드컵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추석에 사용할 제수용품 등을 구입하고 있다. 2020.09.24. yesphoto@newsis.com

조씨는 "가끔 게임을 하는데 직장생활에 치여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며 "레이싱 게임 레벨을 40까지 올리고 요즘 유행하는 온라인 마피아 게임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언급했다.

양모(28)씨는 "추석 당일에 잠시 할머니댁에 들르는 것 외에는 시간이 비어서 그간 사두고 읽지 못했던 책을 읽으려 한다"며 "'보건교사 안은영', '공부란 무엇인가', '유원' 등을 보려고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심리적 외로움' 때문에 방역에 유의하되 고향에 내려가겠다는 이들도 있다.

서울에서 자취하는 노모(28)씨는 "긴 연휴 기간 동안 거리두기 때문에 친구들을 만나지도 못하고 혼자 집에 있을 생각을 하니 너무 외로워서 부모님댁에 가려고 한다"며 "다만 친척들은 따로 보지 말자고 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전했다.

실제 20~30대 청년층들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추석 연휴 이동 계획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21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과 서울연구원이 공동으로 실시해 공개한 '제2차 서울시민 코로나19 위험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시민 27.2%만 명절 연휴에 장거리 이동 계획이 있는데 반해 20~30대 청년층에서는 45.7%가 이동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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