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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강홍구의 ‘Mist and Frost-10years’ 전

입력 2017.09.19. 18:03 댓글 0개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강홍구 사진가의 ‘안개와 서리-10년(Mist and Frost-10years)’전이 오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북촌로 원앤제이갤러리에서 열린다.

강홍구는 1990년대부터 디지털 풍경 사진을 통해 냉소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태도로 쉽게 조작 가능한 이미지의 가벼운 속성을 드러내는 작품들을 보여 왔다. 이후 작가는 그린벨트(Green Belt), 오쇠리 풍경(Scene of Ohsoi-ri), 미키네 집(Mickey House), 수련자(Trainee) 등의 작품 시리즈를 이어오면서 도시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풍경의 이미지를 조작해 현실의 무거움과 이미지의 가벼움을 작품 속에 함께 담아왔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2007년 이후 작품 중 안개와 서리가 담긴 풍경 30여 점을 전시한다. 이 시기부터 작가의 태도는 다소 변화한다. 이미지의 가벼움, 자본화 등에 여전히 주목하면서도 대상에 조금 더 거리를 둔, 담담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이미지들은 대상과의 거리를 만드는 한편 대상으로부터 완전히 떨어져 나갈 수는 없는 원심적 궤도 안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이어붙인 이미지들의 흔적, 대상을 서늘하게 감싸고 있는 안개와 서리, 낮은 채도는 누군가의 비참한 현실을 비현실적인 감상 대상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사라져버린 저 너머 이야기들을 마주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의 작품들에는 대상과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위치에 카메라를 들고 서 있던 그의 시선이 투사된다.

작가는 전시의 제목 안에 ‘안개와 서리’ 뒤에 ‘10년’ 이라는 단어를 붙임으로써 그러한 원심적 궤도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지난 10년은 사진 속 피사체들의 사라져버린 세월인 동시에 작가가 몸소 살아온 시간이기도 하다.

그 10년간, 사진 속 삶의 자리들이 부지불식간에 무너져 단지 이미지로만 남은 사이 작가는 결혼과 아내의 출산, 모친상 등을 겪으면서 탄생과 사라짐의 기로에서 존재의 무게를 경험해야 했다. 그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를 오간 뒤. 작가 앞에 놓인 것은 유령과도 같은 이 사진들 뿐이다. 그것들은 우리의 존재 자체 또는 예술의 존재 자체에 서글픈 의문을 갖게 한다. 우리의 삶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가상의 이미지들일 뿐인가. 그의 작품들은 안개나 서리처럼 가볍고 차갑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는 시선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강홍구 작가는 작업노트를 통해 설파한다.

“안개는 모든 것을 비현실적으로 만든다. 무너진 빈 집, 잡초, 뿌리 뽑힐 나무들, 군사용 시설, 사라질 마을과 학교를 가리지 않는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사진이란 일종의 안개다. 사진 속에 담긴 현실이란 시간이 지나면 서리처럼 녹아 금방 사라져버린다. 안개 같은 분위기만 남을 뿐이다.”

cho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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