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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기승전秋'···화력 부족, 피로감 겹쳐 毒 될 수도
입력 2020.09.21. 06:50 댓글 0개대부분 심증 치우쳐 도돌이표 공방…위력 점점 떨어져
민주당 지지율 오히려 반등, 사퇴 찬반 여론도 비슷해
추석까지 이슈화 지속 방침…與 지지층 결집 역효과도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국민의힘이 아들 군 복무 특혜 의혹에 휩싸인 추미애 법무장관에게 연일 공세를 가하고 있지만 추석 밥상머리까지 '추미애 정국'을 끌고 가기에는 뒷심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당 안팎에서 대두되고 있다.
'추미애 청문회'로 변질된 국회 대정부질문이나 국방부장관 인사청문회 등에서 국민의힘은 '추미애 의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지만, 철옹성을 쌓은 여권의 철벽 수비에 막혀 정기국회 첫 격돌에서 제대로 된 '야당의 무대'를 만들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국민의힘은 대정부질문 등에서 추미애 법무장관에 초점을 두고 집중적으로 공세를 가했으나 이미 쟁점이 된 기존 의혹을 재탕 삼탕하는 무기력한 전략으로 추 장관에게 오히려 역공의 빌미만 줬다. 날카롭지 못한 질문을 던지거나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리면서 본질을 놓치는 전략 부재를 드러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결국 도돌이표 질문과 답변을 반복하면서 '추미애 청문회'의 긴장감도 떨어져 맹탕에 그쳤다는 관전평이 상당하다.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은 '장관 아니면 보좌관 중 누가 전화했나', '보좌관이 아들 부대에 전화한 사실이 있나', '보좌관을 시켜 군부대에 병가 처리했다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은 변화 없나', '국방부 민원실이 아닌 다른 곳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서류로 민원을 제기한 사실도 없나' 등 물증 없이 심증만 앞세운 비슷한 질문을 반복하며 지루한 공세를 이어갔다.
'카투사는 어떻게 뽑나', '군검찰, 헌병대, 기무사가 있지 않나? 군 나름대로 조사를 했어야 한다. 왜 안하셨나' 등 본질과 무관하거나 지엽적인 질문에 매달리기도 했다.
군 휴가 특혜 의혹, 통역병 선발 청탁 의혹, 용산 자대 배치 청탁 의혹, 정치자금 부정 사용 논란 등 추 장관에 관한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때릴 곳'은 많았지만 국민의힘 안팎에선 결정적 한 방이 없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추가적으로 의원별로 내놓는 폭로도 '잽'을 날리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대정부질문이 끝나고 다음날 "추미애 장관의 대정부질문 답변 태도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오만과 궤변과 세 치 혀를 놀린 장이었다. 그것을 제대로 제압하고 나무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정치권 일각에선 지금처럼 추 장관에게 올인하다시피하는 대여(對與) 공세 전략이 국민의힘에 독(毒)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여권발 '추미애 리스크'가 오히려 야권의 리스크를 더 키우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조국 사태 때처럼 정부 여당의 실책만 더해지면 정국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 탓에 정작 정책 대안 마련에는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과 미래통합당 시절 대안 제시보다는 공격을 통한 반사이익을 얻는데 치중했던 전철을 반복할 수 있다는 의구심이다.
'추미애 사태'가 국민의힘에는 양날의 칼이라는 분석도 있다. 추 장관 아들 특혜 의혹에 분노를 느꼈을 고정 지지층인 보수 진영에 더해 청년층 등을 상대로 외연 확장을 노릴 수도 하지만, 반대 급부로 조국 사태 때와 마친가지로 여권 지지층의 결집을 강화하면서 진영 대결로 몰아가는 패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이 추 장관을 엄호하는 과정에서 안중근 의사에 비유하는 등 자충수를 두기도 했지만 당 지지율에 큰 영향은 주지 않고 있다. 공격의 위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특임검사 요구 등 '도돌이표 공세'를 반복하면서 여론의 피로감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추미애 장관 사퇴 동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동의' 49.0%, '비동의' 45.8%로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 리얼미터가 주중 잠정 집계한 9월3주차 민주당 지지율은 PK·호남·20대·중도층을 중심으로 2.3%포인트 상승한 35.7%를 기록해 '추미애 정국' 속에서 오히려 깜짝 반등한 반면 국민의힘은 3.4%포인트 내린 29.3%로 하락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야당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부풀리기는 더이상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단언하면서도 "사실관계를 분명히 가리되 과잉대응은 자제하는 게 옳다"며 내부 입단속에 나선 것도 정국 주도권 싸움에서 자신감을 반증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럼에도 추 장관에 관한 의혹들이 문재인 정권의 핵심 가치인 정의와 공정 문제를 관통하는 '조국 사태'와 오버랩되자,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추미애 사태'를 추석 민심의 화두로 계속 끌고 갈 필요가 있다는 기류가 여전히 우세해 보인다.
당내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추 장관 의혹을 '워터게이트 사건'과 비교하며 "이미 (추 장관의) 아들 사건은 눈덩이처럼 커져 버렸다. 늪에서 허우적거리다 더 깊히 빠져드는 꼴"이라며 "이래저래 추석밥상 메뉴는 '추추트레인'일 수밖에 없겠다"고 강조했다.
한 3선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추미애 장관 사태가 오늘까지 장기화되는 원인은 언론이나 야당이 문제 제기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추 장관 본인과 여권에서 과잉 대응한 것이 더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며 "우리가 끌고 나간다기보다는 추 장관이나 여당에서 과민하게 반응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이슈가 나온다면 국면이 더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이 담담하게 대응하면 우리가 계속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는데 그렇게 못하니까 이 사태가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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