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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우위' 신축도 부르는 게 값···가을 전세시장 '혼란'

입력 2020.09.16. 06:00 댓글 0개
임대차2법 시행 이후 '신축 입주=전셋값 안정' 빗나가
래미안포레스트 등 입주 단지 전셋값 1~2억 '웃돈'
임대차법 시행에 따른 매물 품귀에 집주인 '배짱호가'
"전셋값 상승 불가피" vs "가을 전세 상황 지켜봐야"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서울 영등포구 63아트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2020.08.12.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 입주를 앞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 이 단지 전용 59㎡의 전셋값은 최근 10억~11억원대에 나와 주변 전세 단지보다 1억원 이상 호가가 높다.

이 단지는 2개월 전까지만 해도 같은 크기의 전셋값이 8억~8억5000만원 수준이었으나 불과 한 달 새 2억원 이상 뛰었다.

일반적으로 신축 아파트 입주 시기에는 전셋값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으나 최근에는 달라졌다.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에 따른 영향으로 전세 물량이 급격하게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전세 물량이 부족해지자 집주인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는 공급자 우위의 시장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재건축 등 실거주 요건 강화로 전세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계약갱신청구권 시행까지 겹치자 신축 전셋값마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매물 부족 사태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임대차2법 시행으로 신규 전세 수요가 감소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시장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1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 7일 기준 117.5를 기록해 지난 주(116.4) 대비 1.1포인트(p)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공급과 수요 상황을 0~200 사이의 점수로 나타내는 이 지수는 임대차2법 시행에 따른 영향으로 지난 8월10일 120.0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3주째 감소했다가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지수의 반등은 전세 공급에 비해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서울 지역 전반에 전세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배짱 호가가 속출하고 있다.

전세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집주인이 10% 정도는 호가를 높게 부르는 게 일반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강남이나 학군 지역, 역세권 등 선호 지역이나 단지는 수천만원에서 1~2억원가량 웃돈을 붙여 내놓고, 일부 세입자들은 집주인이 부르는 대로 값을 치르면서 신고가 경신 행진이 나타나고 있다.

예년 같으면 전셋값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을 신축 아파트 입주도 전세 품귀로 인해 시장의 판도를 바꾸지 못하고 있다.

신축 아파트의 경우 입주자가 세입자를 받아 잔금을 치르는 경우가 적지 않은 반면 거래량이 많지 않아 시세 형성이 어렵고, 등기이전 문제 등으로 전셋값이 저렴한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양도세 비과세 혜택,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신축 아파트에서 나오는 전세 매물이 귀해졌다.

또 세를 놓을 경우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전세퇴거대출이 불가능해진 데다, 계약갱신청구권의 영향으로 4년 이상(2+2년) 매매가 어려울 수 있어 신축 전세도 귀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개포래미안포레스트 외에도 이달 입주하는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리더스원도 주변 전셋값보다 2억원 이상 높은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을 전세를 앞두고 집주인 우위의 시장 상황이 지속되면서 수요자들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권대중 명지대 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2법 시행 이후 3기 신도시 대기 수요 등으로 전세 수요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반면 공급은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당분간 상승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전월세 시장에 나타난 혼란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분석도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에서 8월 확정일자를 신고한 전월세 거래는 5만3076건으로, 전년 같은 달 5만2772건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0.6% 증가했다.

특히 8월 전세는 3만1929건으로, 전년 같은 달 3만352건 대비 5.2% 증가했다. 지난 7월(3만6182건)보다 서울의 전세 거래량이 11.8% 감소하긴 했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도 2년의 계약기간이 추가로 보장되기 때문에 수요도 감소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다만 신혼부부 등 신규 전세를 찾는 임차인의 경우 이 같은 계약갱신청구권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데다, 단지마다 전세 물량이 적어 거래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특히 앞으로 3기 신도시 등 청약 대기로 전세 수요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가을 전세 대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올해 가을 전세시장의 향방에 따라 임대차2법 시행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구조적인 전세난으로 비화할지에 대한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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