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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범람에 국도 물바다···위기 속 7명 구한 소방관들

입력 2020.08.09. 14:37 댓글 0개
3.5m 높이 119구조차까지 잠겨
[구례=뉴시스] 순천소방 산악구조대 제공

[구례=뉴시스] 신대희 기자 = 기록적인 폭우로 전남 구례군 섬진강이 범람하면서 고립된 주민들 구조에 나선 소방관들까지 급류에 갇히는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다행히 고립된 주민 7명과 소방관 2명 모두 구조대 차량 지붕에 올랐다가 구조됐다. 이 소방관들은 최근 지리산 피아골 계곡에 빠진 피서객을 구하다 순직한 김국환 소방교의 동료들로, 이번 수해 때도 책무를 다해 귀감이 되고 있다.

9일 순천소방서 산악구조대에 따르면, 전날 오전 7시께 산악구조대 이창우(39) 소방장과 박승현(35) 소방교는 피아골에 고립된 20여 명을 구조한 뒤 구례읍내로 이동했다.

30분 뒤 마산면 냉천리에서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폭우로 섬진강 하류인 서시천 제방이 무너지며 강물이 넘쳐흐르면서다. 눈 깜짝할 사이에 구례~하동 간 19번 국도(편도 1차선) 전체가 물바다로 변했다.

[구례=뉴시스] 순천소방 산악구조대 제공

당시 화물차 2대(구례 냉천리 주민 3명)와 승용차 1대(서울 일가족 4명)가 국도 주행 중 시동이 꺼졌다.

이 소방장과 박 소방교는 쏜살같이 구조에 나섰다. 7명을 119구조대 차량으로 옮겨 태웠다. 하지만, 국도 위로 물이 거센 파도처럼 쉴새없이 들이닥쳤다.

이 소방장과 박 소방교는 주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119구조대 차량을 세웠다. 세찬 빗줄기 속에서도 7명을 구조차 지붕(3.5m 높이) 위로 대피시켰다.

이 소방장과 박 소방교는 구조차 지붕 아래 쪽까지 물이 차오르고 난 뒤에 힘겹게 올랐다. 곧바로 동료들에게 구조 요청을 했다.

산악구조대원들은 119소형 보트를 이용, 현장으로 나섰다. 물살을 헤치고 고립 지점을 찾아 동료 2명과 7명을 1시간 여만에 구조했다.

구조 직후 모든 차량이 물에 잠겼고, 이날 정오께 물이 빠지고 견인 작업이 이뤄졌다.

고립된 주민들은 "당시 다른 구조 작업을 마치고 이동하던 구조대원들을 만나 생명을 구했다"며 거듭 감사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방장과 박 소방교는 지난달 31일 피아골 계곡에 빠진 피서객을 구하다 순직한 김국환 소방교와 같은 팀으로 활동했었다. 동료를 잃은 아픔에도 책무를 다하고 있다고 산악구조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소방장은 "우리가 흘리는 땀방울이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생각으로 구조 활동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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