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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 창업해 재계 10위권까지 일궜던 '흥망성쇠'
입력 2017.09.21. 17:30 수정 2017.09.21. 17:36 댓글 0개중동건설 붐 힘임어 성장기반 마련 재계 순위 13위까지 올랐으나 동부제철로 위기
동부건설 사모펀드에 매각, 동부제철 매각 진행··· 대우전자 위기 속 반도체는 회생
【서울=뉴시스】최현 기자 = 김준기(73) 동부그룹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여비서 성추행 혐의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48년 동안 맡았던 회장직을 내놓은 것이다.
동부그룹의 사령탑은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이근영 동부화재 고문이 맡기로 했다. 이 신임 회장은 그룹 여러 계열사의 사외이사, 고문을 역임하는 등 동부와는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김 회장은 사실상 맨손으로 사업에 뛰어들어 동부그룹을 일궈낸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그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에 재학 중이던 1969년 만 24세의 나이로 동부그룹의 전신인 미륭건설을 창업했다. 정치인이었던 부친의 반대가 있었지만 친지들에게 돈을 빌려 사업을 시작했다.
미륭건설은 1973~1980년 사우디라아비아 건설 시장에 진출해 20억 달러에 달하는 공사를 수주하면서 그룹의 기틀을 마련했다. 중동건설 경기 붐에 힘입어 성장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1971년 동부고속운수(현 동부익스프레스)를 세우며 처음으로 동부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1980년에는 한국자동차보험(현 동부화재)를 인수한 뒤 1997년 동부하이텍을 설립했다.
고속성장을 거듭하던 동부그룹은 2005년 재계 순위를 13위까지 끌어올렸고, 2013년 말에는 66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1조3000억원을 투입한 동부제철의 전기로 열연공장 사업이 실패하면서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미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핵심 계열사인 제조 부문이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2013년부터 주요 계열사들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혹독한 구조조정을 선택했다. 동부건설은 사모펀드에 넘어갔고, 동부제철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동부발전당진은 SK가스에, 알짜 계열사였던 동부팜한농은 지난 4월 LG화학에 넘어갔다. 현재 동부의 계열사는 23개로 줄어든 상태다. 무엇보다 동부라는 이름을 더 이상 사용하기는 힘들게 됐다.
동부건설이 사모펀드인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되면서 동부라는 상호를 쓰려면 매년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사용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동부는 46년간 사용했던 동부라는 브랜드 이름을 버리고 10월부터 'DB'라는 이름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다만 반도체 사업에 강한 애착을 보여온 김 회장은 집념으로 승부, 동부하이텍을 키워냈다. 시스템반도체를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로부터 위탁받아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국내 최초로 시작한 동부하이텍은 1997년 창립 후 2013년까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자 김 회장은 3000억원에 달하는 사재를 출연하는 결단을 내렸다. 동부하이텍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컸던 것이다. 동부하이텍은 이런 상황 속에서 매각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2014년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지난해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매출 7731억원, 영업익 1724억원을 올렸다.
동부대우전자는 경영권 유지를 놓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지분 45.8%를 보유한 SBI인베스트먼트와 KTB프라이빗에쿼티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동반매각권 옵션 행사와 함께 제3자 공개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부가 최악의 상황은 극복했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남은 계열사에서 탄탄한 수익구조를 만들면서 내실을 다져야 그룹 재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forgetmeno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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