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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마포 6경 클래식 촬영 현장 가봤더니...40분 공연에 18시간?

입력 2020.09.30. 07:00 댓글 0개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마포 M 클래식 축제' 영상팀들이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라사라패션디자인학원 루프탑에서 마포 6경 클래식 홍대거리편 영상 촬영을 하고 있다. 마포 6경 홍대거리편은 첼리스트 임희영, 하피스트 피여나, 피아니스트 노예진이 참여한다. 2020.10.02.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1시간도 안 되는 40분짜리 영상 한 편을 찍기 위해 얼마의 시간이 소요될까?

마포아트센터를 운영하는 마포문화재단은 '제5회 마포 M 클래식 축제'를 지난달 16일에 시작해 이달 21일까지 개최하고 있다.

축제의 일환으로 '마포6경 클래식'을 펼치는데, 마포 곳곳의 명소를 무대로 야외에서 진행되는 공연 프로그램이다.

총 6편이 기획됐으나 스페셜 2편을 더해 8편으로 확대 구성될 마포 6경 클래식 촬영 현장을 찾았다.

첼리스트 임희영이 결성한 피아노 하프 트리오의 '홍대 거리' 편의 촬영은 22, 28일 이틀에 걸쳐 무려 18시간 동안 진행됐다.

관객들이 보게 될 공연 시간 40분과 비교해 볼 때 무려 27배에 달하는 준비시간이었다.

22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의 한 건물 옥상에서 '홍대거리' 편 촬영이 시작됐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마포 M 클래식 축제' 영상팀들이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라사라패션디자인학원 루프탑에서 마포 6경 클래식 홍대거리편 영상 촬영을 하고 있다. 마포 6경 홍대거리편은 첼리스트 임희영, 하피스트 피여나, 피아니스트 노예진이 참여한다. 2020.10.02. yesphoto@newsis.com

하지만 촬영 시작이 2시였을 뿐, 촬영의 준비는 아침 9시부터 시작됐다. 음향장비를 비롯해 8대의 카메라와 드론을 비롯해 그랜드 피아노를 분해해 옮기는 세팅을 미리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사실 촬영팀의 준비는 전날부터 시작됐다. 촬영팀은 소리와 장면을 예민하게 담아내야만 하는 공연을 다루는 만큼, 미리 장소를 답사해 촬영 시간대의 그림자 방향부터 습도까지 체크하는 꼼꼼함을 보였다.

마포문화재단 관계자는 '마포 6경'이 야외 촬영인 만큼 연주자들의 컨디션이 그날의 날씨에 많이 좌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기온은 15도로 초가을 날씨를 느낄 수 있었지만, 점심에는 24도까지 육박했다.

뙤약볕 밑에서 연주하는 연주자들의 체감 온도는 훨씬 높았을 터, 연주자들에게 예정보다 더 많은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어깨선이 드러난 은빛 드레스를 입고 이날 촬영에 임한 임희영은 쉬는 시간이 되자, 어깨선부터 팔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휴식 공간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날 날씨에 대해 "살이 에는 것 같다"며 "발리에 온 것 같다. 휴가에서 해야 하는 선텐을 지금하고 있는 느낌"이라며 힘들어 했다.

이에 관계자는 "그림은 밝은 날이 좋지만, 연주자 입장에서는 흐린 날이 공연을 하기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마포 M 클래식 축제' 영상팀들이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라사라패션디자인학원 루프탑에서 마포 6경 클래식 홍대거리편 영상 촬영을 하고 있다. 마포 6경 홍대거리편은 첼리스트 임희영, 하피스트 피여나, 피아니스트 노예진이 참여한다. 2020.10.02. yesphoto@newsis.com

전문 공연장이 아닌 터 날씨 이외에도 방해요소가 많았다. 연주자들 위를 날아다니는 드론 카메라의 소리는 프로펠러가 바로 위에서 돌아가고 있는 듯 울려 퍼졌고, 연주 중간에는 사무실에 있는 강아지가 큰 소리로 짖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희영을 비롯한 연주자들은 아무런 미동도 없이 음악에 집중했다.

마포문화재단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미리 실내에서 연주곡들을 연주해 뒀다. 걷어내야만 하는 주변의 소음이 잡힐 때 이를 제거하고 덧씌우기 위함이었다. 이 때문에 이날 녹화 당시 연주자들은 자신이 앞서 연주한 곡에 맞춰 연주를 해야 했다.

임희영은 "음악에 집중했을 때는 개소리나 드론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음악의 싱크를 맞추는 일이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표했다. 또 "일반 공연이라면 관객과 교감하며 연주할 수 있는데 이게 없는 점도 힘들다"고 말했다.

촬영팀의 전문성도 남달랐다. 촬영 감독은 나무 바닥에 배치된 카메라가 미동이 있을 시 아티스트의 위치와 소리가 틀어질 수밖에 없는 터, 스태프들에게 촬영 동안 이동을 최소화해 달라고 청했다.

다양한 화면을 연출하고자 촬영감독은 홍대 건물 옥상이 아닌 실제 홍대거리에서 재촬영을 할 것을 제안했고, 아티스트들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서울=뉴시스]28일 '홍대거리' 편 촬영 현장(사진=마포문화재단 제공)2020.10.02. photo@newsis.com

현장도 녹록지만은 않았다. 홍대 상상마당 앞 거리 일부 구간을 통제하고 9시부터 6시까지 녹화가 진행됐다. 하지만 오전에 갑자기 시위 차량이 나타나 소음을 유발했다. 이 차는 3시간이나 머물다 사라졌다.

다만 22일 촬영과 달리 공간이 넓어 달리 레일과 지미집을 설치해 역동적인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지미집을 포함한 5대가 넘는 카메라가 동시에 다각도로 촬영했다.

안전을 고려해 거리 통제에만 6명의 인원이 배치됐다.

이날 촬영을 멀리서 구경한 한 시민은 "젊음의 상징 같은 홍대거리에 클래식이 울려퍼지는 게 굉장히 이색적이다. 지나가는 발길을 세우더라. 공연이 공개되면 찾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장 이틀에 걸쳐 18시간 동안 최대 30여명이 동원돼 촬영을 마친 '홍대 거리' 편은 오는 10월 14일 오후 7시30분에 마포문화재단 유튜브·네이버TV 채널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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