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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집콕·추석 연휴···집안일 늘자 가족 갈등↑
입력 2020.09.30. 10:00 댓글 0개"보수적인 집, 추석 때 행사 참여 강제해"
"남성들 돕자는 생각만 있고 행동은 적어"
여가부, 추석 연휴 맞아 인식개선 이벤트
"먹고 살기 힘든데…" 제도개선 목소리도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 가족이 함께 집에 머무르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들이 돌봄이나 상차림과 같은 집안일을 돕지 않는다며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30일 여성가족부(여가부)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으로 재택근무와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가정에서도 가사노동 증가해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여가부가 지난 7월 고등학생 이하 자녀가 있는 일반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와 가족 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5.1%가 코로나19로 가족과 집에 함께 있는 시간이 늘었다고 답했다.
응답자 37.4%는 가족 간 갈등을 경험했으며, 원인 중 1위로는 가사노동 증가로 인한 분담 문제(27.8%)가 꼽혔다. 갈등을 경험한 대상은 배우자가 60.6%로 가장 많았다.
특히 전체 응답자 59.3%가 우울감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커졌다고 답했는데, 여성 응답자 중에서는 66.0%였다.
통계청이 15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생활시간조사'를 기준으로 분석한 지난해 취업 여성의 가사시간은 일평균 2시간24분이었다. 남성은 49분이었다. 2014년에 비해 여성은 3분이 줄고 남성은 9분이 늘어 그대로였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이은성(29·여)씨는 "코로나19로 부모님 두 분 모두 집에서 쉬게 됐지만 집안일의 95%는 어머니가 예전과 똑같이 도맡아 하신다"며 "온 가족이 아버지에게 일을 도와야 한다며 잔소리를 해도 그런 경험이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돕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가족 구성원이 5명이라 평소에도 집안일이 많은데 명절에 모였을 때도 일의 양이 적다고 보기 힘들다"며 "명절이 되면 남성들은 가족 보러 가는 날이라 생각할 지 모르지만, 여성들은 여전히 일을 해야지 마음 먹게 되는 분위기다"라고 밝혔다.
집안일이 많아지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강제적으로 지역간 이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청원인은 지난달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추석 명절 기간 록다운(봉쇄)과 장거리 이동 제한 조처가 필요하다'는 글에서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집이라면 차례를 지내기 위해 모임 참석을 강요하는 예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청원은 6만2790명의 동의를 모았다.
갈등의 배경을 놓고 전문가들은 집안일을 할 수 없을 만큼 남녀 모두 바깥일에 쏟는 시간이 많다는 점을 문제로 짚는다. 일을 합리적으로 분담해 본 경험도 부족하고, 감정적으로 풀려다가 싸움이 나게 된다는 분석이다.
황정미 서울대 여성연구소 연구원(사회학)은 "40대 이하 연령층 남성들은 가사노동을 같이 나눠야 한다는 데 어느 정도 동의는 하고 있지만, 가사시간의 참여가 늘었다는 결과는 나타나지는 않는다"며 "실천이 뒷받침되지 않거나, 자기 착취라고 할 정도의 장시간 근로가 이뤄지는 현실적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을 도와야 한다는 인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정의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스스로 일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가족사회학)은 "직장에 빗대 설명하자면 남성들은 아직도 돌봄과 가사 노동에 있어서 자신을 팀장이 아닌 팀원이라 보고 도와준다는 인식이 여전한 것 같다"며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 하나하나 나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고 가족 구성원 모두가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족 분야 주무 부처인 여가부는 캠페인으로 문화를 개선하려는 입장이다. 추석 연휴 기간에도 '안전하고 평등한 한가위 보내세요'를 메세지로 대국민 참여 이벤트를 연다.
여가부 유튜브 채널에서 '평등 가치, 행복 같이'를 주제로 만들어진 영상을 확인하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면 된다. 이후 여가부 페이스북에 가족을 위한 한마디와 함께 댓글을 남기면 된다. 이벤트는 다음달 5일까지 진행되며, 이후 여가부가 추첨을 통해 총 100명에게 상품을 제공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집안일 분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려면 이 같은 캠페인도 한 방법이지만 다른 분야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 연구원은 "캠페인으로 갈등을 줄여보자는 것도 필요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가족의 경제생활이 위축되는데 관계가 어떻게 좋아지겠나"면서 "직장의 한 피고용자를 직장인으로만 볼 게 아니라 돌봄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양면을 인정하고 일과 가족 생활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 분야의 제도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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