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격리생활기···확진자와 동선접촉, 격리 4일차

입력 2020.09.16. 11:03 수정 2020.09.16. 16:59 댓글 0개
엄해정 이사가 전하는 코로나 교훈
엄해정 이사

무등CEO아카데미 출신인 엄해정 광남목재건재㈜이사가 코로나 격리 생활담을 본지에 보내왔다. 멈춰버린 일상의 불편함에서부터 경제적 손실, 확진자에 대한 미움과 원망, 방역 직원들의 밤낮없는 노고, 그리고 격리생활 속에서 찾은 자신만의 희망 노래와 슬기로운 대처법까지 4일간의 생활기를 전한다.

수줍은 새색시 얼굴 내밀듯 동백 꽃이 필 무렵,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그 손님은 결국 9월 12일 토요일 저녁, 제 삶을 멈추게 하고 말았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으니 CCTV를 보여달라"는 보건소 직원의 말에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후 보건소 직원들은 확진자가 머물렀던 곳의 동선과 함께 접촉자들의 명단을 확인하더니 급히 또 다른 방역현장으로 떠났습니다. '다른 곳의 방역이 끝나는데로 다시 오겠다'고 하더니 밤 10시30분이 넘어서야 현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그 늦은 시간에 접촉자들을 찾아 이동을 반복하는 이들의 무거운 발걸음과 지친 뒷모습에 마음이 짠해 왔습니다.

하루동안 밤잠을 설치며 확진자가 된 것 같은 긴장된 시간이 흐르고, 13일부터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었습니다. 이후 모든 일상이 멈춰진 상태입니다. "코로나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고 그저 TV 속 뉴스에서나 벌어지는 일이라고 치부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한 순간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 내게 온단 말인가?"

무심코 지나친 어떤 한 사람으로 인해 그와 접촉한 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받아야 하고 자가격리를 당해야 했습니다. 그로 인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제적 손실과 업무마비, 24시간을 48시간처럼 열심히 뛰어야만했던 일상의 일들이 모두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외부 차단에 은행대출 업무도 도장을 찍어 엘리베이터에 서류를 실어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며 못다한 일을 마치곤 합니다.

답답함이 지쳐갈 무렵, 조심 없이 함부로 행동한 사람들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계속 제 마음 속 원망이 커지려던 순간에 전에 읽었던 '마음속 개'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어느날 제자가 붓다에게 물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나운 개와 착한 개, 두 마리의 개가 살고 있는데 결국 어떤 개가 이길까요. 붓다는 말했습니다. 먹이를 주는 쪽…."

계속 누군지도 모르는 확진자나 접촉자를 미워하고 원망할 것인 지, 아니면 원망과 미움을 비우고 희망을 되찾을 것인 지. "아니다. 코로나가 밉지 확진자는 미울 게 없다. 확진자 역시 피해자이고 또 다른 누군가로부터 확진 판정을 받지 않았는가."

이렇게 마음을 고쳐잡으니 그제서야 다른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내 자신의 맨 얼굴을 보는 시간 보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을 더 많이 봐야 하는 이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스크와 장갑을 낀 채 밤낮없이 코로나 확산을 막는 방역 최전선의 사람들. 밤 11시까지 건물의 사무실과 계단 방역에 땀 흘리는 직원들. 지친 몸을 끌고 또 다른 방역 현장으로 이동하는 그들의 뒷모습. 순간, 이들의 어깨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보자 자칫 원망으로 가득 채울뻔한 제 모습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근 7개월 동안 모든 일상을 지배한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들의 생활 속에 머물며, 아니 안방까지 점령하며 소중한 것들을 빼앗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격리생활 속에서도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가져보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들 속에 근력운동과 책쓰기, 밀린 집안 일들까지 정리하고 챙겨가며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것들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속 '슬기로운 격리생활'입니다.

TV 광고 속 카피처럼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머지않아 이 어려운 상황들을 이겨내고 모두가 승리하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광주도 빠른 시일 안에 코로나가 잠잠해져 모든 시민들이 소중한 일상을 하루빨리 되찾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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