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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경찰 불려나온 재벌 총수, 조사 어떻게 받나

입력 2017.09.19. 16:10 댓글 0개
특수3팀장 질문하면 조 회장 답변···수사관, 변호인 동석
2평 남짓 규모 조사실···별도 화장실, 수면실, 소파 등 없어
점심·저녁식사, 배달 아닌 보자기에 싼 도시락으로 해결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19일 경찰에 출석한 조양호(68) 한진그룹 회장은 고령인데다 건강까지 좋지 않은 편이지만 조사에는 비교적 성실한 태도로 임하며 각종 의혹에 대해 차분하게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이날 오전 9시57께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 변호인과 함께 도착해 곧바로 7층으로 직행, 오전 10시부터 특수수사과 특수3팀에 의해 장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

조 회장은 경찰청 북관 내 특수수사팀 사무실이 밀집한 7층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조사실 규모는 2평 남짓한 크기로 소파나 침대, 화장실, 세면대, 수면실 등 별도의 편의시설은 갖춰져 있지 않다.

조사실 중앙에 위치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정명진 특수3팀장이 질문을 하면 조 회장이 답변하는 식으로 신문이 진행됐다.

수사관 1명도 입회해 신문조서 작성을 지원했다. 변호인인 부장검사 출신 박은재 변호사는 신문을 지켜보면서 간간이 답변을 거들고 조력했다.

호칭은 '회장님' 이라는 존칭 대신 '피의자'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조 회장은 몸이 불편하지만 조사 중에 별도로 휴식시간을 요구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조 회장의 조사를 위해 한진그룹 임직원을 부르거나 대질심문은 진행하진 않았다.

조사 내내 조 회장의 변호인이 입회했기 때문에 향후 조사 과정에 대한 적법절차 시비 등의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경찰은 재벌 총수인 만큼 수사의 공정성 시비나 잡음이 불거질 것을 우려해 진술 내용을 모두 녹화했다.

형사소송법상 참고인인 경우에는 동의를 구하지 않고 진술 내용을 녹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반면 피의자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서 사전 고지만 하면 조사 개시부터 종료까지 전 과정에 대한 영상녹화가 가능하다.

재벌 총수라는 거물급 인사인 만큼 식사 메뉴도 관심이 모아졌다. 통상 경찰은 조사를 받는 피의자에게 설렁탕과 같은 간단한 식사를 제공한다.

이날 점심의 경우, 수사팀은 간짜장을 주문해서 해결한 것과 달리 조 회장은 외부 음식을 배달시키지 않고 보자기에 싼 도시락을 전달 받아 점심을 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 회장은 저녁식사 역시 도시락으로 해결할 예정이다.

경찰청은 이날 하룻동안 조 회장이 조사를 받는 내내 북관 7층 외부인 출입을 통제했다. 조 회장이 있는 조사실을 제외한 같은 층의 다른 조사실도 비워둔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에 대한 조사는 자정을 넘겨 다음날 새벽에야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 정우현 전 MPK그룹 회장,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 등이 최근 경찰에 소환된 적은 있지만 주요 대기업 그룹의 총수가 직접 경찰 조사를 받은 건 2007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이어 조 회장이 두 번째일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조 회장이 대기업 총수이지만 수사기관에 온 만큼 상당히 긴장될 수 있다"며 "건강이 안 좋은 것으로 알려져 소환 시점을 연기하긴 했으나 별도의 의료진까지 대기시키진 않았다"고 전했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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