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인간 사회에 이만큼 유익한 일이 있을까요? ”

입력 2017.09.18. 13:28 수정 2017.09.20. 10:55 댓글 0개
전남 선도임업인을 찾아서 고흥 한나수목원 송귀남 원장
‘자연 그대로’ 수십년의 고집 끝에 결실
‘나무에 기름때 묻을까’ 엔진톱도 고사
키위·나물·묘목 등 단기 작목 전략적 운영
누구나 쉴 수 있는‘치유의 숲’ 조성 박차
송귀남 원장이 황칠나무 가지를 채취하는 모습.

고흥의 관문, 동강면 두방산에 자리한 한나수목원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굽잇길을 넘어 가득한 황칠·편백·은행나무는 반듯하게 다듬어진 가로수에 비할 바 아니다.

골짜기를 가리지 않는 맑은 물은 인공호수의 웅장함을 잊게 했다.

20년째 이곳 자연을 가꿔온 송귀남 한나수목원장을 만났다.

유난히 나무에 관심이 많았던 송 원장은 수목원 운영 전부터 유기농기능사, 조경기능사를 취득했다. 순천대 조경학 석사과정을 들으며 수목원과 운영을 결심한 그는 고향 고흥에서 하루하루 꿈을 펼치고 있다. 따뜻한 기후의 고흥은 황칠나무를 키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되는 황칠·편백·은행나무 숲을 이곳에서 가꾸기로 했고 고사리, 취나물 등 산나물과 산약초를 공부해 소득을 창출하는 그림을 그렸다.

수십년을 기다린 후에야 결실을 볼 수 있는 만큼 수목원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당장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단기 작물을 심으면서도 나무들이 잘 자랄지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단기소득 작목으로 운영 중인 골드키위 하우스의 모습.

친환경농법만이 아닌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작물을 기르는 것도 여간 손이 많이 가는 일이 아니다. 어렵지만 꿋꿋했던 그의 고집은 최근 몇 년간 웰빙, 친환경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빛을 보고 있다.

현재 송 원장의 황칠 제품을 찾는 온라인 단골고객만 5천100여명에 달한다. 가공공장, 식당 등에서 수목원을 직접 방문, 청정 환경을 확인한 후 구입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원산지표시증명, 무농약 인증 등은 물론 높아지는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유기농 전환 2년차 인증도 진행 중이다.

모든 제품의 원료는 자연 그대로 재배된다. 주변에 잡초를 제거하는 예초기를 제외하고는 작업에 기계를 들이는 경우는 없다. 기계를 사용했을 때 묻을 수 있는 기름때조차 용납하지 않겠다는 그의 고집이다. 채취 과정에서도 엔진톱이 아닌 수제톱만 사용한다. 채취 후에는 자체 개발한 천영항생제를 도포, 나무를 보호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무성한 잡초들을 뿌리 뽑지 않고 예초만 하고 있다. 잘린 잡초가 거름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채취한 나무는 절단과 건조를 거쳐 건재 상태로 소비자에게 공급된다. 차, 진액, 요리, 술 등 다양하게 활용하는 최상의 원료를 시중보다 훨씬 저렴하게 직거래하고 있다.

칠이 나온 황칠나무의 모습. 칠이 나온 경우 일반 황칠나무보다 고가에 판매된다.

가공법에도 신경 쓰는 송 원장은 황칠나무의 추출법에도 매진했다. 즉석식품허가 및 장비를 갖춰 시중가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황칠나무진액을 가공, 판매하고 있다.

한국산림경연인협회 부회장이자 고흥군 농림사업심의위원인 송 원장은 임업후계자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산촌 강의에도 나서며 후배 임업인들의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수종 선택에 대해서도 질문을 자주 받는데 송 원장은 그때마다 황칠·동백나무와 같이 오래 걸리고 상당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나무를 추천해 왔다.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갑절 달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년 가까운 장기소득 작목과 별도로 중·단기 작목을 전략적으로 길러낸다는 게 그의 운영 전략이다.

실제 송 원장은 장기소득 작목으로 황칠나무 7만주를 비롯, 은행·동백·편백·가시·엄나무 등을 27만평 수목원에 성목으로 키워낸 것 외에 중·단기 작목으로 하우스 내 골드키위 1천500만평, 산채나물 등을 재배하며 생활 소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총 매출의 70%는 장기소득 작목인 황칠 제품이, 20%는 중기소득 작목인 묘목이, 10%는 단기소득 작목인 골드키위가 차지하고 있다.

송 원장은 또 품질 좋은 새 수종에 대한 도전도 이어가고 있다. 송 원장은 수차례 중국 방문을 통해 우리 땅에서 잘 자랄 수 있는 홍화유차수 묘목을 들여왔다. 차후 유망경제수종으로 내년부터 식재할 계획이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송 원장은 2017년 신지식 임업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수익과 관계없이 수목원 전체를 하나의 ‘치유의 숲’으로 조성하겠다는 목표도 있다.

송 원장은 수목원 운영 초기부터 누구나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치유의 숲’을 구상해 왔다. 황칠·편백·은행나무로 구성된 숲을 조성해 누구나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으며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송 원장은 “은행나무는 다 자랐고 황칠·편백나무는 1-2년 내 선보일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며 “산림자원학을 전공하는 아들도 틈틈이 숲 가꾸기를 돕고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후에 27만평 한나수목원은 난대수종의 보고로 남을 것”이라며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치유의 숲’ 만들기가 즐겁다. 인간 사회에서 숲을 가꾸는 것만큼 유익한일이 있나 싶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유대용기자 ydy21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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