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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집콕...신박하고 번개같이 당근하시나요?

입력 2020.09.20. 06:00 댓글 0개
중고 거래 건수, 전년 比 25%↑
지역생활 커뮤니티 '당근마켓'
MZ세대 덕후 모인 '번개장터'
[서울=뉴시스] 당근마켓 '동네생활' 서비스 화면. (사진=당근마켓 제공)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 있는 시간은 늘고, 벌이는 줄면서 소비 행태가 급변하고 있다. 안 쓰는 물건을 내다 팔거나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저렴한 중고품을 사려는 이가 부쩍 늘었다. "중고 시장은 불황을 타고 성장한다"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다.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 1~8월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거래 건수 25%, 거래액 21%였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콕족'이 증가하며 홈 트레이닝 관련 물품 거래는 40% 이상,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 거래는 20% 이상 늘었다.

한편으로는 중고 거래가 단순히 돈을 아끼는 행위라기보다 개인 취향과 가치관이 반영된 합리적 소비라는 것으로 인식이 변하면서 일부러 중고품을 '수집'하려는 이도 많아졌다.

◇우리동네 사랑방, 당근마켓

"당...당근이세요?" 아파트 어귀에서 뻘쭘하게 서서 불안한 눈빛으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남자가 있다면, 그는 아내를 대신해 당근마켓에서 거래된 중고물품을 지닌 사람이다. 인터넷 공간에는 쇼핑백에 담긴 물건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두 가정의 남편이 인사하고 헤어졌다는 당근마켓 거래 체험기가 자주 올라온다.

당근마켓은 최근 월간 활성 이용자(MAU) 1000만 명을 돌파하며 몸집을 불렸다. 당근마켓은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뜻이다. '지역 생활 커뮤니티 서비스'를 지향한다. 당근마켓은 전국 6577개 지역에서 동네 주민들을 연결하고,, 이웃 간 중고 거래를 비롯해 각종 소식과 정보를 공유한다.

남녀노소 쉽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당근마켓은 월 평균 24회, 하루 20분 가까이 사용하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등장해 이제는 지역 기반 커뮤니티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당근에서 사람이 모이는 기준은 '지역'이다. GPS 인증을 기반으로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이웃끼리 연결된다. 지역 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동네 생활'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 오픈하고, 동네 상권 소상공인과 주민을 연결하는 '내 근처' 서비스도 새롭게 선보였다.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이웃끼리 유용한 지역 정보 소식을 나눈다. 인테리어, 카페, 헤어샵, 용달 등 사용자에게 필요한 근처 가게 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불특정 다수에게 물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동네 주민끼리 거래를 하는 만큼, 코로나19로 사람들의 행동반경이 집 근처로 좁혀진 요즘 상황에서 존재감은 빛을 발한다.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중고 거래로 시작한 지역 주민 간 연결이 모여 어느덧 1000만 이용자가 소통하는, 활기 넘치는 지역 생활 교류 장으로 자리 잡았다"며 "건강한 지역 생태계를 조성하고 '연결'에 초점을 둔 서비스를 고도화해 지역 생활 커뮤니티로서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번개장터, 한정판 스니커즈 드로우 이벤트. (사진=번개장터 제공)

◇취향 같은 이들끼리 뭉쳐라…번개장터

번개장터는 '취향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을 표방한다. 지난해 1000만 회원,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예상 거래액은 1조3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 취향이 반영된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끄는 플랫폼이다. 번개장터 이용자 중 MZ세대는 약 80%에 달한다.

번개장터에서의 중고거래는 오래된 것, 남이 쓰던 물건을 거래한다는 개념 차원이 아니다. 내 취향을 반영한 물건을 구하기 위한 합리적 소비가 된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MZ세대에게 있어 소비 행위는 자신의 개성과 가치관을 더욱더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미닝 아웃(Meaning Out)으로 자리 잡았다"며 "번개쟁터에서는 '덕질' 아이템이나 취향을 저격하는 아이템 거래가 활발하다"고 귀띔했다.

최근 리셀(resell·되팔기) 시장에서 가장 핫한 '스니커즈' 거래를 예로 들 수 있다. 한정판 스니커즈는 돈 주고도 못 사는, 귀한 아이템이다. 이 같은 이용자 관심에 번개장터는 지난 7월 말 아이스크림 업체 벤앤제리스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협업해 만든 한정판 운동화를 정가로 구할 수 있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최근의 미니멀라이프 열풍은 tvN 예능프로그램 '신박한 정리' 덕도 크다. 연예계 대표 미니멀리스트인 신애라와 코미디언 박나래, 탤런트 윤균상 등이 의뢰인 집을 찾아가 물건을 정리하는 프로그램이다. '필요'와 '욕구', 두 가지 기준에 따라 소장품을 정리하며 공간을 새롭게 바꾼다. 번개장터가 이 프로그램과 협업 중이다.

매주 방송이 끝난 후 번개장터의 온라인 팝업 스토어 '신박한 스토어'에서 목요일, 월요일 두 번에 걸쳐 의뢰인이 정리한 아이템을 선착순으로 판매하고 있다. 스타들의 추억과 취향이 깃든 물건들은 매번 빨리 매진한다. 스타들의 애장품을 구입한 팬들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언박싱 후기를 남기기도 한다.

광고 상품, 안심결제 등 수익모델을 다각화한 번개장터는 3년 연속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지난 4월엔 569억원 규모 신규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거래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번개페이, 택배 서비스 등을 통해 전국구 단위로 안전하고 편리한 비대면 거래 환경을 구축해 온 것이 성장세 주요 원인이다"고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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