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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생크 탈출', '소난시대' 속 "건강히 살아주'소'"
입력 2020.08.12. 15:18 수정 2020.08.12. 15:18 댓글 0개지붕 위 사투끝에 쌍둥이 출산 암소
남원서 광양까지 헤엄쳐 온 젖소 등
물살 떠밀려 하동서 발견된 사례도
최악의 수마가 할퀸 전남도 곳곳에서 홍수 끝에 고립되거나 주인을 잃은 소들의 사연이 연일 잇따르고 있다. 살기 위해 지붕 위에 오른 소들의 사진이 지난 주말 인터넷을 달군데 이어, 타지까지 수 십 km를 떠내려가거나 홍수 피해 끝에 쌍둥이를 낳은 소들의 이야기가 시민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여기까지 어쩐 일로 왔'소'?"
물살에 휩쓸려 타지로 떠내려간 소들이 인식표를 통해 극적으로 주인과 재회했다. 이들 소는 축사로부터 수 십 km 떨어진 다른 행정구역에서 발견되는 등 수해 피해 파급력을 직·간접적으로 보였다.
12일 광양시와 전북 남원시에 따르면 지난 9일 저녁 광양시 다압면 신원리 섬진강 둔치에 젖소 한 마리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은 광양시 소방당국은 현장에 출동해 젖소를 안전한 곳에 옮겨 묶어뒀다.
광양시가 젖소에 달린 인식표를 조회한 결과 해당 젖소는 전북 남원 송동면 한 농장에서 온 것으로 나타났다. 젖소가 발견된 곳과 농장 사이의 거리는 60km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광양시와 남원시는 이 젖소가 불어난 섬진강 물을 따라 헤엄쳐오다 행정구역을 넘어온 것으로 파악중이다. 해당 소는 11일 남원의 농장으로 인도됐다.
수해 피해를 크게 입었던 구례 양정마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잇따랐다. 양정마을 한 축사에서 사라진 소 한마리가 경남 하동 갈사만에서 발견됐다는 내용이다. 지난 8일 축사에서 떠내려간 해당 소는 10일 하동 주민들에 의해 발견됐다. 양정마을과 갈사만은 섬진강 강물을 따라 약 50km가 떨어진 곳이다. 이 소도 11일 주인에게 인계됐다.
▲지붕 위 사투 끝에 새 생명 탄생도
지붕위에서 구출된 소가 쌍둥이를 무사히 낳았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도 함께했다. 수해 복구가 한창이던 11일 양정마을에서는 이날 새벽께 한 축사의 암소가 쌍둥이 송아지를 출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암소는 전날 이뤄진 지붕 위의 소들을 구출하는 작업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마취 약에 취해 밤새 몽롱해 하던 어미 소는 모두가 잠든 11일 새벽 홀로 깨어나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축사주인 백남례(61)씨는 "유독 그 암소만 지붕 위에서 내려오지 않으려고 했었다. 마취 총을 쏴 재운 다음에야 겨우 구조할 수 있었다"며 "새끼를 배고 있어서 더욱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어 "새끼를 밴 몸이 물살에 휩쓸렸다 지붕 위에서 간신히 버텨왔을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안쓰럽다"며 "살아 돌아와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쌍둥이까지 무사히 출산하다니 너무 대견하다"고 말했다.
▲소 보고 눈시울 붉힌 소시민들 "애잔"
최악의 수마를 겪었음에도 끝내 주인 곁으로 돌아온 소들에게 지역민들은 연민을 느꼈다.
광주 동구 주민 박양금(44·여)씨는 "지붕 위에 오른 소들을 보는건 태어나서 처음 본다. 오죽했으면 물살에 떠밀리지 않기 위해 지붕위로 올랐을까"라며 "구출된 소들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가족처럼 주인과 한평생을 살다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북구 주민 황영철(51)씨도 "말 못하는 소들도 살겠다고 발버둥치는걸 보고 마음이 아팠다. 비 때문에 소들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데서도 안쓰러웠다"며 "부디 아픈 소 없이 건강을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축산업계 종사자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담양군 창평면에서 한우 수십여 두를 키우는 축사 주인 박규식(77)씨는 "창평의 경우 축사가 대부분 높은 곳에 지어진 탓에 큰 피해는 없었지만 절대 남의 일같지가 않다"며 "축사 주인들의 심정은 물론 소들의 심정이 절절히 느껴진다. 물난리 통에 사람이며 소며 모두 '짠하다'는 생각뿐이다"고 공감했다.
한편 지난 11일 기준 이날까지 집계된 전남도내 축산업계 피해 규모는 소와 돼지 등을 모두 포함한 33만8천마리로 조사됐다. 이영주기자 lyj2578@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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