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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야당도 '우분투' 자세로 코로나19 위기사회 극복해 나가야
입력 2020.09.11. 12:44 수정 2020.09.13. 13:06 댓글 0개우리 사회에는 명(明)과 암(暗), 선(善)과 악(惡), 정(正)과 부(不)가 공존한다. 지난 100여년의 한반도 역사도 그러했다. 그러나 종당에 가서는 항상 옳은 길로 흘러왔다.
적폐청산은 계속되어야 역사의 교훈
세도정치와 열강들의 간섭으로 조선사회가 위기에 처하자 1894년 국민들은 정치개혁을 요구하며 동학농민혁명을 일으켰다. 이를 핑계로 일본과 청나라 군대가 한반도에 진주하자 무기를 버렸다. 그러나 우리 땅에서 일어난 국제전쟁을 막진 못했다. 1910년 일제가 한국을 병탄하자 많은 국민이 비분강개하고 있는 동안 친일세력들은 이를 환영하는 시가행진을 벌였다. 이후 36년간 친일세력은 귀족 칭호로부터 토지분배까지 다양한 특혜를 누렸고, 반면 투쟁에 나선 독립운동가들은 밀정들의 눈길을 피해가며 독립운동을 해야만 했다.
광복이 되면 모든 악이 추방될 줄 알았다. 그러나 친일집단은 재빨리 미군정에 빌붙어 징벌을 피했고, 반민족특별위원회를 습격하여 친일분자처벌법을 무력화시켰다. 반공을 내세운 일부 단체들은 친일경력 공무원들의 비호 아래 폭력을 휘두르는 과오를 저지르기도 했다. 제 1공화국때는 관료 제일주의가 횡행하면서 부정부패가 조장됐고, 군부는 1990년대까지 '하나회'라는 특정 세력을 만들어 주요 보직을 독차지했다. 1997년 5·18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되고, 민주화가 제도적으로 완성되었으나 정보기관이 정치에 개입하는 일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존경받을만한 정치지도자를 갖지 못한 불행도 있었다. 이승만은 미국 명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독립운동까지 했으나 대통령을 네 번 하려다 쫓겨났다. 박정희 역시 장기집권 유혹을 이겨내지 못해 고려 무신정권때처럼 심복에게 살해당했다. 이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군사반란과 부정부패로 중형을 선고받았다가 특별사면으로 풀려났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부정부패 등으로 수감상태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에 반해 국민은 4·19학생의거, 5·18민중항쟁, 6·10항쟁, 촛불혁명까지 쉼없이 개혁과 적폐청산을 요구해 왔다. 그리고 진행중이다. △불법적인 공권력에 대한 저항 △높은 도덕성 △공동체 정신 △전정한 민주주의 실현요구로 정리되는 '광주정신'도 개혁운동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북한 특수군 파견' 등 5·18 왜곡 주장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 정리된 역사를 부정하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정치권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애국보수'를 자처하는 집단이 나타났고, 야당이 그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듯 하자 정권타도까지 외쳤다. 심지어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정권을 넘겨주려 한다"는 얼토당토 않는 주장까지 폈다. 야당은 방관했다. 그래서 야당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진정한 '보수'는 '가치있는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사회불만집단은 지난 100년 역사 속에서 청산됐던 부정적 현상들이 다시 나타난 꼴이다. 그들은 더 나아가 코로나19를 옮기는 주체가 되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감염 차원에서는 국민을 위해 단호한 차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선의의 참여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므로 정당들은 올바른 정치활동을 통해 이들을 혹세무민하는 극단주의자들로부터 구해내야 한다. 야당도 과거의 정치적 과오를 반성하고 새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100년 역사가 가르쳐준 교훈이자 민주사회의 지향점이다.
야당, '과오' 반성 후 불만집단 수용을
마침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7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우분투'를 내세워 여야 협치를 강조했다.
"당신이 있어서 내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여당이 야당에게만 부탁한 게 아니라 야당도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사회불만집단을 우분투의 자세로 끌어안아 정상적인 사회집단이 되도록 하라는 요청도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 <기고>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나는 파리 19구에 산다. 서민 동네이자 치안이 나쁘기로 소문난 구역이라 한국인은 거의 만나기 어렵다. 옆방 이웃은 난민 출신이다. 우리는 파리 주민이자 이방인이다. 남의 나라에서 남루하게 살아가는 처지라 생활이 풍족하지는 않다. 대신에 1980년대 한국 달동네에서 있었을 법한 일화가 가끔 일어난다. 어느 방에서 아이가 너무 울면 문을 열어 남의 아이를 안고 달래준 달지, 이 빠진 접시에 음식을 담아 맛보라고 가져다준달지….벽은 소음에 취약해 옆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상히 알려준다. 이웃으로 살면서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소리로 확인한다. 옆방에서는 아프리카 노래가 자주 흘러나온다. 엄마는 아이에게 큰소리로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 밝은 리듬에 콩룩콩탁 거리는 발음이 사랑스러운 노래다. 내용을 알 수 없지만 밝고 흥겹다. 때로는 이 귀여운 노래 위에 시름이 느껴질 때도 있다.낯선 리듬과 노랫말을 가만히 듣고 있자면 새댁의 하루가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옆방에서는 나의 한국어를 꽤나 들었을 것이다. 내가 일 때문에 지방에 며칠 다녀왔을땐 내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다며 새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한 적도 있다.옆방 새댁이 어떤 경로로 파리에 오게 됐는지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아이를 데리고 미장원으로 출근한다는 정도만 안다.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옆방 모자를 만났다. 넓은 천을 이렇게 저렇게 꼬아 머리에 두르고 아프리카 스타일 프린트가 화려한 외투로 한껏 차려입었다. 예쁘다. 지하철 의자에 나란히 앉은 모자를 맞은편에 앉은 내가 핸드폰으로 찍는다. 엄마 등에 업혀 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칭얼대던 아기는 어느덧 엄마에게 프랑스어로 떼를 쓸 정도로 컸다.일하러 가느냐고 그녀가 내게 묻는다. 지하철 창문 쪽으로 유리 닦는 시늉을 하며 청소라고 프랑스어로 발음한다. 나는 요즘 청소 일을 한다."이브람 엄마도 일하러 가요? 미장원이 어디에 있어요?" "아뇨, 오늘 일 안 해요. 그런데... 20유로... 있어요? 20유로만 빌려줄 수 있어요?"돈 빌려달라는 말에 머릿속이 순간 복잡해진다. 20유로면 3만 원정도 된다. 지갑 속에는 꼬깃꼬깃한 5유로짜리 지폐와 동전이 들었다. 주로 카드를 사용하니 현금 가지고 다니는 일이 드물다. 잠깐 고민 후 돈이 없다고 대답한다. 새댁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표정에 낙담하는 기색이 역력해 미안할 지경이다."이브람 엄마, 집에 지갑 놓고 나왔어요?" "미장원 일 못한 지 한 달도 넘었어요. 체류증이 끝나서 일 못해요. 먹을 게 없어요. 파리에 친구가 없어요."난민 체류자격 기한이 끝나 미장원에서 해고된 모양이다. 프랑스에서 체류증 없이 노동하는 건 불법이다. 두 모자가 지하철에서 내린다. 엄마에게 잡히지 않은 손을 연신 흔들며 아이가 떠나는 내게 인사한다. 옆방에 사는데 밖에서 만나니 새삼 반가운 모양이다. 아이의 작고 까만 손을 바라보며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유튜브 아카이브에서 1980년 어느 날의 '이종환의 디스크쇼' 오프닝이 들린다. 해외에서 생활하다가 이따금 향수병에 시달릴 때 한국 라디오가 위안이 돼준다.성북구 종암동 이창수 씨의 엽서입니다. 당신의 모든 것을 열망하는 나의 사랑을 믿으십시오…. 어느 청취자의 절절한 사랑고백이다. 1980년 이창수 씨는 그녀에게 구애하며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를 신청했다. "당신이 지쳐 작게 느껴질 때 두 눈에 눈물 고일 때 내가 눈물을 닦아드릴게요. 당신이 잘 지내지 못하고 당신이 길에서 떠돌 때 나는 당신의 편이에요. 외로운 당신을 위해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당신을 지켜줄게요…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창수 씨는 사랑을 이루었을까. 험한 세상에서 그녀를 위해 다리가 되어주었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준 적 있는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인다.지하철에서 찍은 사진을 새댁에게 전송한다. 사진 속에서 아이가 손가락으로 V를 그려 보이고, 엄마는 공작새처럼 화사하게 웃고 있다. "메르시 마마"라고 답장이 온다. 신혜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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