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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헌법 10조 정신' 지렛대로 남북·한일 해법 모색
입력 2020.08.15. 15:59 댓글 0개남북관계 '생명·안전 공동체'…판문점선언 의지 재확인
강제징용 문제는 '개인 존엄성 확보' 측면으로 재접근
'경제' 언급 지난해 31회→11회…'일본' 12회→ 8회 감소
[서울=뉴시스] 안채원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 추구권 보장을 명시한 '헌법 제10조'라는 화두를 꺼냈다. 개인 인권을 강조하는 헌법 정신을 지렛대로 경색 국면인 남북 관계와 한일 관계 해결의 물꼬를 트겠다는 메시지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서 거행된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먼저 헌법 1조의 정신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2016년 겨울, 전국 곳곳의 광장과 거리를 가득 채웠던 것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의 정신이었다"라며 "세상을 바꾸는 힘은 언제나 국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촛불을 들어 다시 한 번 역사에 새겨놓았다. 그 정신이 우리 정부의 기반이 됐다"고 돌이켰다.
지난 2016년 국민들이 '헌법 1조'를 외친 끝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하고 2017년 19대 대통령으로 문 대통령이 취임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오늘, 75주년 광복절을 맞아 과연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광복이 이뤄졌는지 되돌아보며, 개인이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나라를 생각한다"면서 '헌법 10조의 시대'를 언급했다.
헌법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내용이다.
문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는 헌법 10조의 시대는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라고 밝혔다.
국민이 나라를 바꾼 기반이 된 '헌법 1조의 시대'에서, 이제는 국가가 개개인의 행복 추구권을 보장하는 '헌법 10조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천명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은 대한제국 시절 하와이와 멕시코로 노동이민을 떠나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역사를 언급하며 "이제 단 한 사람의 국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8년 4월 가나 해역에서 피랍됐던 선원을 구출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서도 이라크에 있던 근로자들을 국내에 수송하는 등의 노력도 '개인을 위한 나라의 역할'을 강조한 데 따른 조치라는 게 문 대통령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이같은 '인권적 접근'을 바탕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가축전염병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상이변으로 인한 집중호우 등을 언급하며 "남과 북이 생명과 안전의 공동체임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안보이자 평화"라고 했다.
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인도주의적 협력과 함께, 죽기 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가보고 싶은 곳을 가볼 수 있게 협력하는 것이 실질적인 남북 협력"이라고 전했다.
한반도에 사는 개인 한 명 한 명의 생명과 안전,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같은 보편적 가치와 정서를 언급하며 우리 정부의 협력 제안에 묵묵부답인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고자 한 뜻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남북 협력이야말로 남·북 모두에게 있어서 핵이나 군사력의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안보정책"이라면서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전쟁 위협을 항구적으로 해소하며 선열들이 꿈꾸었던 진정한 광복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지난 6월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 등으로 '남북 관계가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퇴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가운데 계속해서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재차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기업 손해배상청구 판결과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로 경색 국면에 있는 일본을 향해서도 '인권'을 해결 방안의 열쇳말로 던졌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존엄을 증명하고자 하는 개인의 노력에 대해서도 국가는 반드시 응답하고 해결 방법에 대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며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언급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경제강국의 길을 가겠다'며 '극일'을 강조해 국가 간 대결을 부각한 지난해와 달리 강제징용 문제만을 언급한 올해는 '한 개인의 존엄성 확보'라는 측면으로 접근을 달리한 것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정부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원만한 해결방안을 일본 정부와 협의해왔고, 지금도 협의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본과 한국, 공동의 노력이 양국 국민 간 우호와 미래협력의 다리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승소판결을 내린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일본이 '인권 존중'이라는 가치로 태도를 변화한다면 협상에 임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은 총 6600여자의 연설문을 발표했다. '국민'은 31회로 가장 많이 쓰였다. '나라'는 17회, '정부'는 15회 언급됐다. '안전'은 14회, '협력'과 '사람'은 13회로 각각 나타났다. '개인'은 11회 나왔다. 지난해 31회로 가장 많이 쓰인 단어 중 하나인 '경제'는 올해 11회에 그쳤다.
지난해 12번 쓰인 '국가'는 8회 쓰였고, 지난해 12회 사용됐던 '일본'도 8회로 감소했다. 이밖에 '평화'와 '남북'도 모두 8회씩 언급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newkid@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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