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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유감"→"대단히 송구"···文대통령 첫 사과, 여론 달래질까
입력 2020.09.28. 18:42 댓글 0개"유가족에 깊은 애도, 국민 충격·분노 짐작"
김종인 "정부 과연 존재하나…文 입장 밝히라"
[서울=뉴시스] 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군에 의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47) 피격 사건 엿새 만에 대국민 공개 사과 형식을 빌려 관련 입장을 처음 표명한 것은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책임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번 비극이 악화된 남북관계 속에서 이뤄졌다는 구조적 한계 인식과는 무관하게 자국민이 북한 군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될 때까지 정부가 전혀 손을 쓰지 못했다는 비판에 국정 최고 지도자로서의 책임을 통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70년 분단의 역사 가운데 북한 최고 지도자로서 처음 이뤄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식 사과에도 불구하고 의문과 공분이 말끔히 가시지 않자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며 추후 여론 악화 가능성을 사전에 불식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매우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 아무리 분단 상황이라고 해도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생자가 어떻게 북한 해역으로 가게 되었는지 경위와 상관없이 유가족들의 상심과 비탄에 대해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민들께서 받은 충격과 분노도 충분히 짐작하고 남는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정부로서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동안 합참과 국가정보원, 국가안보실 등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아온 자리에서 발신했던 간접 메시지 형태를 제외하면, 공개석상에서의 문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건 발생 엿새 만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사건 발생 이틀 만인 지난 24일 노영민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결과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북한 당국의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요구했다. 동시에 우리 군을 향해 "경계태세를 더욱 강화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이어 하루 뒤인 지난 25일 북한 통일전선부가 통지문을 통해 김 위원장의 공개 사과 메시지와 함께 나름대로 파악한 사건 경위를 전달해 왔다.
김 위원장은 통지문을 통해 "가뜩이나 악성비루스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측 최고지도자가 남측을 향해 공식 사과한 것은 70년 분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이 1975년 8월 이른바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당시 유엔군사령관에게 사과를 한 적은 있지만 북측 정상이 남측 정상과 국민에게 직접 사과한 적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27일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김 위원장의 사과를 포함한 북측의 신속한 사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루 뒤인 이날 문 대통령이 직접 공개 사과를 했다는 점에서 일정한 요건이 갖춰지기만을 기다려온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북측의 공식 해명과 사과가 이뤄지기 전에 섣불리 반응을 보이기 어려웠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에서는 결과적으로 A씨의 사망 순간에 문 대통령이 직접 대면 보고를 받지 않은 것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며 비판에 나섰다. 당일 예정됐던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고려해 A씨의 사망 보고를 최대 10시간 가량 늦춘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공무원 한 사람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불까지 태워진 사태 그 과정을 지켜보면, 정부는 인지하고도 아무 대책을 취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과연 존재하는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배경을 짐작컨데, 대통령 유엔 연설이 앞에 놓여있어 혹시라도 이 사태가 유엔 연설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까하는 우려에서 빚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대통령이 언론에 직접 나와 우리 국민 피살 사건 전반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정식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yustar@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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