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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살에 공부, 안먹어도 배부르다"···문해교실 시화전 눈길

입력 2017.09.21. 14:20 댓글 0개

【홍성·예산=뉴시스】유효상 기자 = "학교 가는 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홀로 된 어머니에게 학교를 보내달라고 할 수 없었다. 책보를 매고 학교에 가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86살에 공부를 하다니 안먹어도 배부르다."

충남도의회 의사당 2층 로비에서 21일부터 특별한 전시회가 열려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확 잡아 당긴다.

충남평생교육진흥원 주관으로 도내 문해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들이 직접 쓴 글을 액자에 담아 전시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진흥원은 지난 8일 문해교육의 날을 맞아 시·군 문해교실서 접수받은 글을 액자에 담아 오는 11월 18일까지 충남도청, 도교육청, 도의회, 시·군청 등을 돌며 순회 전시회를 갖는다.

이 글을 천천히 읽다 보면 숙연해지고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어르신들의 고달픈 인생과 공부에 대한 평생의 한, 열정, 기쁨 등이 그대로 녹아 있다.

부모님의 도움으로 공부에 대한 걱정 없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와 청소년들에게는 이해가 안될 수도 있다. 그러나 노인 세대에게는 먹고 살기 힘든 인생 속에서 공부는 사치였고 머나 먼 꿈에 불과했다.

전시회에 작품을 제출한 노인들은 초등학교에서 기초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래서 한글을 이제야 터득했다. 비록 문장작법을 제대로 갖춰 작성한 글은 아니지만, 글 쓰고 공부하는 것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표현해냈다.

전시된 글 가운데 '핑크 빛 사랑'이란 제목의 글은 "폐암 3기, 6개월 밖에는... 당신은 4남매와 저를 남기고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났다. 가슴이 너무 아파 우울증으로 나날을 보내던 중 앞집 친구가 공부 같이 다니자는 말에 공부를 시작했고 이제는 공부가 꿈에 보이는 핑크 빛 사랑이다"고 노래했다.

'공부한 보람'이란 제목의 글은 "어려서 몸이 아파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70 중반에 용기를 내 공부를 시작했다. 내 이름도 쓰고, 농협 가서 돈도 찾고, 고지서도 볼 수 있어 공부한 보람이 있네.."라고 했다.

'내 인생의 꽃'이란 글은 "백발이 성성한 나이에 한글을 배우게 되어 어둡기만 하던 내 인생도 해방이 되었다. 일도 많고 귀찮아서 공부를 쉬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참고 공부했더니 남은 인생 꽃이 핀 것 같다"고 했다.

충남평생교육진흥원 전보배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문맹률이 낮은 것으로 알지만 아직도 기초교육조차 받지 못한 분들이 많아 문맹률이 낮다고도 할 수 없다"며 "TV 프로에서도 문해교육에 대해 나오기는 했지만 더 많은 국민들이 알고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평생교육원에서는 시·군 문해교실에서의 사업을 지원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동시에 교사들도 양성하고, 많은 도민들의 참여와 이해를 돕기 위한 홍보활동에도 주력하고 있다.

yreporte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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