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코로나 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숙제

입력 2020.08.17. 14:24 수정 2020.08.20. 14:23 댓글 0개
박원주 건강칼럼 화순전남대학교병원 교수
박원주 화순전남대학교병원 교수

전 지구촌을 극심한 혼돈으로 빠져들게 한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세계 각국의 보건의료제도가 시험대에 위에 올랐다. 특히 대한민국의 보건의료와 건강보험제도는 어느 복지국가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전문성과 보장성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했다.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국민건강보험은 검사비, 치료비, 선별진료소, 음압격리실과 국민안심병원 운영 등에 대한 각종 비용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의 진단과 치료비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건강보험이 80%를 부담하고, 전염병예방법에 따라 국가 재정에서 20%를 지원한다. 건강보험 덕에 코로나19로 인한 개인의 의료비 걱정은 없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보장성과 더불어 질 또한 포기하지 않았다. 의료인력, 시설, 장비 등도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한 발 더 앞서나가기 위해 각 의료기관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상당히 고급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민건강보험이 강력한 보장성을 갖추면서 일부에서는 '의료비 자체가 저렴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지난 6월 실시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라는 응답은 92.1%에 달했다. '내가 낸 보험료가 가치 있게 쓰이고 있다'에는 88.9%가, '건강보험제도를 누릴 수 있다면 적정 수준의 보험료를 부담할 가치가 있다'는 답에는 87.0%가 동의했다.

2003년 중증호흡기증후군 사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2013년 조류인플루엔자의 인체감염 발생,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그리고 2019년 시작된 코로나19 감염증까지. 또 앞으로 다가 올 변형 바이러스의 공격은 인간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었다.

이에 대한 대비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예방과 대비에 드는 비용은 정작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습하는 비용에 비하면 매우 저렴하고 효과적이다. 과거와 현재를 교훈 삼아 앞으로 발생할 감염병의 도전을 막아낼 수 있는 높은 방조제를 지금부터 우리는 만들어 가야 한다.

의료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조금씩 부담을 높일 수밖에 없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구성원들의 부담을 늘리지 않고 최고의 의료제도를 모두에게 보장하겠다는 것은 허망한 구호일 뿐이다.

중증외상, 고위험 신생아 출산과 같은 의료계의 3D 분야를 묵묵히 지키며 본인의 삶을 모두 헌신하는 의료진들이 있다. 이들이 안정적인 건강보험제도 안에서 고효율의 진료를 하도록 도와야 한다. 비급여 의료서비스와 양질의 의료인력을 최대한 건강보험 영역으로 합류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 정당하고 합리적인 부담 증가에 대해 동의하는 사회적 합의와 현실에 맞는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

병을 낫게 해준다는 파랑새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동화가 있다. 주인공들은 많은 고생에도 불구하고 파랑새를 찾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뒤늦게 깨달았다. 파랑새는 이미 주인공 남매의 곁에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건강보험제도는 바로 이 파랑새다. 파랑새에 더 큰 사랑, 관심과 양질의 모이를 주어 튼튼하게 키워가야 할 것이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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