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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온택트 시대, 마을에서 배우다
입력 2020.08.03. 10:53 수정 2020.08.03. 18:56 댓글 0개동재라는 아이가 엄마 직장 학교에 왔다. 엄마는 학교 교직원이다. 집에서 돌보아 줄 사람이 없어 궁여지책으로 학교에 온 것이다. 어쩌다 만나게 되는 선생님과 학생들은 한 마디씩 거든다. 미래 꿈나무 아이에 대한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장난을 치며 놀리기도 한다. 이렇게 아이는 새로운 경험들을 만난다. 먼 훗날 자신의 자양분을 채워 나가며 엄마 손을 꼭 잡는다. 어른이 되어서는 웃으며 이 순간을 떠올릴 것이다.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가정과 마을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자기관리와 공동체 역량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는 학부모들의 교육기부, 공동 육아 및 학습프로그램 설계를 통하여 아이들을 함께 돌본다는 뉴스를 보았다.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다. 빗장공동체로만 일컬어지던 아파트 공간에서 골목길 문화가 발현하는 순간이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는 '온택트 문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석학들이 예측한다. 온택트란 온라인으로 외부와의 연결이 일상화되는 것을 말한다. 온라인 개학, 온라인 미팅 학습 등. 거스를 수 없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 시대가 된 것이다. 그리고 마을 공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는 기회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이제 필연적인 상황이 되었다. 어차피 제한된 학교 공간을 넘어서 마을을 돌아보며 이해하고 마을 자원을 활용하여 성장해 가는 시대가 되었다.
각 시·도가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람의 가치'와 '신뢰의 관계망'을 만들려는 노력들이다. 공동체라는 용어가 도시와 지역 안에서 계급분리를 실현하는 오늘 날, 그 안에서 마을이 가졌던 전통적 가치를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들이다. 미국의 도시 사회학자 제인 제이콥스는 '길가에 가게들이 문을 열고 있는 것만으로도 골목 아이들의 안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며 지역이 서로의 삶을 일정 부분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도 '광주 곳곳이 교실'이라는 슬로건으로 다양한 발전 전략을 수립하였다. 나아가 원격 수업 격차 해소 일환으로 마을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미래교육 축으로 삼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학생과 마을, 학교 공동체의 상호작용 활성화를 통하여 아이들이 지역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들을 내놓고 있다.
5개 구청과 협업 '마을학교'를 운영하고 '타랑께 마을버스'를 지원하여 마을배움터를 손쉽게 방문 체험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교와 지역사회 간 교육협력과 다양한 프로그램 제공을 통하여 마을 교육 기능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관과 정부 주도 사업들의 한계는 명약관화한 일이니 주민과 지역사회가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필자도 지난 4년간 마을교육공동체 동아리 활동을 통하여 지역 사회 자원을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아이들의 역량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제자들의 성장을 보며 이것이 2015 개정 교육과정 핵심역량과 '삶과의 연결'이라는 교육 가치에 부합하는 것이라 믿는다.
부모와 이웃의 직업을 보고 배우며 그 역할들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교육, 실제로 지역 문화를 계승할 수 있도록 체험을 제공하여 내면화하는 교육들 이것이 살아있는 교육이지 않은가? 지식 중심 맹목적 교육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천신만고 끝에 대부분 학교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방역수칙을 지키면서도 마을배움터들을 찾아보고 돌봄 활동을 펼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및 학교 등을 방문하여 활용해 보실 일이다. 다양한 삶의 공간에서 배우며 주체적 실천적 과제 수행을 통하여 지역사회 동량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와 맞서 싸우느라 이제는 방학이라는 시간과 맞서 이겨내느라 애쓰실 우리 학생들과 학부모님 그리고 지역사회 마을 활동가분들에게 힘찬 응원을 보낸다.
- <칼럼> 늘봄학교, 우리 아이들의 삶이 없다 '늘봄', 이 얼마나 예쁜 말인가? 봄처럼 포근하고 따사로움이 늘 함께한다는 뜻일 것 같은 '늘봄'. 그러나 이제 이 언어는 그렇게 쓰일 수가 없다.언어의 의미는 사회에서 규정된다. 아무리 좋은 언어라도 사회에서 다른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언어의 오염이 시작되고 결국 그 언어는 이전의 의미로는 쓸 수 없게 된다. 나에게 '늘봄학교'은 '녹색성장'과 같이 그렇게 오염된 채 다가왔다.2024학년도 1학기 광주지역 늘봄학교, 신청에서부터 선정까지 학교 현장 갈등2월 현재 광주에서는 30여개 초등학교가 늘봄학교에 참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청한 18개 학교 중 중17개교는 협의록이 없으며, 교장 결정 3개교, 교장과 교감이 함께 결정한 학교 1개교, 교장, 교감, 행정실장이 결정한 학교 2개교, 부장교사가 요청하여 승인한 학교 1개교 등 내가 속한 학교지만 어떻게 늘봄이신청되고 선정되었는지를 학교 구성원은 잘 모른다. 그래서 서로 의심하고 속상해한다. 이렇게 늘봄학교는 불필요한 학교 현장 갈등을 양산 시키고 있다.교사? 돌봄전담사? 일반직? 과도한 노동을 강요받고 있어"우리가 일 때문에 늘봄학교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은 늘봄학교 거부의 본질이 업무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거겠지만, 노동자에게는 일도 중요하다. 여전히 시간제가 많은 돌봄전담사의 업무도 아니고, 수업과 생활교육이 고유 업무이자 이것만으로도 과도한 노동을 하는 교사의 업무는 더더욱 아니다. 늘봄지원실을 만들어 일반직을 배정한다는 것도 총액인건비제에 묶여있는 공무원 상황을 보면 실현 가능하지 의문이 들고, 기간제에게 맡기는 것 또한 노동의 불안정성을 부추김과 동시에 결국은 기간제 공고부터 선정 관리까지 다시 학교의 업무가 되는 것은 학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안다. 학교의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한다.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 강요받은 업무를 그것도 과도하게 말이다.가장 중요한 사실, 우리 아이들의 삶이 없는 '늘봄학교'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늘봄학교에는 우리 아이들의 삶이 없다는 것이다. 올해 초 늘봄학교에 대한 기사가 쏟아질 무렵 내 마음을 훅 치는 기사 하나가 있었다. 기사 중에는 지금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자녀로부터 들은 초등돌봄교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음과 같다."엄마, 나는 초등학교 때 돌봄교실이 제일 싫었어. 다른 친구들은 학교 끝나면 엄마랑 만나서 놀이터에서 놀고 학원에 가고 집에서 쉬는데, 난 혼자 돌봄교실에 갔어. 나도 다른 애들처럼 엄마랑 만나고 싶었어." 우리 아이들의 삶을 생각한다면 아침 7시부터 밤 8시까지 학교에 있는 게 폭력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 안드는지? 어른들보고 그렇게 있으라고 한다면 아마 대다수 집에 간다고 하지 않을까?늘봄학교에는 주체인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는 빠져있고, 즉 아이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에 대한 고민과 사유는 실종되었다.학교, 지자체, 무엇보다 보호자가 우리 아이를 충분히 돌볼 수 있도록필자도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냈었고,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발을 동동거린 적이 있다. 대한민국 보호자들이라면 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두 번이라도 했을 것이다. 그때 절실하게 느낀 것이 돌봄의 사회적책임이었고, 학교 현장에 있는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돌봄의 사회적 책임은 보호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보호자의 양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노동시간 합의와 양육시간 확보도 해당될 것이다. 후자의 대표적인 것이 소위 '저녁 있는 삶'과 같은 것이다.학교가, 지자체가 함께 우리 아이들을 돌봄과 동시에 보호자가 우리 아이를 충분히 사랑하고 충분히 돌볼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천천히 가더라도 그렇게 가야 우리 아이들의 삶이, 우리들의 삶이 있다.그렇게 간다면 다시 '늘봄', 이 언어의 원래의 의미를 되찾아 진정 우리가 바라는 '늘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정애숙 광주동산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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