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아베, 야스쿠니 신사

입력 2020.09.27. 17:45 수정 2020.09.27. 20:12 댓글 0개

'신사(神社)'는 일본의 신 또는 왕실의 조상이나 국가에 큰 공로가 있는 사람을 기리는 사당이다. 야스쿠니(靖國) 신사는 일본 도쿄 중심부인 지요다(千代田)에 있는 일본 최대 규모의 신사다. 메이지(明治) 일왕 시절, 일본軍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 '쇼콘사(招魂社)'로 창건됐다가 1879년 '평화로운 나라'라는 의미의 야스쿠니로 개명했다.

해당 신사가 우리와 중국 등 동아시아 각국의 핏발 선 눈길을 끄는건 주요 전범들이 합사돼 있다는 점에서다. 그곳엔 일제가 일으킨 태평양전쟁과 청일, 러일전쟁, 만주사변 등에서 숨진 군인 등 246만여명의 위패를 안치해 두었다. 이른바 제국주의 전쟁에 앞장서거나 동원돼 목숨을 잃은 그들을 신격화해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봄, 가을 대규모 위령제와 그들의 건국일(2월11일) 등에 수시로 그들만의 각종 행사를 치른다. 특히 종전기념일(8월15일)에는 군국주의를 주창하는 우익들의 순례 성지로 변하곤 한다. 하지만 그들의 종전기념일은 널리 알려져 있듯 무모하게 일으킨 태평양전쟁에서 연합국에 의해 처참한 패배를 맛본 끝에 히로히토 일왕이 무조건 항복을 발표한 패망일에 불과하다.

야스쿠니 신사는 제국주의 시절, 군국주의의 확대 정책을 종교적으로 뒷받침하고 일왕 숭배와 군국의 이념을 조장하는 장소다. 그에 반해 그들의 강제지배를 당한 대한민국과 침략의 마수를 떨쳐내지 못한 중국 등 동아시아 각국에게 씻을 수 없는 원한을 사무치게하는 악(惡)의 진원지나 다름없다.

그런 야스쿠니 신사를 최근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참배해 우리와 중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에게 총리 자리를 넘겨준 평민 자격이라지만 사실상 스가를 수렴청정할거라는 점에서 그의 참배는 좌시하기 힘들다.

역대 최장이라는 총리를 역임한 그는 대한민국과 최악의 관계를 형성하며 수많은 비난을 샀다. 그는 평화와 반전을 아랑곳하지 않은채 일본의 군국화와 함께 재무장을 바탕으로 다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드는걸 필생의 목표로 삼았다. 그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로부터 이어진 피(血)의 연원,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이다. 아베의 야스쿠니가 됐건, 야스쿠니의 아베가 됐건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로서는 피끓는 심정으로 그의 음험함을 살펴보아야 할 일이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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