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이브닝브리핑] "가족끼리는 괜찮잖아?"

입력 2020.09.28. 17:23 수정 2020.09.28. 17:23 댓글 1개

지난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망월묘지공원묘역(광주시립묘지) 입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추석 성묘 자제'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특별방역기간"

"가족끼린 괜찮은데 뭐가 무섭다고 그러냐, 짐 챙겨서 성묘 갈 준비해라." 추석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도 들려오는 이 같은 이야기.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안전하다'는 생각이 깔린 탓일까요.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이 생각에 정부가 내건 특별방역기간. 바로 오늘부터 시작됐습니다.

광주시가 28일인 오늘부터 내달 11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연장·유지합니다. 정부의 특별방역기간 지정 방침에 따른 결정입니다. 우리네가 여태 지내왔던 일상이 격변하는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이번 방역기간 지정에는 조금 열린 생각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초점이 '추석'에 맞춰지면섭니다.

추석 하면 따라오는 수식어는 '민족대이동'입니다. 가족과 일가친척이라는 큰 테두리가 뭉치고 흩어지길 반복하는 이맘때입니다. 유교 전통 사회 속 혈연간 유대감이 만든 풍습입니다. 방역기간이 경계하는 것은 이 풍습입니다. 혈연으로 묶인 우리는 안전하다는 인식 자체를 경계하자는 취집니다.

먼젓번 지난 1월 말~2월 초 중국 춘절의 사례가 스쳐지나갑니다. 우리와 비슷한 문화권인 탓에 중국 또한 춘절 기간 수억명의 민족대이동 현상이 펼쳐집니다. 결과는 평균 2~3천여명의 일일 확진자와 수십여명의 일일 사망자. 코로나19의 위험 인식이 부족했던 때를 감안하더라도 방역에 안일했다는 뒷날의 평가입니다.

혈연이라는 이유 속 산적해온 안일한 문제들이 '안전'으로 포장됐습니다. 혈연은 백신이 아닙니다. 진짜 백신이 등장하기까지 혈연으로 안일한 생각들을 포장해선 안되겠습니다. 이번 특별방역기간이 갖는 속내입니다. 나의 안전이 곧 사회의 안전입니다. 이영주기자 lyj2578@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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