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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인사, 文정부는 달라야 한다
입력 2017.09.19. 16:31 수정 2017.09.19. 16:37 댓글 0개【서울=뉴시스】정옥주 기자 = 한국거래소가 '식물' 상태에 놓였다.
정찬우 이사장이 지난 18일 물러난 이후 안상환 경영지원본부장(부이사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지만, 차기 이사장 선임이 완료될 때까지는 경영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실 거래소는 지난해 국정농단 파문이 불거진 이후 거의 1년 가까이 사실상 '올스톱'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정 전 이사장은 낙하산 논란을 딛고 지난해 10월 이사장 자리에 올랐지만 취임 직후 불거진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게 되자 외부활동을 극도로 자제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찍으며 연일 새 역사를 썼지만, 거래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숨죽이며 조용한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거래소의 최우선 과제인 '지주사 전환', '기업공개(IPO)' 등 각종 현안들도 CEO의 부재 아닌 부재에 논의조차 시도하지 못한 채 모두 '백지화' 됐다.
거래소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장 큰 걸림돌인 '낙하산 인사' 적폐부터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거래소 낙하산 논란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역대 거래소 이사장들 모두 취임 때마다 낙하산 논란에 시달렸다.
2004년 통합거래소 출범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당시 청와대 외압설이 제기되며 처음 추천된 3명의 이사장 후보가 갑자기 자진 사퇴하고, 열흘 만에 이영탁 전 국무조정실장이 단일 후보로 결정되기도 했다.
2013년 최경수 이사장 선임 때에도 '관피아' 논란이 일면서 공모가 3개월간 중단됐다 재개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정찬우 이사장은 '역대 최단기 재임기간'이라는 타이틀만 남기고 불명예스럽게 퇴장하는 수순을 밟았다.
거래소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이사장 선임 구조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 이사장은 금융위원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정권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또 선임 과정을 모두 비공개로 진행하는 '깜깜이 인사' 방식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거래소는 그간 이사장 지원 후보자들이 어떤 인물인지, 몇 명이 지원했는지 기본적인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아 '불통인사'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거래소가 이번에 추가공모를 결정하면서 향후 일정을 공개하는 등 이사장 후보 선정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하지만 여전히 "지원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 이사장 후보 지원 현황도 공개할 것"이라는 단서를 단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실제로 거래소 안팎에서는 이번 추가공모 결정이 "미처 공모에 응하지 못한 유력자에게 특혜를 주려한다는 의혹을 자초하고 있다"거나 "아니면 내정자를 위한 들러리가 더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제1호 국정과제는 '적폐청산'이다.
현재 가장 시급한 적폐청산은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보은인사', '코드인사'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시장 본래의 기능을 되살리는 것이다. '새 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조직 내부의 유능한 인사들은 제쳐놓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외부 인사를 내려보내는 것은 적폐의 연장일 뿐이다.
문 대통령은 당선 직후 "능력과 적재적소가 인사의 최우선 원칙"이라고 했다. 또 "문재인 정부에서는 정경유착이라는 말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도 했다.
하지만 최근 주요 포스트에 새 인물이 발탁될 때마다 정권 실세가 추천한 유력 인사라느니, 캠프 출신 낙하산이라느니 말들이 재연되고 있다. 일각에서 "적폐 정권과 다를 게 뭐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실정이다.
물론 외부인사나 낙하산이 다 나쁜 것이 아니다. 2002 월드컵 한국 축구 대표팀의 거스 히딩크 감독처럼 조직에 새 바람과 혁신을 불러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공공기관이나 거래소 같은 '공직 유관단체'들도 많이 달라졌다. 수십년간 업력이 쌓이면서 내부 인사들이 수장을 맡기에 충분할 만큼 전문성과 역량도 갖추고 있다. 더욱이 낙하산 때문에 10여년 넘게 조직에 골병이 든 거래소에는 아무리 유능한 인사라도 외부인사 기용은 자제하는 편이 전략적으로 옳다.
무엇보다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나라를 염원한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이전과는 달라야 한다. 70%가 넘는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권이 조직의 수장을 임명할 때마다 "우리 편이냐 아니냐"를 따지거나, 내사람 심기에 전념한다면 미래는 없다. 인사에서 전문성을 앞세우되, 먼저 조직 내부의 유능한 인사 발탁에 힘쓰고, 그래도 마땅치 않다면 외부에서 찾을 것을 권하고 싶다.
이번 거래소 이사장 선임 결과는 과연 문 대통령이 공언한 인사원칙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가늠하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channa224@newsis.com
- [기자수첩]좀비기업 증시 퇴출 강화, 실효성 얻으려면 [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금융당국이 부실기업에 대한 상장폐지 절차를 단축·강화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다. 퇴출 절차가 지나치게 길어 투자자 피해를 일으키고 있고 상장 유지 요건들이 너무 느슨하다는 지적에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간담회에서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상장 기업에 대해선 증시 퇴출이 적극 일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정부는 부실 기업 퇴출 정책은 오락가락했다. 지난 2022년 12월부터 시행된 방안에는 ▲2년 연속 자본잠식률 50% 이상 ▲2년 연속 매출액 미만(코스피 50억원·코스닥 30억원) 등 재무 관련 상장폐지 사유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로 전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또 주가 미달(액면가의 20% 미만) 요건, 4년 연속 영업손실 관리종목 지정 및 5년 연속 영업손실 실질심사 사유도 삭제하며 상장폐지 기준을 완화하기도 했다.하지만 증시에 많은 부실 기업이 남아 있게 되면 여러 부작용이 생긴다. 실제로 M&A(인수합병) 시장에서 좀비기업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등 투기세력이 나타나기도 했다.다만,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가 현실화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일례로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선 기간이 총 2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돼 있지만 심사 보류, 소송 등이 이어지면서 현재 4년 가까이 거래가 멈춘 기업들도 있다. 결국 상장폐지 절차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사법당국과 공조한 법적 제도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간판만 유지하고 있는 좀비기업들을 과감하게 도려내는 것 만으로도 우리 증시의 건전성은 분명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가 공염불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공감언론 뉴시스 mrk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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