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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의 월세화 현실"···전환율 4%→2% 낮아지면?

입력 2020.08.12. 06:00 댓글 2개
당·정, 전월세전환율 인하 공식화…'월세 전환 속도 늦춰'
신규 계약 미적용…과도한 월세 책정 집주인 처벌 못 해
신규 계약에 적용·월세 공제 확대 필요…수급 불안 우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2020.08.10.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정부가 주택 임대차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전월세전환율을 낮추기로 하면서 어떤 파장을 낳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차보호 3법과 공급확대 대책에 이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인 '전월세전환율'을 낮추는 것을 공식화했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지난 4일 한 방송에 출연해 "전월세전환율은 기준금리가 2.5~3%였을 때 '기준금리+3.5%'로 결정됐는데, 지금은 기준금리가 0.5%이기 때문에 3.5%는 과하다"며 "부처 간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 논의를 거쳐 전월세전환율을 낮출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월세전환율 인하 카드는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주택시장에서 전세가 반전세(보증부 월세)나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또 전세 물건의 월세 전환을 늦춰 전셋값을 안정화 시키겠다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세의 월세 전환은 나쁜 현상이 아니다'는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정부와 여당의 '국면 전환용'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7·10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인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보호법'이 본격 시행됐지만, 전세시장 불안은 여전하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58주 연속 상승하며 7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또 임대료 인상을 하지 못하게 된 집주인이 전세 매물을 반전세(보증부 월세)나 월세로 돌리면서 전세 품귀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모양새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6일 발표한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3일 기준) 서울의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7% 상승했다. 지난주 상승률(0.14%)보다 상승폭이 더 커졌다. 지난해 12월 말(0.19%) 이후 7개월여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전셋값 상승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주도했다. 강남지역은 0.21% 상승했다. 강동구(0.31%)는 고덕·강일·상일동 신축 위주로 올랐다. 강남구(0.30%)는 재건축 거주요건 강화와 학군수요 등으로 높은 상승세가 이어졌고, 송파구(0.30%)와 서초구(0.28%)도 전셋값 상승폭이 컸다. 강북지역은 성동구(0.23%)와 마포구(0.20%), 성북구(0.14%), 광진구(0.13%), 동대문구(0.10%) 등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경기도는 이번 주 0.29% 상승해 전주(0.24%)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수원 권선구(0.66%), 용인 기흥구(0.64%), 구리시(0.62%) 등에서 전셋값이 급등했다. 또 '천도 논란'을 빚은 세종의 경우 주간 전세가격 상승률이 2.41%로, 전주(2.17%)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한국 감정원은 "임대차 보호법 시행과 저금리 기조, 재건축 거주요건 강화 등으로 전세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역세권과 학군이 양호한 지역, 정비사업으로 인한 이주 수요가 있는 지역 위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과 수도권 주요 지역 거주요건 강화 등에 따른 전세매물 부족 현상으로 전국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큰 폭의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은 58주째 상승 중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74.6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 4월 이후 4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넘는 경우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대차 3법과 0%대 초저금리 장기화,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영향 등으로 전세 매물은 갈수록 더욱 줄어들고, 월세 전환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세 전월세전환율을 낮춰 전세 매물이 월세로 전환되는 것을 늦추고, 월세의 급격한 인상도 차단할 방침이다.

현행 전월세전환율은 4%다. 기준금리에 3.5%를 더한 것으로, 이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10억원의 전세를 보증금 5억에 반전세로 돌린다고 가정하면 전환율 4% 기준에 따라 매달 약 167만원의 임대료를 낸다. 전환율을 2% 낮추면 매달 약 83만원으로 임대료가 낮아진다.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

일각에선 전월세전환율을 낮춰서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전월세전환율이 지켜지는 않는 경우가 많고, 신규 계약 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로운 세입자를 받는 과정에서 전월세전환율을 초과하는 수준까지 월세를 올려도 이를 제지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또 전월세전환율은 지역과 아파트, 동호수, 층별에 따라 다른데, 일괄 적용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시장에서는 전월세전환율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태료 등 법적 제재 수단이 필요하고, 월세 공제 확대 등의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4일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법이 정한 전월세전환율보다 높게 월세를 받으면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긴 '주택임대차보호법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전환율 인하로 주택임대차시장이 일시적으로 안정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수급 불안을 우려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전환율을 낮출 경우 월세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부동산 투자 수요가 줄고, 주택임대차시장이 일시적으로 안정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시중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전월세전환율 조정을 검토할 수 있지만, 사후약방문식 대책을 내놓으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정부가 임의로 전환율을 강제하면 전월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는 등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며 "공급을 꾸준히 늘려 자연스럽게 전환율을 낮추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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