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기고> 상생(相生)의 길에서 상생(相生)을 말하다

입력 2020.08.05. 10:49 수정 2020.08.12. 19:06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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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채 지리산국립공원전남사무소장
김병채 지리산국립공원전남사무소장

노자의 도덕경 상편 제 2장을 보면 '유무상생(有無相生)'이란 구절이 나온다. 있음과 없음이 서로 함께 사는 대화합의 정신을 강조한 노자사상의 하나로 생태학에서 말하는 공존(co-existence)이나 공생(symbiosis)보다 더욱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의미를 가져 미래학자들은 상생(相生)의 원리가 21세기 인류를 이끌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때, 지리산국립공원에서는 문화재관람료 징수에 따른 크고 작은 민원(최근 3년 간 국민신문고 105건, 청와대 국민청원 23건 등)과 소송이 끊임없이 발생되던 때가 있었다. 불만 표시의 방법은 방문, 전화, 인터넷을 가리지 않았고 탐방객이 몰리는 성수기에는 민원도 덩달아 늘어나 하루 종일 민원응대가 일이 되곤 하였다. 그렇게 수많은 민원 때문이었을까?

지난 2019년 천은사와 국립공원공단, 구례군 그리고 이해관계기관들은 업무협약을 통해 국립공원 난제 중 하나인 천은사 입장료를 폐지하는데 합의하였고, 이에 국립공원공단에서는 더 나은 탐방환경을 제공하고자 전문가 그룹의 자문을 받아 총 3.3km의 천은사 상생의 길(순환형 탐방로)중 2.9km을 1차 개통하고 9월에 전 구간 개통을 앞두고 있다. 전후 사정을 모른 채 단순하게 생각하면 탐방로 하나 개설한 것이 뭐 그리 대단한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이면에 있는 국민적 염원과 서로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보듬어 주는 과정에서 함께 살아가는 상생의 길을 보았다.

천은사 일원 상생(相生)의 길은 전국 최초로 사찰과의 상생을 통한 입장료 폐지 사례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모범적 사례가 사회적 합의의 단초를 제공하고 향후 더 폭넓은 의미의 상생을 이끌어내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3월 11일 우리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 즉'팬데믹(pandemic)'을 선언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홍콩 독감, 신종인플루엔자 이후 세 번째 선언으로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노자'처럼은 아니더라도 상생(相生)에 대해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온 듯하다. 코로나19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으로 지친 국민들이 천은사 일원 상생(相生)의 길을 거닐면서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함께 이겨내기를 희망한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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