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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형제복지원사건, 진상 규명 왜 늦어지나
입력 2017.09.21. 06:30 수정 2017.09.21. 15:32 댓글 0개【부산=뉴시스】허상천 기자 = 30년전 ‘한국판 홀로코스트’로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을 불러 일으킨 부산 형제복지원사건이 최근 다시 부각되고 있다.
형제복지원사건 진상규명대책위원회 한종선(42) 위원장 등 5명이 지난 6일 형제복지원 옛 터인 부산 주례동에서 국토종단 출범식을 갖고 22일간의 도보행군에 돌입한뒤 20일 보름째 고난의 발걸음을 계속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위원장 일행은 22일간 총 486.44㎞ ‘국토대장정’을 거쳐 오는 27일 청와대에 도착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전할 계획이다. 어제 세종시청을 거쳐 21일에는 천안 선문대학까지 걸어갈 예정이다.
한 대표는 "지난 정부에서 특별법 제정이 무산된 뒤 문재인 정부가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약속 했으나 그 속도가 더뎌 피해생존자들의 몸과 마음을 애타게 하고 있다"면서 "형제복지원 사건은 잊힐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국토종단 이유를 밝혔다.
문 대통령도 대선때 형제복지원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생존자들에 대한 지원대책을 약속해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정부가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노숙인과 거리에 부랑아 없는 사회를 만든다는 명분을 내세워 당시 부산 주례동에 위치한 사회복지시설 형제복지원에 부랑아들과 노숙인들을 강제 구금한 인권 유린 사건이다.
이 사건은 울산지검에 근무하던 김용원 검사가 당시 형제복지원 소유인 울산 반정목장에서 벌어진 강제노역 인권침해 사건을 수사하면서 몸통인 형제복지원의 비리가 드러났다.
형제복지원에서 끌려 온 원생들이 제대로 먹지도 못한채 강제노역과 잠잘때도 발목에 사슬을 묶는 등 불법감금 한 것을 비롯해 탈출을 시도하던 원생을 관리자가 폭행, 숨지게한 사실도 밝혀냈다.
부산 형제복지원은 1975년 7월부터 1987년 6월말 폐쇄될 때 까지 국가의 훈령에 의해 3500여명을 단속·수용하면서 원생들의 기본권을 짓밟았다.
1987년 당시 확인된 수용자 숫자만 최소 3164명이다. 특히 군대식 지배 구조로 운영되면서 일상적인 강제 노역과 구타·학대·굶김·성폭력·살인 등이 자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소년, 소녀들은 소대장이나 상급자들의 성적 노리개로 성폭력에 시달렸고 그 충격으로 정신병동에 갇히거나 폭행 후유증으로 죽어 나갔다.
사회복지시설 형제복지원에서 최소 513명이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채 사망처리됐고 주검 일부는 암매장되거나 의대에 팔려나가 시신조차 찾을 수 없게된 사실도 확인됐다.
◇ 형제복지원사건 진상 규명 왜 늦어지나.
형제복지원 진상규명 대책위 한종선 위원장은 “2012년부터 국회앞 1인 시위 등을 하며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해 왔으나 실현되지 않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형제복지원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생존자들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해 억울하게 불법 감금됐던 형제복지원 수용자들의 피와 눈물을 닦아주고 한을 풀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한씨는 30여년전 여덟살 철부지 소년시절 ‘부랑아’라는 도장이 찍혀 부산 형제복지원에 갇히면서 ‘84-10-3618’번이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1984년 10월에 3618번째 입소했다는 의미다.
한씨를 비롯한 수용자들은 정규교육은 커녕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건축용 자갈을 깨거나 외주업체의 일감인 전선 피복 벗기는 작업에 동원됐다. 작업이 더딜 경우 매질과 발길질을 당하기 일쑤였고 군대 처럼 소대원으로 편성돼 밤에는 악몽 같은 단체 기합이 반복됐다.
이후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1986년 사망)에 대한 구속 수사에 착수했지만 외압으로 수사 검사가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제대로된 수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재판과정에서도 불법 감금사실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가해자들에 대한 면제부만 주고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특히 같은 시기에 발생한 시국사건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에 가려 형제복지원의 불법 운영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데다 당국의 비호아래 조직적인 범죄 은폐 등으로 불법 감금사건의 축소·은폐가 이뤄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후 30여년이 지나도록 국가와 사회가 외면하는 사이 나이 든 수용자들은 대부분 강제 노역과 영양실조 등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고 교육을 받지 못한 어린 원생들도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져 행적조차 찾을 길이 없는 실정이다.
형제복지원 특별법이 2014년 7월 제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지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20대 국회에 도 상정돼 계류 중이다
◇형제복지원사건 문제점
형제복지원사건은 국가의 훈령을 근거로 단속하면서 경찰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제대로된 신원확인도 거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연행돼 억울한 수용자가 많이 발생했다.
수용자들은 대부분 수용 적격성 등의 심사 절차도 거치지 않고 연행돼 탈출할 수 없도록 요새처럼 구축된 형제복지원에 수용돼 바깥 사회와 철저하게 단절됐다. 외부와 연락이 끊겨 가족들이 찾아도 연락이 닿지 않아 실종자로 처리되기도 했다.
관리 감독기관인 부산시도 수용자들의 신원확인이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관계기관이 지금이라도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 파악과 피해자 구호,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노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수용자들의 실태 파악과 인권침해, 의문사 등에 대한 진상을 확인하고 사건을 축소시켰던 상황과 국가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통해 또 다른 억울한 인권 침해를 막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회단체 등에서는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자 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정에도 부산시가 적극 나서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형제복지원 진실규명을 위한 대책위 조영선 집행위원장은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랑아’라는 명목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대표적인 인권 유린사례”라며 “새 정부는 30년전에 자행된 인권침해 진상을 밝히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herai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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