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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 '역사를 몸으로 쓰다'···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입력 2017.09.21. 17:07 댓글 0개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신체는 나와 타인이 관계를 맺고 세상의 다양한 상황들과 만나는 매개이자, 권력·자본·지식 등 현실의 정치가 작동하는 사회적 장소다. 몸은 인간 삶 전반에 속하는 중요한 실재로, 많은 예술가들의 예술매체로 적극 사용되어왔다.

그렇다면 예술 매체로서의 신체와 몸짓이 사회 문화사적으로 반응하고 저항해왔을까.

역사를 몸으로 써내려간 예술가들의 몸짓의 모든 것을 볼수 있는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경기 과천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22일부터 펼치는 전시는 '역사를 몸으로 쓰다'를 타이틀이 단 대규모 기획전이다. 국내외 총 38명(팀)의 작가가 참여, 사진,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총 70여점을 전시한다.

백남준의 1960년대 퍼포먼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발칸 연애서사시', 아이 웨이웨이 '한나라 도자기 떨어뜨리기', 오노 요코 '컷 피스', 하이레드센터 및 제로 지겐의 전위 퍼포먼스 등미술사적으로 중요한 퍼포먼스 사진, 영상작품이 대거 소개된다. 또 국내 작가로 남화연, 박찬경, 임민욱, 옥인 콜렉티브 등이 2017년 신작을 선보인다.

전시의 초점은 1960년대 이후부터 최근까지 예술 매체로서의 신체와 몸짓이 우리를 둘러싼 사회·역사·문화적 맥락과 관심을 어떻게 드러내 왔는가를 다룬다.

1부 ‘집단 기억과 문화를 퍼포밍하다’는 공동체의 집단기억과 문화적 유산을 몸짓으로 재구성하면서 ‘역사를 재상연(reenacting history)’하고자 했던 퍼포먼스 작업을 조명한다. 1960!1970년대 한국의 퍼포먼스 작가들과 일본 전위예술그룹의 집단행동을 통해 당대 특수한 사회 정치적 상황에 예술가들이 어떻게 몸짓으로 반응하고 저항하였는가에 주목한다.

2부 ‘일상의 몸짓, 사회적 안무’는 평범한 일상의 몸짓을 예술의 문맥으로 끌어오면서 현실과 삶의 문제를 역설하였던 1960년대 이후 퍼포먼스 작업을 ‘사회적 안무’의 관점에서 조명한다.

3부 ‘공동체를 퍼포밍하다’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우리 공동체가 안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몸짓으로 표현한 퍼포먼스 작업들을 소개한다. 이 섹션에서는 공동체 일원과의 협업과 대화, 몸과 몸의 친밀한 만남을 통해 ‘일시적인 공동체’를 실험한 집단 퍼포먼스 작업들을 만나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 배명지 학예연구사는 "참여 작가들이 시도하는 ‘몸으로 역사쓰기’는 언어로 역사쓰기와 다르다"며 "언어로 역사 쓰기가 역사를 재현하거나 명증하려는 정확한 목적성에 있다면, 몸짓은 언어가 기입한 역사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역사를 몸으로 써내려간 예술가들의 몸짓이 일종의 ‘대안적이고 저항적인 역사 쓰기’가 될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강연 및 심포지엄도 함께 열린다. 오는 23일 렉쳐 퍼포먼스 및 강연 프로그램 '1960년대 일본 아방가르드 미술과 퍼포먼스 Screening×Agitation'이 개최된다. 제로 지겐의 리더인 가토 요시히로와 1960년대 일본 아방가르드 미술 전문가인 구로다 라이지(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가 참여한다. 11월 4일에는 한국미학예술학회와 공동 주최하는 '전시연계 학술 심포지엄- 역사를 몸으로 쓰다'를 통해 퍼포먼스의 사회적 의미를 학술적으로 조명한다. 전시는 2018년 1월 21일까지.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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