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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동, 영산강 범람으로 농약유출" 책임놓고 핑퐁

입력 2020.08.10. 12:34 댓글 1개
광주 서창 배수통문 작동 안 돼 범람 강물 마을 덮쳐
주택 50여 채·이재민 60명·수질오염…3일째 방제작업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8일 광주 서구 서창동 영산강변에 위치한 서창농협 및 영농자재센터 일대가 폭우로 불어난 강물에 잠겼다. 이날 영산강 수계 전역에는 홍수 경보가 발령됐다. (사진=독자 제공) 2020.08.08.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영산강변과 인접한 광주 서구 서창동 일대 침수의 원인으로 역류를 막아야할 기능을 다하지 못한 배수문이 꼽히고 있다.

애당초 역류 수압 등을 충분히 고려치 않은 설비였고, 침수 직후 후속 대응도 늦어져 인재(人災)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익산국토관리청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7시부터 광주 서구 서창·마륵·벽진동 송정방수제 인근 일대가 인근 영산강에서 역류한 물에 잠겼다.

주택 50여 채가 잠겨 이재민 60여 명이 침수 주택에서 나와 대피했다.

또 서창농협·영농자재센터 등도 침수돼 보관 중이던 농약과 농자재가 범람한 강물과 섞인 뒤 다시 강으로 일부 배출돼 행정당국이 긴급 방제·배수 작업을 벌였다.

주민들은 '"마을로 유입되는 빗물을 막아야 할 수로 배수통문이 침수 시간 내내 열려 있었다. 무용지물이었다"며 "운영·관리 주체가 책임져야 할 인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광주=뉴시스] 광주 서구 서창동 영산강변 송정방수제 배수통문 관련 표지안내판. (사진=독자 제공) 2020.08.10. photo@newsis.com

실제 서창동 일대는 영산강보다 저지대로, 인근 강변에는 재해 예방 목적의 제방 배수통문 2개가 설치돼 있다.

너비 1.5m, 높이 2.5m 규격의 2련식 배수통문은 평소엔 열어둬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하지만, 강물이 불어나 역류할 우려가 클 때에는 배수문을 폐쇄해 마을 유입을 막는다.

영산강이 '국가하천'인 만큼 하천 유량 조절 관련 설비의 관리주체는 익산국토관리청 광주국토관리사무소(국토사무소)로 지정돼있다.

다만, 강 상황에 따른 배수통문의 개폐 여부 등 조작을 맡는 운영주체는 서구청 건설과다.

실제 물난리 당일 오전 7시부터 범람·역류 신고가 잇따르자 서구청은 배수문 폐쇄를 시도했으나 닫히지 않았다.

인력으로 수동 폐쇄도 시도했으나 실패해 배수문을 통해 막대한 강물이 유입, 침수 피해를 키웠다.

서구는 거센 물살에 배수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판단, 관리주체인 국토사무소에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곳곳에서 발생한 수해 지원 때문인지, 오후 2시에서야 국토사무소 실무자가 현장에 도착해 설비 점검을 나섰다는 것이 서구 측 설명이다.

국토사무소는 비상 장비를 동원해 수문을 곧바로 폐쇄했지만, 서창동 일대는 이미 '농약 등이 뒤섞인 물바다'가 된 이후였다.

홍수 책임을 놓고 서구와 국토사무소는 엇갈린 입장을 내놓으며 서로 떠넘기기를 하는 모양새다.

운영주체인 서구는 "배수통문은 단순히 열고 닫고하는 역할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기록적 폭우 상황에서도 수압 등을 잘 버텨낼 수 있도록 시설을 보완했어야 한다"며 "당일에도 유관기관 협조가 잘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사무소는 "물이 빠진 뒤인 전날 배수문 정상 개폐여부를 점검했을 때는 문제가 없었다. 배수문이 왜 제때 작동하지 않았는지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수압, 이물질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충분히 조사한다"고 밝혔다.

일부 주민들은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강물이 막 유입되던 새벽시간대에 미리 배수문을 닫지 않아 화를 키웠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발빠르게 배수문을 조작하지 않은 운영주체와 정작 필요한 순간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설비를 방치한 관리주체 모두 '사실상 손을 놨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서창동 주민 강모(66)씨는 "강변과 가까운 농협 건물이 침수될 때만이라도 배수문을 제대로 닫았으면 추가 침수는 막을 수 있었다"며 "운영·관리 주체 이원화 여부와 별개로 어떤 소속이든 관계 공무원들이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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