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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동 민주인사 생가 밀고 아파트 세우자니···
입력 2020.08.05. 19:40 수정 2020.08.05. 21:14 댓글 8개일부 주민들 아파트 건립 추진
지자체 "보호구역이라 개발 한계"
6월 민주항쟁의 주역 고 이한열 열사와 독재정권에 저항했던 문병란 시인, 한국 근대화단의 거목 오지호 화백 등 민족·민주인사들의 생가와 자택이 밀집한 광주 동구 지산동 일대에 일부 주민들을 중심으로 아파트 개발 추진 움직임이 있어 논란이다.
동구는 이 지역 인문자산을 활용, 역사적 인물을 소개하는 스토리텔링 이음길 및 문학관 건립 등 도시재생을 추진하려는 계획인 반면, 공동주택 개발 찬성 측 주민들은 "지역발전에 방해되는 민족·민주열사 생가 및 자택을 허물고 아파트를 건설하자"며 동구 도심재생 사업에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5일 광주 동구 지산동 제2순환도로 고가도로 아래 도로에 지산동 동계마을 반대 추진위원회가 내건 '스토리텔링 이음길 및 문병란 문학관 건립 반대'가 적힌 불법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일부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추진위원회는 동구가 추진하려는 스토리텔링 이음길과 문병란 문학관 건립에 반대하며 이같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스토리텔링 이음길은 동구가 지산동 동계마을 일대 문병란 시인 자택, 이한열 열사 자택, 오지호 생가 등 역사적인 인물들의 집을 중심으로 추진하려는 도시재생사업이다. 세 집을 중심으로 트래킹 코스를 개발하고, 코스 중간에 방치된 소공원과 시설물들을 리모델링하는가 하면 동계천 옛 물길 복원을 통한 노천 폭포 개발 등 도시재생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동구는 지역을 4대 권역으로 나눠 역사적 인물을 소개하는 인문산책길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에서도 지산동 권역은 세 집을 중심으로 인문탐방이 이뤄질 예정이다. 최근 문병란 자택을 매입한 동구는 이곳에 기념공간을 조성할 계획도 검토 중이다.
추진위는 이같은 동구의 계획에 반대하며 이 지역에 아파트를 건립하겠다는 입장이다. 추진위 측은 오지호 화가 생가와 문병란 시인 자택 등을 매입해 허문 다음 아파트 재개발사업을 통해 지역발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오지호 생가가 지방문화재로 등록돼 주민들은 수십년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문병란 문학관이 건립되면 그 일대 주민들만 피해를 본다"며 "최근 주민 98명의 서명을 받아 동구의회에 문병란 문학관 건립 반대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음길 사업에 포함된 세 집 중 길 건너 있는 이한열 열사 집은 아파트 건설 대상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같은 움직임 속에 해당 민주·민족 열사들에 대한 볼멘소리까지 나오면서 유족은 안타까운 심정이다. 문병란 시인 가족들은 "아버지 이름을 현수막에 걸고 문학관 조성을 막는데 주민들과 싸울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동구가 아시아문화전당을 중심으로 인문학 자원을 개발한다고 하는데 정작 광주는 문학관 하나 만들려고 해도 부동산 투기가 가로막는다. 부끄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구는 "현재 지방문화재로 등록된 오지호 생가 주변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개발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인문도시재생사업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며 아파트 건립 신고 등 관련 움직임에 대해서는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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