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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따구 1마리만 들어와도 대량번식···역세척 10일 이내로"

입력 2020.07.30. 18:40 댓글 0개
30일 '수돗물 유충 원인 규명 진단 긴급토론회'
깔따구 생존력 우수…'무성생식'으로 대량 번식
"관리·운영사례 공유해야…전문 독립기구 필요"
[서울=뉴시스]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인천 수돗물 유충 사고 원인규명과 고도정수처리시설 진단 긴급토론회'에서 독고석 단국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교수가 '인천 수돗물 유충사고 원인과 대책 제언' 부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수돗물시민네트워크 페이스북 라이브 갈무리). 2020.07.3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지난 9일부터 인천 지역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되고 있는 가운데 무성생식이 가능한 깔따구가 정수장 내에 유입될 경우 얼마든지 대량번식이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때문에 고도정수처리시설 내 깔따구 유입과 번식을 차단하기 위해 하절기에는 활성탄여과지 역세척 주기를 10일 정도로 단축하는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수돗물시민네트워크와 대한상하수도학회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공동 개최한 '인천 서구 수돗물 유충 원인 규명과 고도정수처리시설 진단 긴급토론회'에서다.

'수돗물 전문가 정밀원인조사단'으로 활동 중인 독고석 단국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활성탄여과지는 생물막이 형성돼 있고 유기물이 풍부해 깔따구 생존에 좋은 환경"이라며 "깔따구 한 마리가 들어가도 얼마든지 대량 번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독고 교수에 따르면 깔따구는 수생곤충의 25%를 차지하며 1㎥당 10만개체까지 증식할 수 있다. 깔따구는 영하 16도에서도 발견된다. 유충은 바이칼 호수 1000m 깊이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생존력이 우수하다.

물 표면에 있는 알에서 부화한 유충은 크기가 점점 커지면서 하층부 모래로 이동해 먹이를 찾는다. 번데기는 주로 물 중층부에서 발견된다. 물 상층부로 떠오른 뒤에는 번데기에서 성충이 나와 대기 중으로 이동한다.

특이한 점은 깔따구가 무성생식을 한다는 것이다. 깔따구 성충은 번데기에서 나올 때 번데기 속에 알을 낳는데 이 알은 수컷이 없어도 자연적으로 부화할 수 있다. 이는 정수장에 깔따구 유충 한 마리가 들어가도 번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활성탄여과지는 생물막이 씌워져 있고 유기물이 풍부하기 때문에 깔따구 생존에 좋은 환경이라는 게 독고 교수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물 1㎥당 유충 3만마리가 서식할 수 있다.

그는 "깔따구 유입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역세척만 제대로 해도 유충을 배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환경부는 지난 15~17일 최근 인천 지역 수돗물 유충 민원의 원인으로 지목된 활성탄지가 설치된 전국 정수장 49개소에 대해 긴급점검을 실시했으며 인천 공촌·부평정수장을 포함한 7개 정수장에서 유충이 소량 발견됐다. 다음은 깔따구 특징.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깔따구의 정수장 유입과 번식을 원천 차단하는 방법으로 ▲방충망 설치 ▲역세척 주기 및 오존농도 조절 ▲살충제 미량 사용 또는 무산소화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벌레가 정수장 내에 유입하지 못하도록 미세 방충망커버, 포충기, 이중 출입문 설치 등의 조치는 앞서 환경부도 대책으로 마련한 방안이다.

여기에 더해 깔따구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하절기에는 역세척 주기를 7~10일 이내로 단축시키는 방안이 제시됐다. 깔따구 성충이 오존에 약한 만큼 활성탄지 상층부 오존 농도를 일정 이상 유지하는 방안도 나왔다.

살충약품인 '페르메트린'(Permethrin)을 수질기준 농도의 20분의 1 가량을 썼을 때 깔따구 유충이 제거된 사례도 나왔지만 정수장에 이 방법을 도입하기에는 안전성 등의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예측됐다. 활성탄지 내 산소를 없애 깔따구 유충을 질식시키는 방법은 활성탄지에 깔따구가 들어왔을 경우에는 유용한 것으로 검토됐다.

활성탄지 이후 곤충을 걸러낼 수 있는 최후의 방어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독고 교수는 "수돗물이 활성탄지를 거쳐 바로 수용가로 가는 만큼 곤충을 마지막으로 걸러낼 수 있는 방어체계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잔류염소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수돗물 내 잔류염소를 높일 경우 깔따구 잡으려다 발암물질을 방출하는 역효과가 있다"며 "염소에 저항성이 있기 때문에 제거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정수장 운영 관계자들이 운영 우수 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마련이 강조됐다. 앞서 수돗물 유충 사태가 활성탄지 관리 부실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던 만큼 관리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사례들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문 독립기구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독고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기능직에서 은퇴하고 그 자리를 신진 인력들이 채우고 있다. 신진 인력들은 은퇴한 세대로부터 운영 자료와 노하우를 전수받지 못했다"며 "정수장 운전자들끼리 운영 사례를 공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명수 위원장은 "잦은 인사교체와 과다 업무 문제로 전문성이 약화되고 있다"며 "수도사업은 안정적이어야 한다. 고도처리장의 전문성,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전문 독립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천시의 적극적인 소통과 함께 정부와 민간이 함께 문제 발생과 대응 과정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백 위원장은 "인천에서 지난 9일 유충이 발견된 이후 21일이 지났지만 대책만 나오고 원인이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며 "시민들이 사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힘들고 오히려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환경부 또는 총리실 차원에서 시민과 함께 공동으로 문제 발생과 대응 과정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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