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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부족' 주택수급, 균형 찾을까
입력 2020.08.05. 06:00 댓글 1개서울 공급물량 67.2% 재건축 등…민간 참여가 관건
'내 집' 수요 느는데 임대주택 위주 공급 정책 수립
도심 과밀·지방 소멸 고려한 주택수급 재검토 필요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정부가 수도권에 13만20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하는 내용을 담은 '8·4 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3기 신도시를 포함해 수도권 전체에만 모두 127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공급대책에는 서울 용산구, 서초구 등 도심 주요 지역에 공급되는 약 11만 가구의 물량이 새로 포함돼 실수요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3년 사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 4만 가구의 약 3배에 달하는 물량이어서, 최근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던 '공항 구매'(패닉 바잉) 현상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공급대책이 늘어나는 주택 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많다. 도심 내 주택을 무작정 늘리는 것은 교통 체증 등 주거 환경이 악화될 수 있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도 맞서고 있다.
당장은 불난 집값이 정부 민생 정책의 화두지만, 올해부터 인구 감소가 본격화 되면 주택 시장은 새로운 수급 균형점 마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동안 수요 억제 일변도로 시장의 뭇매를 맞았던, 정부의 수급 관리 능력도 새로운 시험 무대에 오를 전망이다.
◇정부 "수도권 공급물량 127만 가구"…실제 공급 가능성은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8·4 대책을 포함해, 오는 2028년까지 8년간 모두 26만 가구 이상을 공급할 방침이다. 3기 신도시 등을 포함하면 장기 계획상 향후 수도권 내 주택 공급 예정물량은 모두 127만 가구에 달한다.
숫자만 놓고 보면 적지 않은 수준이지만, 공급 효과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실제 공급이 가능할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민간의 참여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공급물량을 유형별로 보면 공공택지가 84만 가구, 민간택지가 43만 가구(정비사업 39만 가구·기타 4만 가구)다.
사실상 정부가 임의로 공급할 수 없는 민간 물량이 33.9%에 달한다.
서울의 경우 올해 이후 예정된 공급물량 36만 가구 중 공공택지 물량이 32.8%(11만8000가구)에 불과해 민간의 비중이 67.2%에 달해 오히려 반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번 대책 발표와 관련해 "규제 위주의 재건축 정책이 큰 전환점을 맞았다"면서도 "이번 정부 공급대책은 사실상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조합의 참여를 얼마나 이끌어낼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이나 지자체의 반대도 사업 추진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전날 대책 발표 직후 대규모 택지 공급이 예정된 경기 과천, 서울 노원구, 용산구 등은 일제히 반대 입장을 발표하며 반기를 들었다. 사전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탓에 잡음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충분한 공감 없이 나온 주택 공급 대책은 앞으로 지자체와의 반목을 예고해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 위원은 "공급계획 청사진이 만들어진 만큼 이제 수요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 집 마련' 수요 느는데 임대 공급?
수도권 신규 공급 물량의 상당수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라는 점에 대한 논란도 있다.
정부는 공공택지 물량 중 약 30~40%가량은 임대로 공급할 방침이다. 또 규제 완화를 통해 '35층 층고 제한' 적용을 받지 않는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 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총 5만 가구 중 일부는 공공이 기부채납으로 환수해 임대하기로 했다.
현재 주택 시장에 수급 불안이 커지는 배경은 '내 집 장만'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데,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은 번지수를 잘 못 잡았다는 것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이와 관련 "현재 공급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의 원인은 내 집 마련을 위한 준실수요자들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인데, 공급대책의 상당 부분은 공공임대와 분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집값 상승 불안감을 잠재우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임대차 시장의 안정은 내 집 마련 수요를 억제해 주택시장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임차가구로 추정되는 835만 가구 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형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세대는 255만 가구에 불과해 69.5%(580만 가구)가 민간 임대차 시장에서 전월세 형태로 거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의 시행과 등록임대사업 사실상 폐지 등의 영향으로 임대차 시장은 급격한 위축이 불가피 하다.
정부가 공공주택 공급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우리나라 공공임대 주택 비중은 올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8%에 도달한다"며 "오는 2022년 9%, 2025년 10%가 되면서, 임차가구의 25%가 공공임대 거주하는 토대가 만들어 질 것"이라며 공공임대 정책을 확대해 나갈 뜻을 시사했다.
◇'만성 부족, 서울 수급 상황 재점검 필요' 지적도
근본적으로는 수도권 주택 수급 상황에 대해서 정부가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몇 년간 서울 등 수도권 집값 급등 상황은 대출 규제, 세제 강화 등 수요 관리에만 집중하다가 생긴 부작용이라는 주장이다.
국토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자기 집을 보유한 전국의 가구 비율이 61.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수도권은 자가보유율이 54.1%로, 전년 54.2%보다 소폭 감소했다.
또 통계청 주민등록 인구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인구 대비 수도권 인구 비중은 지난해 50.002%를 기록해,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 대비 1737명 더 많은 상태다.
서울 인구는 줄었지만, 세대수가 올해 6월 기준 438만4076세대로 지난 2018년 12월(432만7605세대)에 비해 증가 추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서울과 생활권을 공유하는 경기도의 인구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서울시의 주택보급률은 지난 2017년 96.3%에서 2018년 95.9%로 하락했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3만6000가구로, 올해 5만3000가구보다 1만7000가구나 적은 수준이어서 오는 2022년(5만 가구) 전까지 공급 부족 우려가 큰 상황이다.
게다가 서울 시내 주택의 질이 하락하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 있는 아파트 평균 연식은 21년을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노원구(26.6년), 도봉구(25.6년), 양천구(24.8%), 영등포구(24.3년) 등 순으로 노후 진행이 빠르다. 노후 주택은 수도, 난방 등은 물론 안전에도 취약하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신축 강세가 나타나는 배경도 주택 노후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실상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 수급 상황은 만성 부족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이번 대책과 관련해 "실제 공급 물량 순증은 13만2000가구 안팎에 그쳐 아쉽다"면서 "특히 수도권 3기 신도시의 추가 공급물량이 2만 가구에 그쳐 추가 공급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도심 내 주택 공급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일단 우리나라 인구는 지난해 11월을 정점으로 줄기 시작했으며, 몇 년 뒤에는 세대수도 동반 감소할 전망이다. 공급량 자체보다 양질의 주택을 적재적소에 공급해 수급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주택 공급이 수도권 과밀화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오히려 개발 호재로 받아들여져 집값을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급대책 발표가 일부 지역에서는 개발 호재로 인식돼 부동산 시장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면서 "공급대책과 수요대책이 강력한 수급대책으로 동시에 작동되도록 해 투기수요를 최소화하고 실수요자 보호는 극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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