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기고> 가을 산행의 또 다른 불청객, 말벌 빅데이터 분석

입력 2020.09.15. 13:21 수정 2020.09.20. 19:56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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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철 광주소방본부장

여름의 끝자락에 3차례의 태풍이 지나가더니 이젠 날씨가 제법 선선하다. 청명한 날씨 때문인지 그래도 코로나19의 여파로 예년만큼은 아니지만 등산이나 벌초, 성묘를 위해 산을 찾는 이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의 산에서 우리를 두렵게 하는 가장 무서운 습격자는 바로 말벌이다.

말벌류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는 한 주간 평균 온도가 27~28℃인 8~9월이다. 이 시기는 벌들이 교미, 여왕벌 육성, 애벌레 육아 등으로 가장 바쁜 시기인데, 올해처럼 명절인 추석이 10월 초인 경우 벌 쏘임 피해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그래도 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듯, 벌에 대해서 잘 알고 대처하면 벌 쏘임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광주소방안전본부는 시민들에게 말벌의 위험성에 대해 알리기 위해 말벌의 종류별 출현 시기 및 벌집제거 출동 건수 등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먼저 올해 8월 말까지 광주광역시에서 벌로 인한 출동 건수는 총 1천665건이며, 그 중 1천381건을 차지하는 말벌류 제거 출동건수는 쌍살벌 749건(45%), 외래종인 등검은말벌 344건(20.7%), 말벌 281건(17%), 장수말벌 7건(0.4%)순으로 나타났다. 각 말벌의 특징을 살펴보면, 쌍살벌은 4월부터 출현해서 6월 53건, 7월 139건, 8월 537건으로 8월에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등검은말벌과 말벌은 5월부터 출현해서 7~8월에 월평균 168건으로 점진적 증가한다. 그리고 장수말벌은 7월부터 출현해 9∼10월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말벌류 중 가장 많이 신고 접수된 쌍살벌은 크기가 15~22㎜이며 국내에서 가장 흔한 종으로 관목가지, 처마 밑, 돌담사이 등에 삿갓모양의 둥지를 짓는다. 독성은 심하지 않지만 꿀벌보다는 훨씬 강하다.

두 번째로 많이 신고접수된 등검은말벌은 외래종으로 20㎜ 정도의 크기이며 독성은 일반 벌의 15배 이상이고 벌집은 타원형으로 토종말벌집보다 2~3배 큰데, 대부분 10~15m 높이 나무 꼭대기, 도심 가로수나 전봇대, 아파트 지붕 등에 집을 짓는다. 게다가 번식력과 공격성도 토종 말벌보다 훨씬 강할뿐더러, 매일 수천마리의 꿀벌을 사냥해 양봉농가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

마지막으로 가장 조심해야 할 장수말벌은 크기가 50㎜ 정도이고 독성은 꿀벌의 40배에 이르며, 쏘이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사람의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장수말벌은 자주 출현하지 않지만, 산비탈 등에 주로 집을 지어 산행이나 벌초 시 벌집 입구를 밟으면 벌들은 벌집이 공격당했을 때 가장 흥분하기 때문에 집단으로 장수말벌에 쏘일 수 있다. 말벌의 습격을 당하는 경우 머리 부분을 보호하면서 즉시 20m이상 떨어진 곳으로 피하고, 팔을 휘두르는 등 큰 몸짓은 벌을 더욱 자극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또, 말벌의 공격성향을 보면 말벌은 노란색·흰색 등 밝은 계열의 색 보다는 검은색이나 갈색 등 어두운 색에 강한 공격성을 보이는데, 그 이유는 말벌의 천적이 곰(검은색), 담비(갈색), 오소리(회색) 같은 포유동물이어서 짙고 어두운 색에 민감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소방청에서는 지난 9월 4일 벌쏘임 사고 '경보'를 발령했다. 경보는 벌 쏘임 사고가 주 370건 이상, 벌집제거 출동이 주 1만 건 이상 2주 연속 발생하거나 예상될 때 발령되는데, 이 기간에 안전한 야외활동을 위해 몇 가지 당부 사항이 있다.

벌초나 등산 등 야외활동 시 피부를 완전히 덮을 수 있도록 긴 옷과 챙이 넓은 모자를 착용하고 벌을 유인할 만한 향수나 화장품의 사용을 자제하며 벌초작업 전에 무덤주변에 벌의 왕복 비행을 관찰하여 무덤 주변에 구멍이나 흙무더기가 있으면 말벌의 둥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주변을 살펴야 한다.

만약 벌에 쏘였을 때는 쏘인 부위의 감염방지를 위해 깨끗이 씻고 얼음찜질을 해주면 통증과 가려움을 완화시킬 수 있다. 특히 알레르기 증상이나 과민성 쇼크(아낙필락시스)가 올 경우 신속하게 119로 신고하여 병원의 응급조치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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