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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5만4천개 백신 폐기되나··· 현장 혼란·불안
입력 2020.09.22. 18:00 수정 2020.09.22. 18:01 댓글 0개광주 647곳 병원 모두 올스톱
빗발치는 문의 전화에 업무 마비
자칫 코로나 더불어 ‘트윈데믹’ 우려
"코로나19와 증상이 비슷하다기에 서두르려고 했는데 접종 중단이라니….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어요."
"백신 접종을 언제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현재 보유 물량은 어떻게 폐기해야 하는지, 관련 지침이 아직 전달되지 못해서 저희도 답답합니다."
국가 독감 예방접종 사업이 시행 첫 날 긴급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현장은 혼란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생산부터 접종까지 냉장 상태로 유지돼야 할 백신이 일부 업체의 이송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돼 접종 중단 조치가 이뤄진 것인데 뚜렷한 후속 조치가 나오지 않으면서 우려만 커지고 있다.
접종 시행 병원에는 접종 대상자들의 문의가 잇따르는가 하면 보건소에는 기존 보유 백신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등을 묻는 민원으로 혼선을 빚었다.
향후 대책이 뚜렷하게 발표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독감과 증상이 비슷한 코로나19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현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2일 광주 기초자치단체에 따르면 독감 백신 국가 무료접종 첫 날인 이날부터 광주 647곳의 병원 모두에서 독감 백신 접종이 중단됐다. 동구 72곳, 서구 112곳, 남구 114곳, 북구 203곳, 광산구 146곳 등이다.
병원들은 진료시작 직후부터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왜 이렇게 통화가 되지 않느냐'는 환자들의 원성까지 듣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할 정도다.
일선 보건소의 경우는 코로나19 지역 첫 감염이 확인된 지난 2월부터 모두 예방접종 업무를 일반 병원으로 위탁한 상황이여서 현장 내 혼란은 없었지만 관련 병원들로부터 밀려드는 민원을 응대하느라 일부 업무에 차질을 빚을 정도였다.
문제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독감 백신 폐기.
현재까지 동구 3천700여개, 서구 1만6천여개, 남구 1만1천여개, 북구 2만2천여개, 광산구 1천700여개 등 5만5천400개의 백신을 각 보건소와 접종병원에서 보유하고 있다. 이들 백신은 이미 오염됐을 우려가 큰 만큼 모두 폐기해야 할 상황이지만 뚜렷한 관련 지침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전량 폐기 후 재수급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에 확보된 백신 수급도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독감 백신 사태가 이미 예견됐다는 의견도 있다.
시민 손은수(45)씨는 "백신이 부족할 수 있다는 말에 서둘러 예약 일정을 잡아두었는데 이를 어쩌냐"면서 "접종이 재개됐을 때 또 다른 혼란이 오지는 않을지 그게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은 "정부 구매 입찰이 늦어지면서 품귀 현상까지 나타났던 백신이다. 고생해서 겨우 목표 물량을 확보했건만 이제 와서 접종을 하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하냐"면서 "백신 접종 일정 혼란은 결국 접종 자체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시스템 개선을 촉구했다.
한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기존에 공급된 물량의 품질검증을 하는데 대략 길게 보면 2주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그 이전에라도 검사, 검토가 이뤄지면 접종 재개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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