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담양 태목리 대나무

입력 2020.09.20. 17:52 수정 2020.09.20. 19:58 댓글 0개

대나무는 매화, 난초, 국화 등과 함께 사군자(四君子)로 거론된다. 이들은 고결함을 상징하며 옛 선비들이 즐겨 그렸던 문인화의 주요 소재였다. 그 가운데 대나무는 올곧음과 절개, 지조를 상징한다.

매화는 이른 봄의 추위를 뚫고 제일 먼저 꽃을 피워내며 난은 깊은 산중의 은은한 향기로 암시된다. 또한 국화가 늦가을 첫 서리와 더불어 찾아오는 추위에 맞서 화사하고 단정함을 드러낸다면 모든 식물의 잎이 떨어져버린 매서운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않는게 대나무다.

사군자는 그림의 소재이기에 앞서 시문(詩文)의 주제이기도 했다. 난초의 고귀함과 충성심은 전국시대 초나라 시인 굴원의 시(詩), 이소(離騷)와 연관된다. 굴원은 그 시에서 난초의 향기를 즐겨 난을 가득 심었다고 했다. 국화 또한 육조시대 도잠(陶潛)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통해 지조와 은일로 비유되는 자리를 굳혔다. 마찬가지로 지조의 상징인 매화는 일생을 독신으로 은거생활을 했던 송(宋)나라 시인 임포(林逋) 이후로 문인들이 즐겨 원용하게 됐다.

그런가 하면 시경(詩經)은 대나무를 군자로 지칭한 최초의 기록으로 위풍(衛風)편에 중국의 주(周 )나라 무공의 높은 덕과 학문, 인품을 대나무에 비유해 칭송한 시가 있다. 대나무에 대한 옛 문헌의 상찬은 부지기수다.

그런 이력을 지닌 대나무는 담양군의 자랑이자 으뜸 상품이다. 대전면 태목리 대나무 군락지는 전국적으로 유명세다. 용면 깊숙한 곳에서 발원한 영산강 물줄기가 이어지는 하천변을 따라 국내에서는 드물게 퇴적층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대규모 군락지라는 점도 특이하다.

지난 2004년 환경부 지정 담양 하천습지 안에 있는 대나무 군락지는 천연기념물인 매와 황조롱이, 수달 등이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곳이기도 하다. 환경학적으로는 물론 생태학적으로도 보존가치가 뛰어난 장소다.

담양군이 최근 문화재청이 태목리 대나무 군락지를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대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된 것은 처음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지정 예고에 이어 일정 기간 의견 수렴을 거쳐 중앙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과한다면 천연기념물로 확정된다. 이 역시 처음있는 일이다. 대나무의 고장, 담양이 다시 한번 세간의 이목을 끌만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김영태주필 kytmd8617@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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