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흑산공항 건설, 언제까지 미뤄지나

입력 2017.09.20. 16:52 수정 2017.09.20. 17:27 댓글 0개

착공 직전의 신안 흑산공항 건설사업이 1년 가까이 보류되면서 연내 착공이 불투명해졌다.

특히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높은 점수로 통과한 흑산공항 건설 사업이 뒤늦게 ‘자연공원법’에 묶여 이대로 영영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0일 전남도와 신안군에 따르면 지난달 흑산공항 기본설계안을 서울지방항공청에 제출했다. 국토교통부 건설기술 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 금호는 설계 적격자로 인정받아 조달청과 예비계약을 한다. 실시 설계는 120일가량 소요돼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해야만 연말 착공이 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환경부 심의가 걸림돌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진행된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계획 변경안 심의에서 “철새 이동의 중간 기착지인 흑산도에 공항이 건설될 경우 환경훼손이 우려된다”며 철새 보호 대책 등을 요구하며 보류 결정을 했다.

올 상반기 중 재심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위원회 정비 절차 등으로 아직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전남도와 신안군 등은 조속한 심의를 촉구했다.

흑산공항 건설은 2009년부터 본격 추진됐다.

흑산도 동북쪽 끝단 지역에 약 1천800억원을 들여 1천200m 길이 활주로를 갖춘 소형 공항을 짓는 사업이다.

이 공항을 통해 주민들이 기존에 서울가는데 7시간 이상 걸리던 것이 경비행기로 김포·무안공항까지 1시간 만에 가고, 관광객들도 비행기로 흑산도에 도착해 홍도 등 주변 섬들을 배로 둘러볼 수 있다.

이 사업은 2013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B/C(비용 대비 효용)가 4.38로 나올 만큼 경제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환경부도 자연공원법 시행령 등을 고쳐 국립공원 내 소형 공항 건설 근거를 마련한 데 이어, 2015년엔 공항 건설 장소를 흑산도 동북쪽 지역으로 결정하는 데도 동의했다.

그러다 작년 11월 ‘공원 계획 변경’ 등을 심의하는 국립공원위원회가 ‘철새 보호 대책이 미진하다’며 환경부가 ‘공항 건설 불가능’ 쪽으로 돌아섰다.

국토부 측은 공항 예정지 인근 초지가 ‘철새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환경부 지적에 따라 초지·습지 등 다섯 곳을 대체 서식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환경부가 이번엔 “대체 서식지 성공 사례가 없다”면서 헬리콥터나 배편을 늘리는 등 대안을 제시했다.

예타 점수도 높고, 기본계획도 수립돼 ‘삽만 뜨면’되는 시점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

흑산공항 건설 기류가 부정적으로 흘러가자 주민들의 우려감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환경운동가 출신 환경부 장관이 철새 보호만을 내세워 수십년동안 바란 흑산주민들의 염원은 묵살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7월 청와대와 환경부 등 12개 기관에 6천218명 명의로 흑산공항 조기 건설 촉구 청원서를 제출하는가 하면 8년을 기다려온 흑산공항 사업 자체가 표류하는 게 아닌지 환경부에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철새와 공존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철새 대체 서식지 조성 차원에서 새들의 먹이 활동을 위해 조·수수 농사를 짓고 새들의 비행고도를 고려해 전신주를 제거하고 나무 가지치기도 하고 있다.

신안군 관계자는 “1990년 대부터 공항 건설을 요구해 20여년 만에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예상치 못한 복병에 공항건설이 발목 잡혔다”며 “철새도 중요하지만 섬 주민이 살아가는 환경도 중요하다. 흑산도 주민들은 철새와 공존할 준비가 돼 있으니 신속히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jtsun7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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