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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시행 앞두고 서울 아파트 전셋값 급등 왜?

입력 2020.07.31. 06:00 댓글 0개
공급 부족과 수요 급증에 따른 '수급 불균형' 심화
서울 전셋값 57주 연속 상승…7개월만에 최대폭
전세시장 법 시행 前 불안…장기 임대주택 공급 ↑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상가의 부동산 중개업소 아파트 매물 정보가 비어있는 모습. 2020.07.29.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집주인들이 앞으로 4년 간 전셋값을 올리지 못한다며 보증금을 대폭 올리거나 월세로 돌리고 있어요."

지난 30일 서울 마포구 대장주로 불리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택 임대차 시장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거래 장부를 보여주며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혼란스러워 한다"고 짧게 대답했다.

그가 건넨 거래 장부에는 전세 매물을 기다리는 고객들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그는 "임대차 3법 시행에 대비해 집주인이 미리 임대료를 올려 받거나 전세를 월세로 전환했다"며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추진한 '임대차 3법' 가운데 핵심인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주택 임대차 시장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을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재석 187명, 찬성 185명, 기권 2명의 표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세입자가 기존 2년 계약이 끝나면 추가로 2년 연장이 가능하고, 임대료는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내에서 지방단체가 조례를 통해 상한을 정하도록 했다. 또 집주인은 물론 직계존속·비속이 주택에 실거주할 경우 계약 갱신 청구를 거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집주인이 실거주하지 않고, 세입자를 내보낸 뒤 다른 세입자와 계약을 할 경우 기존 세입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했다.

당정이 추진 중인 임대차 3법 가운데 하나인 전월세신고제는 다음달 4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17% 올라, 지난주(0.13%) 대비 오름 폭이 확대됐다. 전셋값이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던 지난 2015년 11월2일(0.17%) 이후 약 4년8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날 공교롭게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7개월 여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서울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57주 연속 상승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27일 기준)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14% 상승했다. 지난주(0.12%)보다 상승폭이 더 커졌다. 또 주간 기준으로는 지난 1월6일 조사 이후 7개월여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강동구(0.28%)를 비롯해 강남(0.24%)와 서초구(0.18%), 송파구(0.22%) 등 강남 4구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또 성동구(0.21%)와 마포구(0.20%), 동작구(0.19%) 등도 전셋값 오름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전용면적 84.8㎡) 전세 매물은 지난달 1일 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6.17 대책 직후인 18일에 9억5000만원에 오르더니 현재 전세 호가는 11억원~11억3000만원 선이다. 또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면적 94.49㎡) 전세 매물 호가도 1억원 가량 올랐다.

임대차 3법 시행이 임박한 가운데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하는 이유는 전세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추가 인상과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미리 올리거나 전세를 월세로 돌려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전세 매물이 줄고 있다.

또 0%대 초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집주인들이 전세를 반전세(보증부 월세)나 월세로 전환하면서 가뜩이나 줄어든 전세 매물이 더 줄어들고, 덩달아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 특히 6·17부동산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 분양권을 받기 위해선 2년 이상 실거주가 의무화되면서 갈수록 전세 매물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물 경기 침체 등으로 집값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매매를 미루는 수요와 청약 대기 수요까지 전세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주택시장에서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치솟는 전·월세 가격의 안정을 꾀하고, 2년마다 집을 옮기는 이른바 '전세 난민'이 사라지는 등 세입자의 주거 안정과 권리가 보장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임대차 3법 시행 전 집주인들이 임대료를 미리 대폭 올리는 등 주택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 시행 전 전셋값 급등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당이 임대차 3법을 속전속결로 처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지난 27일 국회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뒤 이틀 만에 통과됐다. 이어 하루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31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들은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뒤 관보에 실리면 즉시 시행된다.

일각에선 집주인이 기존 계약이 끝나고 새로운 세입자과 계약할 때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려 전셋값이 4년마다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지나친 재산권 침해라는 반발도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 시행으로 단기적으로 전·월세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 신고제 등 임대차 3법은 결과적으로 민간임대 공급을 축소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중장기적으로 전·월세 가격을 안정화시킬 수 있으나, 시행 직전 단기간에 전·월세 가격 상승시킬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금리 인하와 신규 물량 공급 축소 등이 임대차 3법과 맞물리면서 전세 물량이 전체적으로 줄고 전세난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수요가 몰린 지역을 중심으로 장기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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