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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개최지가 바꾼 관광지도···강릉하면 안목해변·커피거리부터 찾는다
입력 2020.09.01. 10:15 수정 2020.09.01. 10:15 댓글 0개①평창동계올림픽
지난 8월 11일 오전 10시30분쯤 강원도 강릉 안목해변. 바닷가 쪽 노상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는 순간, 진한 커피향이 먼저 반긴다. 이 일대 100여m를 뒤덮은 카페의 영향이다. 유명 프랜차이즈·개인 카페 등 대충 훑어봐도 50여곳에 달할 정도. 가게들마다 커피 원두와 로스팅 등에 차별화를 두면서 산미(酸味)와 구수한 향이 뒤섞였다. 탁 트인 바닷가 전망이 진한 커피향과 잘 어울려 젊은 세대들의 핫 플레이스가 됐다. 소셜미디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한 카페의 경우 굵은 빗방울이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1~2시간 만에 수십 명이 찾는다. 배낭을 멘 외국인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한 20대 여성은 "블로그를 보고 이 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강원도 강릉시는 동해안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됐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계기가 됐다. 우선, 교통 인프라 개선으로 접근성이 좋아졌다. 올림픽을 앞두고 강릉선 KTX와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잇따라 개통했다. 서울 수도권과 강원 동해안 지역의 거리가 1시간 대로 가까워지면서 관광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또 하나는 스토리. 동계올림픽 중 빙상 경기가 강릉에서 열렸다. 커피의 거리가 세계적으로 입소문이 난 배경이다. 올림픽 전부터 세계적 관심을 끌었던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 35명이 찾았다. 단일팀은 논의단계에서부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터였다. 팀 구성·훈련 일정 등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기삿거리였다. 이들이 그 해 2월 8일 즐겼던 첫 나들이는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당시 단체 사진의 배경이 됐던 안목해변과 커피거리는 언론과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올림픽은 도시를 바꿨다. 커피는 강릉의 도시 브랜드 전략 중 하나였다. 2009년부터 커피축제를 개최하는 등 커피도시 만들기에 나섰다.
2000년대 초반 유명 카페의 본점이 자리 잡는 등 나름 경쟁력을 갖춘 카페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안목해변의 커피거리도 그 중 하나. 2016년 연안정비사업을 통해 해안침식으로 사라진 백사장을 되살리면서 관광객과 함께 카페 창업이 늘었다.
이 같은 인프라·스토리가 올림픽이란 메가스포츠이벤트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냈다. 20여년이 지나 명실상부한 커피의 도시가 됐다. 인구 1만 명 당 커피전문점 수로 보면 강릉은 25개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 커피의 거리 땅값이 치솟았다. 비싼 곳은 3.3㎡ 당 2천만원대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음식도 빼놓을 수 없다. 대표적인 게 경포·강문해변 사이에 위치한 초당두부마을. 초당두부가 유명해지면서 동네 이름이 초당동이 됐다. 매년 300만명이 초당순두부를 맛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올림픽은 외국인들에게 입소문이 나게 했다. 세계인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요리법은 더욱 다양해졌다. 개발붐으로 이어졌다. 2018년 16건에 불과했던 초당동의 건축 허가 건수는 2019년 22건으로 늘었다.
강릉시는 스포츠 관광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 같은 영향 덕분에 강릉 시내엔 올림픽 향수를 자극하는 상징물이 곳곳에 남아있다.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반다비 조형물이 대표적이다. 올림픽이 끝난 지 2년6개월이 지났지만 KTX 강릉역과 안목해변, 유명초당순두부 식당 등 유명 관광지에 여전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광주대회 마스코트인 수리·달이 조형물이 폐막 직후 사라진 광주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강릉과 평창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은 동해안 지역의 관광지도를 바꿔놨다. 올림픽 직후 강릉·평창 등을 관문으로 하거나 경유하는 강원도 관광객은 큰 폭으로 늘었다. 2019년 1/4분기 강원도를 찾은 관광객은 올림픽 개최 전(2017년)에 비해 400만여명 늘었다. 강원도가 밝힌 '주요 관광 지점 방문객 통계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강원도를 방문한 국내·외 관광객은 총 2천337만7천명으로, 2017년 같은 기간 1천945만6천명보다 392만1천명(8.3%) 증가했다.
권역별로는 강릉·태백권 970만명, 춘천권 663만명, 설악권 539만명, 원주권 164만명 순이었다. 시·군별로는 속초 334만명, 평창 225만명, 정선 217만명, 춘천 211만명, 강릉 210만명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는 강원도내 전 지역의 리조트·콘도 등 복합리조트의 전반적인 증가로 이어졌다.
또한 올림픽이 열린 2018년 1/4분기엔 국내·외 관광객 2천699만6천명이 찾았다. 이는 2015·2016년 같은 기간 각각 1천643만명, 1천700만명에 비해 1천만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외국인 관광객도 늘었다. 각각 64만3천·72만6천·88만2천 명에 그쳤던 2015·2016·2017년에 비해 2018년은 191만4천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2019년엔 91만6천명을 기록했다.
상반기로 확대해도 이 같은 개최 효과는 눈에 띈다. 2018년 상반기 강원도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은 5천91만명으로 2017년 같은 기간 4천102만명보다 989만명(24.1%) 증가했다.
내국인(4천825만명)이 전년보다 879만명(22.3%) 늘었고, 외국인은 총 266만3천명으로 1년 전보다 70%(109만6천명) 증가했다.
강원도는 스포츠관광 전략을 촘촘하게 짰다. 동계올림픽 2년 전인 2016년부터 평창과 강릉 등 올림픽 개최지를 연계한 관광 브랜드 '헬로! OO'을 만들어 운영했다. '헬로! OO'은 5년 연속 지자체 관광부문 국가브랜드 대상을 수상했다. 2016~2019년 외국인 관광객 7만여명을 끌어모으며 강원도를 세계적 관광지로 발돋움시켰다.
2016년 '헬로! 평창'으로 시작해 올림픽 이후 강원도 전역을 아우르는 브랜드로 재탄생 시켰다. 숨겨진 강원도의 관광자원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전략을 통해 나온 관광 상품이 '헬로! 강원'의 10+2 테마 콘텐츠다. ▲헬로 평창올림픽 로드 ▲동해안 낭만 로드 ▲DMZ 평화 로드 등 10선과 ▲강원도 골목 로드 ▲먹방 로드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개최도시를 중심으로 올림픽과 연계한 관광 전략 마련에 나서는 노력들도 계속되고 있다.
이영주 강원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월 '올림픽 유산과 평창관광발전 방향' 주제발표를 통해 "올림픽 영향력을 지역관광에 연동시키는 새로운 관광발전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올림픽 개최의 긍정적 영향으로 ▲ 철도를 통한 개별 관광객 이동 패턴 부각 ▲새로운 관광시장 형성 및 명소 재발견 ▲개최도시 서비스 마인드 향상 ▲지역관광 경쟁력 향상 등을 꼽았다. 글·사진=유지호기자 hwaon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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