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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과로로 죽는 택배노동자는 없어야 한다"
입력 2020.08.11. 17:25 수정 2020.08.11. 18:01 댓글 1개광주·목포 2명 등 올해만 5명 사망
오는 14일 ‘택배 없는 날’을 앞두고
유가족 “당일배송 금지 등 대책 필요”
쓰러지듯 잠드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코로나19로 택배물량이 폭주하면서 새벽 5시에 출근해 밤늦게까지 일하다 보면 녹초가 됐지만, 8년 만에 가족들과 첫 휴가를 갈 생각으로 버텼다. 그러나 유치원생 딸과 한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못했다. 지난 5월 여행을 떠나기로 한 날 아침, CJ대한통운 고 정상원 택배노동자는 광주 광산구 자신의 집에서 과로로 숨졌다.
비록 그의 꿈은 물거품이 됐지만 유족들로 구성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대책 마련을 호소하며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대책위는 "광주와 목포에서 택배노동자들이 잇따라 과로사하는 등 올해만 전국에서 5명이 숨졌다. 14일로 정해진 택배 없는 날을 넘어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방지를 위한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택배노동자들은 코로나19와 폭염·폭우를 견디고 나면 택배량이 가장 많은 9~11월을 맞게 된다. 그러나 정부와 택배회사는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폭염·폭우에 따른 과로방지 대책 ▲분류작업 대체인력 투입 ▲당일배송 강요금지를 요구했다.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소비가 확산된 이면에는 이처럼 피로가 극에 달한 택배근로자들의 희생이 있었다.
올해 택배서비스 수요는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그러나 택배근로자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인 특수고용직으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법정휴일·연차·휴가 제도가 없고 하루라도 쉬려면 대체 인력을 직접 구해야 한다. 결국 동료들에 부담이 전가될 수 밖에 없어 휴가를 가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에 민주노총 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택배노조와 한국통합물류협회가 택배기사들의 '휴식권 보장'에 합의하면서 8월14일이 '택배 없는 날'로 지정됐다. 택배노동자들은 주말을 포함해 14일부터 16일까지 내리 쉴 수 있게 되면서 1992년 택배산업이 시작된 이후 28년 만에 첫 휴가를 맞게 됐다.
광주에서 택배기사로 활동하는 A씨는 "코로나19로 멀리 가진 못하더라도 며칠간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제대로 쉴 수 있겠다며 기뻐하는 분위기다"며 "휴가가 끝난 뒤 누적된 물량이 우려스럽기도 하나 재충전한 뒤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반겼다.
정병덕 전국택배연대노조 호남지부장은 "택배 없는 날은 단순히 하루 쉬는 것 이상의 의미다. 남들은 당연히 가는 여름휴가를 지난 28년 간 택배노동자들은 하루도 가지 못했다. 고작 일요일 하루 잠깐 짬을 내 쉬는 게 다였다"며 "택배노동자들도 제대로 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성희기자 pleasur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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