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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감독 '아홉수' 양현종에게 "야구만 생각 말아야"

입력 2020.09.24. 17:51 댓글 0개
이강철 "나도 현역 때 거의 매년 아홉수"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22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모자에 동료 브룩스의 이름을 새기고 출전하고 있다. 브룩스는 이날 아내와 자녀 등 가족들이 교통사고를 당해 미국으로 급히 출국했다. 2020.09.22. hgryu77@newsis.com

[수원=뉴시스] 김주희 기자 = "야구 말고 다른 걸 좀 해야해요."

이강철(54) KT 위즈 감독이 '아홉수'에 걸린 양현종(32·KIA 타이거즈)에 조언을 건넸다. 야구가 아닌 다른 일에 관심을 돌려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것이다.

24일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열리는 KIA전에 앞서 만난 이 감독은 "양현종이 아홉수에 걸린 것 같더라"며 운을 뗐다.

이 감독은 현역시절 1989년부터 1998년까지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한 레전드다. 이는 여전히 KBO리그 최고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런 이 감독의 눈에 지독한 아홉수에 빠진 양현종이 눈에 들어왔다.

양현종은 지난 22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6이닝 2실점 1자책으로 잘 던졌지만, 팀이 0-2로 패하면서 패전을 떠안았다. 지난달 28일 SK 와이번스전 승리 이후 4경기 연속 승리 불발이다.

단 1승만 더 하면 각종 기록을 쓸 수 있는 상황에서 승리를 쌓지 못하고 있다.

양현종은 이강철(10년), 정민철, 장원준(이상 8년), 유희관(7년)에 이어 역대 5번째로 7년 연속 10승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울러 1승을 추가하면 통산 승수를 146승으로 늘려 통산 승리 순위에서 '국보' 선동열 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나란히 공동 4위에 오른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뉴시스】최진석 기자 = 26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B조 대만과 대한민국의 경기. 대만 1회초 2사 3루상황 대한민국 선발 양현종이 대만 린지아요우에게 좌월 투런 홈런을 맞자 이강철 코치가 마운드로 올라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Canon EOS-1D X Mark Ⅱ EF200-400 f4.5-5.6 IS Ⅱ USM ISO 6400, 셔터 1/800, 조리개 4) 2018.08.26. myjs@newsis.com

그러나 양현종은 닿을 듯, 닿지 않는 10승에 속앓이만 하고 있다. 이 감독도 양현종의 마음고생을 이해하고 있다. 이 감독도 아홉수를 실감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나도 10년 연속 10승을 하며 매년 아홉수에 걸렸다. 10년 째에만 9승 후 바로 10승을 하고, 그해 15승을 올렸다. 그 외에는 9승 뒤 4, 5번은 삐그덕 거렸다"고 회상했다.

그 중에서도 선동열 전 감독이 마운드를 넘겨 받고 승리를 날렸을 때는 '아홉수'를 절감하기도 했다.

"정확한 연도는 기억이 안 나지만,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였다. 두 점차로 앞서고 있었는데 2사 1루에서 선 감독님이 (점수를 줘) 경기가 뒤집혔다. 그때는 정말 '이게 진짜 아홉수구나'싶더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선 전 감독님이 나왔는데도 이기지 못한 거 아닌가"라며 껄껄 웃었다.

선 전 감독은 설명할 필요가 없는 KBO리그 역대 최고 투수다. 그런 선 전 감독이 등판해 역전을 허용했으니 허탈함이 더 클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결국은 버텨내야 10승도 찾아온다.

이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들어 양현종에게 분위기 전환을 제안했다. 야구 외에 다른 일로 생각을 비우길 바란 것이다.

이 감독은 "야구 말고 다른 걸 좀 해야 한다. 나는 (아홉수에 빠졌을 때) 매일 영화만 보러 다녔다. 경기만 끝나면 영화를 보러 갔다"며 웃은 뒤 "그렇게 아홉수를 넘고 5연승을 한 적도 있다. 오히려 야구 생각을 안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번은 영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를 비디오로 빌려본 뒤 '인생에는 야구만 있는 게 아니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며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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