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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의 야릇한 도발···국제갤러리 폴 매카시 개인전

입력 2017.09.14. 16:43 수정 2017.09.14. 16:52 댓글 0개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목이 잘린 백설공주(Snow White)의 도발이다. 바닥에 널브러진 공주의 얼굴은 성적 환희에 도달한듯 야릇한 표정으로 관객을 마주한다.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폴 매카시(Paul McCarthy·72)가 동화속 순진무구한 백설공주를 '욕망녀'로 변신시켜 데려왔다.

5년전 서울 국제갤러리에서 '아홉난쟁이'로 첫 내한전을 열었던 그가 다시 왔다.

'19금'같은 난쟁이들의 그로테스크한 아름다움을 선사했던 폴 매카시는 이번에 백설공주와 자신의 몸을 토막낸 조각을 보여준다. 작가 자신의 나체를 과감하게 자르거나 비틀어 보여주는 적나라한 'Cut up' 조각 작품 시리즈, 흘러내릴 것 같은 실리콘으로 만들어졌지만 정작 내부에는 겹겹이 코어가 박혀있는 피카비아 아이돌 조각 작품 시리즈를 전시했다.

5년만에 한국에서 여는 개인전 신작들에 대해 폴 매카시는 "미디어가 반영하고 있는 이 세계의 폭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몸을 소재로 한 조각에 대해 "나이가 들면서 몸이 쇠약해지는 걸 느끼고 있는데 이런 느낌이 작품에 영향을 줬다"며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작품을 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물론 그는 1960~1970년대에도 자신의 몸을 예술의 주제로 사용했다. "이후 달라진 게 있다면 실제 신체가 아닌 신체를 '표상화'(represent)하는 작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

폴 맥카시는 지난 40여 년간 보편적 신화에 맞서고 자본주의 내막에 감춰진 정신적 변화를 드러내는 작품들을 선보이며 동시대 미술 영역에서 공고한 위치를 다져왔다.

1970년대 초부터 본능적 감각이 돋보이는 퍼포먼스와 영상작업으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1982년부터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캘리포니아대학에서 퍼포먼스, 비디오, 설치, 미술사를 가르치며 많은 후학을 양성했다. 1990년대를 기점으로 조각, 설치, 그리고 로봇공학을 접목한 작업 및 대형 풍선 조각을 선보이며 작업의 반경을 넓혔다.

그의 조각, 퍼포먼스, 영상, 사진등 낯설지는 않지만 따져보면 기괴한 작품은 매스미디어와 허구적 환상을 꼬집는다.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미국 자본주의 문화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수용하는 이미지 현상을 파헤친다. 그간 주로 다뤄온 신화, 고전동화, 그리고 백설공주와 같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동화 속 친근한 아이콘에 대한 탐구다.

1937년 월트 디즈니가 제작한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작가가 줄곧 주목해온 주제로 미디어가 욕망을 어떻게 상업화하는지에 대한 작가적 탐구를 해독 할수있는 실마리다. 맥카시의 작업에서 자주 등장하는 백설공주 캐릭터가 키치적 소품으로 대량생산되어 보급되는 것은, 20세기 미디어 업계에서 흔히 채택해온 마케팅 방식의 하나이자 미디어의 상업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맥카시의 작업에서 발견되는 독창적 기법 중 하나는, 작업 과정의 일부를 되돌리고 다시 활용하며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파생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방식으로 제작된 작품들을 물질의 변화 과정을 암시하는 한편,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마케팅 전략으로 사용하는 용어 '스핀오프(spin-off)' 에 빗대어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는 앞서 비디오, 설치, 조각 등 다양한 매체로 구현했던 'white Snow (ws)' 연작 중 실리콘을 재료로 백설공주의 두상을 묘사한 두 가지 버전의 조각작품이 소개된다.

또한 조각의 캐스팅 과정에서 쓰이는 ‘코어(core)’라는 요소를 활용한 작품도 선보인다. 실리콘 조각의 주조 과정에서 주형의 뼈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코어’ 는 통상 완성된 조각작품에서는 그 형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반면 폴 맥카시는 코어를 작업의 ‘스핀오프’로 활용하며 허구적 인물들의 이면 혹은 그 내면에 존재하는 불편한 시선을 표현하고자 했다. K2 전시장에는 2012-2013년과 2012년에 제작된 흰색과 살색 실리콘으로 이뤄진 두 버전의 , 그리고 각각 2013-2015년, 2013-2017년에 걸쳐 완성한 흰색과 살색의 조각이 함께 설치된다.

‘코어’를 활용한 맥카시의 전략은 프랑스의 저명한 화가인 프란시스 피카비아(1879-1953)의 작품 '여인과 우상 'Woman with Idol'(1940-1943)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복잡하고도 야심찬 신작에서도 발견된다.

이는 국제갤러리 전시를 통해 최초로 선보이는 다층적 시리즈 작업이다. 예술가로서 폴 맥카시가 오랫동안 매료되었던 피카비아, 그 중 에서도 피카비아 그림에 등장하는 거대한 이교도 우상을 안고 있는 에로틱한 여인의 형상에서 비롯된 작품들이다.

국제갤러리 K3에 전시된 'Cut Up'연작은 폴 맥카시가 자신의 나신을 본 떠 만들었다. 나신 모형을 다시 3D 스캔 한 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한 모델링을 거쳐 고밀도 우레탄 레진으로 제작한 조각이다.

충격적이고도 매혹적인 이 조각은 신체 세부적인 디테일까지 표현되어 내부와 외부 표면이 전복된 형태를 직면하게 한다. 극사실적으로 묘사된 실물 사이즈의 조각 작품을 통해 작가는 B급 정서의 호러물과 고전 조각의 전통을 비튼다.

"실제사람의 본을 떠만든 주조물이 형태라는 환상속에 갇혀있 듯, 어떤 모습으로 형상화된다는 것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내재되어있다. 당신은 바로 이러한 점에 매료되어, 앞뒤를 고루 돌아보며 작품을 감상하게 될 것이다." 전시는 10월 29일까지.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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