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제도 신부 "한국 온지 60년···삶은 함께 가는 기차여행"
입력 2020.08.12. 18:35 댓글 0개청주, 제2고향… 3일 회경축 감사 미사 열려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우리는, 전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보통 선교사입니다. 서로 대화하면서 인간답게 사는 게 제일 중요한 일입니다."
흰 머리와 흰 눈썹, 푸른 눈을 한 선교사 함제도(87·제라드 E. 해먼드) 신부가 말했다. 함 신부는 미국 가톨릭 메리놀회 선교사로, 한국에서 살아온 지 올해로 60년을 맞았다.
아일랜드계 미국인인 함 신부는 1960년 한국에 와서 30년 동안 청주교수 사제로 지내면서, 가난했던 남한 사람들과 함께 살았다. 1989년 이후부터는 메리놀회 한국지부장으로 일하면서 가난하고 아픈 북한 사람들을 위해 인도적 지원 사업, 결핵 환자 지원 사업 등 60여 차례 방북하기도 했다.
자신의 고향을 청주라고 밝히며 한국에서 살다 죽으면 청주에 묻히겠다는 함 신부가 선교 인생 60년을 돌아보는 회고록이자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가톨릭 구술사' 프로젝트의 일환인 '선교사의 여행 - 남북한을 사랑한 메리놀회 함제도 신부 이야기'를 출간했다.
함 신부는 12일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생애를 털어놨다.
그는 1933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아일랜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메리놀 신학대학을 졸업한 뒤 뉴욕 메리놀 선교회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한국은 그의 첫 선교지였다.
함 신부는 "당시 배를 타고 한국에 왔는데 같이 온 사람들 표정이 좋지 않았다. 답답해서 말도 못하고 (한국전쟁 후라) 어떻게 살겠나 걱정됐다. 지금 와선 우스운 이야기로 하지만 그때는 '6개월이나 1년 있다가 돌아가야지'라고들 했다. 그런데 60년이 지났다"고 떠올렸다.
함 신부는 한국인들에게, 특히 남북관계에 있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서로 관심이 있었으면 한다"고 답했다.
그는 "사람들이 함께 사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특히 북한과 평화스럽게 지내야 하고 민족화해를 이뤄야한다"며 "한국에는 한국적 뿌리가 있다. 동네별로, 동창끼리, 장례식, 결혼식 등 꼭 모이는 것처럼. 이런 한국적인, 좋은 것들을 맞춰가면서 대화해야 한다. 평화를 위해서"라고 전했다.
함 신부는 한국에서의 60년 동안 겪은 일화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왔을 시기에 한국 사람들이 진짜 고통스러운 일이 많았다. 하지만 다 참고 이겨냈다. 그래서 인간과 인간은 같이 사니까 서로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함 신부는 한국이 가난했던 시절, 장례식이 제일 힘들었다고 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무력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함 신부는 "아이가 넷이나 되는 엄마가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물었다. 남편은 죽었고 쌀독은 비었고. '최선을 다하자'고 답했지만 말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다. 제가 어떻게 이 가족을 책임질 수 있고 아이들을 먹일 수 있겠나. 곤혹스러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뭔가 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진다. 가난한 사람들이 조금씩 쌀을 모으는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에 와서 인내심을 배웠습니다. 누구나 다 마찬가지로 살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서 참는 것, 그것을 특별히 배웠다"고 보탰다.
함 신부는 책에서 '삶'을 '기차여행'에 비유했다.
함 신부는 "이 여행은 기쁨, 슬픔, 환상, 기대, 만남과 이별로 가득하다. 기차에서 만난 승객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함께 가게 된다면, 서로 사랑하고 도와준다면, 그건 참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함 신부는 올해로 사제가 된 지 60년을 맞았다. 60주년을 회경축이라 하는데 이는 흔치 않은 사례다. 특히 함 신부가 현직에 있으면서 타국인 한국에서 이를 맞이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국 천주교에서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올해 금경축(50주년)을 맞았다.
함 신부의 회경축 감사 미사는 오는 13일 오전 11시 경기 파주 소재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진행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jmstal01@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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