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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진출 1호 윤봉우 "꼭 잘해야 한다, 다음 사람을 위해서라도"
입력 2020.08.07. 07:28 댓글 0개[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제가 처음이잖아요. 잘해야죠. 진짜 잘해야 합니다."
2020~2021시즌에는 원년부터 프로배구 V-리그 무대를 누볐던 베테랑 센터 윤봉우(38)의 모습을 볼 수 없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마흔이 되는 그의 다음 행선지는 일본이다.
윤봉우는 최근 일본 V.리그 나고야 울프독스와 1년 계약을 체결했다. 2020~2021시즌이 끝나는 내년 5월까지 아시아 쿼터 신분으로 뛰는 조건이다. 당장 코트를 떠나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에 새 도전을 택했다.
윤봉우의 일본행은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주장으로 지난 시즌 우리카드를 사상 첫 정규리그 1위로 이끈 윤봉우는 새 시즌을 앞두고 재계약에 실패했다. 금전적인 부분보다는 다른 조건에서 차이가 컸다. 소속팀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윤봉우는 결국 데뷔 후 처음 임의탈퇴 선수가 됐다. 국내 타구단에서 원하는 팀이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이적은 쉽지 않았다.
사실상 은퇴로 마음을 굳혔던 윤봉우에게 나고야가 손을 내밀었다. 윤봉우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나고야가 아시아쿼터로 센터 포지션의 선수를 알아보던 중 나를 스카우트 대상에 올려뒀다더라. 이후 내 영상을 검토하고, 왜 작년에 출전 시간이 적었는지, 인성은 어떤지 등을 한국 배구 관계자들에게 물었다고 들었다. 그러고 난 뒤에 나에게 연락을 취해왔다."
나고야는 2019년 8월 팀명을 바꾸기 전까지 도요타 고세이라는 이름으로 리그에 참가했다. 도요타는 윤봉우에게 낯설지 않은 팀이다. 현대캐피탈 시절 일본 전지훈련에서 도요타를 수차례 상대한 경험이 있다.
윤봉우는 "한 일본 배구 관계자가 협상 중 나고야 단장에게 이렇게 말했다더라. '현대캐피탈이 전지훈련을 왔을 때 밤에 불쑥 찾아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야하니 체육관 열어달라던 선수가 있지 않았느냐. 그게 지금 영입하려는 윤봉우다'라고. 그때 분석관이었던 분을 이제는 단장으로 다시 만나게 됐다"고 웃었다.
나고야의 팀 컬러는 젊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신선하다. 핀란드 출신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1987년생이다. 단장도 윤봉우보다 어리다. 구단을 통틀어 윤봉우보다 나이가 많은 이는 대표와 외국인 트레이닝 코치 두 명 뿐이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젊지만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코콜란 티케리트를 핀란드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을 때 그의 나이는 불과 25세였다. 핀란드 리그를 세 차례나 제패하고 독일 분데스리가로 둥지를 옮긴 틸리카이넨 감독은 2017~2018시즌부터 나고야를 지휘 중이다.
윤봉우는 "감독님이 분석을 잘하시기로 유명하다더라. 젊어서 그런지 딱딱한 분위기를 싫어하고 재미있는 생활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아서 기대가 크다"고 했다. 이어 "감독님이 지난 시즌 팀의 영상을 보내주셨는데 '어떻게 봤느냐'고 자주 물어보신다. 짧은 영어로 답변을 하느라 요즘 고생이 많다"고 웃었다.
세미프로인 일본 V.리그는 총 3부로 나뉜다. 1부리그 10개팀 2부리그 13개팀, 3부리그 6개팀이 경합을 벌인다. 윤봉우가 뛰는 나고야는 1부리그 소속이다. 국내 선수가 V-리그를 거쳐 일본으로 향하는 것은 윤봉우가 처음이다. 여자로 범위를 넓혀도 과거 JT 마블러스에서 뛰었던 김연경(흥국생명)에 이어 두 번째다.
윤봉우는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다.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도 나쁘지 않다. 도전해도 괜찮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평소 일본리그 영상을 많이 접했다던 윤봉우는 "빠르고 기본기가 좋다. 평균 신장은 한국보다 작지만, 공을 다루는 기술은 우리보다 나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달 말 출국을 앞둔 윤봉우는 프로 생활의 절반 이상을 보냈던 현대캐피탈의 도움으로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몸을 만드는 중이다.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의 훈련은 현대캐피탈이 먼저 제안했다.
윤봉우는 "현대캐피탈 관계자께서 '갈 곳이 마땅치 않으면 이곳에서 훈련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하셨다. 최태웅 감독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오고 싶으면 와라'고 허락해주셨다"고 소개했다.
최 감독은 "우리 팀 레전드였던 선수가 일본에 간다고 하니 우리도 해줄 수 있는 것은 다 해주겠다"면서 출국 전까지 부담 없이 운동과 치료를 받으라고 배려해줬다. 윤봉우는 "너무 고맙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은퇴를 앞둔 나이에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택한 윤봉우는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크다고 했다. "일본과 우리는 같은 아시아권이지만 배구 스타일은 다르다. 그 다름이 너무 궁금하다. 직접 느끼고 싶었다. 연봉은 국내에서 받던 것보다 적지만 관계없다. 코치 연수를 겸해 내 돈 내고도 해외로 나갈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런 기회가 찾아왔다. 다른 배구를 해보고 싶었고, 견문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남자 선수 일본리그 진출의 개척자로서 책임감도 크게 느끼고 있다.
윤봉우는 "아직 없었지만 이후에는 나 같은 케이스가 또 생길 수도 있다. 일본 뿐 아니라 다른 리그에도 국내 선수 중 누군가 진출할 수 있다"면서 "그런 점을 생각하면 책임감이 생긴다. 내가 잘해야 한다. 단순히 그냥 배구만 잘한다는 것이 아니다. 여러 측면에서 정말로 잘해야 하고, 그러고 싶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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