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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넘어북한] 김정은 편지 자랑한 트럼프, 동맹국 한국은 뒷전

입력 2020.09.18. 18:57 댓글 0개
『분노(Rage)』 저자, 미 대선 앞두고 트럼프 실상 밝혀
"도처에 폭탄"있단 트럼프 자신이 미국 안전 위협하는 진짜 폭탄
김정은이 트럼프에 보낸 편지는 아부와 설득 절묘하게 섞어놓은 글
트럼프, 2017년 당시 "김정은은 완전히 전쟁 대비" 했다면서
동맹국 한국 안보에 대한 존중은 없어

【서울=뉴시스】강영진 박수성 기자 =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Bob Woodward)는 최근 신작 『분노(또는 격노)』에서 "도처에 폭탄이" 있어 자신이 방해받고 있다고 말한 트럼프 미 대통령 본인이 미국 안전을 위협하는 폭탄이라고 결론 지었습니다. 이 책은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고받은 미공개 편지 25통의 내용을 담아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책에 실린 김정은 위원장의 편지와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을 보면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존중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뉴시스 북한에디터 강영진입니다.

이번 주 창 넘어 북한은 독후감입니다.

최근 며칠 사이 우리나라에서 한 미국 원로 언론인이 쓴 책이 큰 화제가 됐습니다. 영어로 Rage, 번역하면 ‘분노’ 또는 ‘격노’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1970년대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쳐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도록 만든 봅 우드워드라는 사람이 쓴 책입니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17번 인터뷰하고, 인터뷰 내용을 검증하는 수많은 조사와 취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에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묘사한 것입니다.

기자 경력이 30년이 넘는 저로서도 감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아주 잘 쓴 책입니다.

미국 대통령에 관한 책이 우리나라에서 큰 화제가 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에 벌어진 여러 사건들을 상세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두 정상이 주고받은 27통의 서한들 가운데 공개되지 않았던 25편의 내용을 공개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저 역시 북한 문제를 담당하기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서둘러서 책을 구했습니다. 책이 발매된 것은 미국시간으로 15일입니다. 제가 입수한 것은 한국시간 15일 저녁입니다. 아마존 인터넷 서점에서 e북으로 판매되는 것을 샀습니다. 그래서 인쇄본 책을 보여드릴 순 없는 형편입니다.또 제 작은 휴대폰 화면으로 책을 대충 훑어본 정도여서 책 내용을 꼼꼼히 소개해드리지 못하는 점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말씀드릴 수도 있겠습니다. 이미 보도된 내용들도 있습니다만 소개해 보겠습니다.

본문이 모두 46장으로 돼 있는 이 책에서 북미간 접촉과 관련된 내용들은 대부분 전반부에 나옵니다. 책의 후반부는 거의가 코로나 19 팬데믹과 관련된 내용들입니다. 트럼프 취임 직후 북미간에 전쟁이 임박한 상황이었음을 전하는 내용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11장의 앞부분은 2017년 미국의 국방장관이던 제임스 매티스가 퇴근 뒤 저녁 시간에 눈에 띄지 않게 워싱턴내셔널 대성당에 들어서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경호원들을 물리치고 혼자 성당에 들어선 매티스는 그곳에서 기도와 명상을 하면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고민합니다.

당시 화성 14호 ICBM을 시험발사한 북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압박으로 맞서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두 나라 사이에 충돌이 발생한다면 핵무기를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매티스 장관은 번민했습니다. 매티스 장관의 말을 우드워드 기자가 직접 인용합니다.

“이 문제가 매일 나를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생각해야 했습니다. 쓸데없는 걱정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일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 지, 일어난다면 빨리 멈출 수 있는 방법이 뭔지를 고민했습니다. 최악의 경우 핵무기를 사용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기에, 그런 일이 벌어지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될 것이기에….”

북한이 ICBM 발사를 거듭하고 핵실험을 강행하자 주한미군은 매티스 장관의 승인을 받아 김정은을 겨냥한 미사일 공격을 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여러 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은 주한미군이 보내는 메시지를 알아듣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각종 군사적 압박수단이 추가되고 급기야 2017년 9월23일에는 B-1B 전폭기를 동해 북방한계선 너머로 보내고 북한 영공에 진입하기 직전에 회항시키는 작전을 벌였습니다. 그러자 한국 정부가 너무 깊이 들어갔다고 우려하는 의견을 미국에 전했다고 합니다.

이런 내용들은 당시 상황이 매우 긴박했음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라고 우드워드 기자는 소개하고 있습니다.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당시 전쟁 직전까지 갔다는 걸 여러 차례 밝혔다고 썼습니다.

2019년 12월13일 우드워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다음은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입니다.이해를 돕기 위해 내용을 일부 각색했습니다.

“김정은은 철저히 전쟁 준비가 돼 있었어요.”

“김정은이 직접 그렇게 말했나요?”

“어, 예 그래요.”

“정말요?”

“김정은은 완전히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전쟁이 날 걸로 예상했지요. 그렇지만 내가 그를 만났기 때문에 전쟁을 막을 수가

있었습니다.”

우드워드 기자는 이 상황에 대해 댄 코츠 당시 정보국장(DNI)와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CIA국장 측근을 접촉해 다시 확인했습니다. 댄 코츠 국장은 “우리 모두 충돌로 가는 길 위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고 김정은은 평양에 온 폼페이오에게 “전쟁 직전까지 갔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폼페이오는 뒤에 측근에게 “김정은이 진실을 밝힌 건지 허풍을 친 건지 우린 알 수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우드워드 기자는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에 전쟁 직전까지 갔다고 강조하는 건 자신이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했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는 걸 막았음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김정은과 가진 세 번의 정상회담에서 얻은 건 하나도 없고 김정은한테 미국 대통령과 직접 마주하는 선물만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반박하려는 의도라는 거죠.

그렇지만 당시 매티스 국방장관이나 댄 코츠 정보국장이나,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 등은 미국과 북한이 충돌할 위험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고 그에 대비하고 있었음을 우드워드 기자는 전하고 있습니다.

책 내용을 더 자세히 소개하기엔 시간이 부족합니다. 제 소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책은 우드워드 기자가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에 대한 정확한 실상을 미국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쓴 책이라고 합니다. 우드워드는 책 말미에 실린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밝힙니다.

올해 2월 7일에 가진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도처에 폭탄이 있어요.”

자기가 하는 일들이 이런 저런 일로 방해 받고 있다는 뜻에서 한 말이라고 합니다.그렇지만 우드워드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바로 그 폭탄이라고 결론 내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나친 성격, 신중하지 못하고 절제력이 없는 점, 자기가 임명한 사람들을 믿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전문가들마저 불신하는 점, 미국의 제도를 망가뜨리면서 갈등을 가라앉히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 점,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점, 다른 사람을 경청하지 않고 해결책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점 등이 그렇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매티스 전 국방장관, 틸러슨 전 국무장관, 댄 코츠 전 정보국장 등이 트럼프가 미국을 위협하는 불안정 요소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요. 책을 다 읽고 난 제 소감은 이렇습니다.우드워드 기자가 트럼프가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장본인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그보다 몇 배, 몇 십 배 이상 한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동맹을 홀대하면서 무리한 요구를 많이 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일입니다. 그런데요. 그의 그런 행동이 특히 한국의 안보에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이번에 새롭게 밝혀졌습니다.

지난해 8월 9일 트럼프는 백악관 잔디밭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이 보냈다는 편지를 흔들면서 "어제 김정은에게 멋진 편지를 받았다. 아주 긍정적인 내용"이라고 자랑했습니다. 기자들이 내용을 물었지만 트럼프는 얼버무리고 말았지요.

그렇지만 이번에 우드워드 기자가 공개한 편지의 내용은 트럼프가 자랑할 만한 내용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책 내용을 인용하겠습니다.

"어투는 공손했다. 그렇지만 내용은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완전히 식어버렸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었다. 실망한 친구 또는 연인이 보낸 편지 같았다. "

김정은은 트럼프가 판문점 회동 장면을 담은 사진을 보내준 것에 대해 고맙다고 합니다.

다시 책을 인용하겠습니다. 김정은의 편지 내용입니다.

"중요한 문제를 논의할 양국 실무협상을 앞두고 도발적인 합동군사훈련이 취소 또는 연기될 것으로 믿었습니다. 한반도 남쪽에서 진행되는 합동군사훈련이 누구를 상대로 하는 건지요? 누구를 저지하려는 거며 누구를 패배시키고 공격하려는 겁니까? 이론적으로 전쟁준비 훈련의 목표는 우리 군대입니다. 우리가 오해하는 게 아닙니다. 남한의 국방장관이라는 사람이 이런 생각을 뒷받침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우리의 재래식 무기 현대화가 도발과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도발과 위협이 계속되면 우리를 적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앞으로도 남한 군대는 우리의 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당신이 언젠가 말했듯이 우리는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남한 군대는 우리 군대의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미군이 이 병적이고 대단히 민감한 행동을 남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모욕당했다는 이 기분을 당신에게 감추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 기분이 나쁩니다. "

우드워드 기자는 CIA가 김정은의 편지를 누가 작성했는지를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편지가 정말 걸작이었다고 평합니다. 떠벌리기 좋아하고 역사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는 트럼프를 상대로 아부와 설득을 절묘하게 섞어놓은 글이라는 점에 대해 분석가들이 경탄하고 있다면서요.

그렇지만 말이죠. 이 편지를 두고 '멋진 편지' '긍정적인 내용'이라고 자랑한 트럼프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요? 김정은의 편지가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을 완전히 깔아뭉개고 있는데도 자기를 향해 갖은 아부를 한 것만이 그렇게 좋았을까요?

하긴 트럼프는 우드워드 기자에게 김정은이 장성택의 시신을 당간부들이 오가는 건물 중앙 계단 위에 전시했다고 밝혔습니다. 머리를 잘라 가슴 위에 올려놓은 채로 말이죠.그런데도 트럼프는 김정은이 '대단히 영리하다'고 칭찬만 했습니다.

세계 최강국이자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를 자처하는 미국 대통령인데 인권에 대한 존중이나 독재자에 대한 혐오는 전혀 없는 모양입니다. 나아가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존중도 눈을 씻고 찾을래야 찾기가 힘든 것 같네요.

사족입니다. 책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2017년 B-1B 전폭기가 북한 영공 바로 앞까지 비행했다는 점을 북한이 즉각적으로 알아채지 못하고 보도가 나온 뒤에야 허둥지둥했었다는 일화가 기억납니다.

그런데도 김정은은 남한 군대가 자기 군대의 적수가 안 된다고 떠벌렸습니다. 핵무기만 믿고 너무 기고만장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창 넘어 북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pzcmaria@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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