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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전 잃고 고통 가중' 눈물 짓는 구례 수재민
입력 2020.09.24. 10:13 댓글 0개[구례=뉴시스]김민국 기자 = "옷가지 하나 못 챙기고 뛰쳐나왔제."
섬진강 수해 이재민 유모(75·여)씨는 지난 23일 오후 전남 구례군 마산면 지리산 생태탐방원 임시 거처에서 물난리 당시를 떠올리며 눈물지었다.
구례군 구례읍 일대에는 지난달 7일부터 이틀간 400㎜에 육박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섬진강 지류 서시천 제방이 무너져 홍수가 났다.
유씨의 아파트도 무사하지 못했다. 1층에 살던 유씨는 이웃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3층으로 피신한 뒤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급히 몸만 빠져나온 탓에 가재 도구는커녕, 속옷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복구가 끝날 때까지 머물 곳이 없던 유씨는 지난달 20일부터 생태탐방원 이재민 임시 거처에 묵고 있다. 살림은 신분증과 지갑 등 간단한 소지품과 이웃에게 빌린 옷 2벌이 전부다.
오랜 삶의 터전이 아닌 낯선 곳에서 적응도 쉽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탐방원 내 구내식당 이용이 금지되면서 매 끼니마다 산길을 걸어 인근 식당을 찾아가야 했다. 유씨는 수년 전 무릎 관절 수술을 받아 거동이 불편하다.
한 달 남짓 머문 임시 거처도 오는 25일 비워야 한다. 유씨는 "당분간은 다니던 교회에 머물기로 했다.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하다"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임시 거처인 농협중앙회 구례교육원에서 지내고 있는 이재민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재민 김모(57·여)씨는 단체 생활의 불편에다 수해 때 입은 트라우마까지 겹쳐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재민들이 모여 살면서 제때 빨래를 하지 못했고 냉·난방 문제 등 사소한 고충도 적지 않았다.
스트레스가 누적되면서 몸도, 마음도 지쳤다.
김씨는 "요즘은 약한 비바람만 불어도 가재 도구를 높은 곳에 올려야 한다는 강박에 휩싸인다"면서 "수재민들을 위한 심리 상담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민족대명절 추석도 수재민들에게는 달갑지 않다.
백모(76)씨는"가족들이 그립다. 군에서 마련한 조립 주택으로 조만간 거처를 옮기지만, 7평가량 되는 비좁은 공간에 가족들이 모일 수는 없지 않느냐"며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구례 지역 수재민들은 현재 농협중앙회 구례교육원(71명)·지리산 생태탐방원(24명) 등 임시 거처 2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 모두 오는 25일이면 자택으로 돌아가거나 구례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조립 주택에 입주해야 한다.
한편, 지난달 집중호우로 구례에서만 주택 711동·상가 597동 등이 침수됐다. 이재민은 1149명에 이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blank95@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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