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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깃대종 수달, 수리와 달이가 되기까지
입력 2020.07.20. 18:57 수정 2020.07.20. 19:47 댓글 0개<상>상징물-마스코트
◆Intro
안녕!
난 수리야. 만으론 3살. 우리 유라시안수달(한국수달) 평균 수명이 12~15년이니까 사람 나이로 치면 10~20대 정도? 알 건 다 알만큼 컸어(*'▽'*).
사람들은 내 매력으로 납작한 머리와 둥근 코를 꼽아.
좀 귀엽지? ^~^*. 내 입덕 포인트 중 하나인 긴 꼬리도 빼놓으면 아쉽지. 눈과 귀, 다리는 좀 짧아. 발가락은 발톱까지 물갈퀴로 돼 있어서 헤엄치기에 '딱 좋아 딱 좋아~'. 포유류지만, 물 속에서 살기 알맞게 진화했어. 눈과 귀가 동시에 발달해서 킹갓생존력을 가지고 있지. 나와 달이는 2017년 7월 26일에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났어. 우리가 태어난 날, 어마무시했지~!.
내가 태어났다고 기자회견이 열렸으니까. EU·미국·중국·일본 등등 셀 수도 없이 많은 나라에서 날 보러 왔어. 전 세계 방송·신문·인터넷 등 외신 기자만 150여명이나 왔다고~!(뿌듯). 내 탄생일을 축하해주러 국제수영연맹(FINA) 훌리오 마글리오네 회장과 코넬 마르쿨레스쿠 사무총장도 왔으니, 뭐 할·말·하·않(할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다)ㅋㅋ
◆탄생 배경
다들 짐작하겠지만, 난 출생신고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했어. 원정 출산이냐고? 놉.
2년 뒤 열릴 광주대회를 알리는 자리인데, 내가 빠질 수가 없잖아. 달이랑 거기까지 갈 수밖에.
쉿!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인데… 하마터면 나 세상에 못 나올 뻔한 것 있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해 ㅜㅜ. 때는 바야흐로…(가물) 3년 전쯤. 2017년 2월 28일 오후 2시. 시각상징물 2차 중간보고회 때야. 우리나라 캐릭터·마스코트 관련 전문가분들이 모두 모이셨지.
산업·캐릭터디자인 관련 교수님들, 디자인센터 대표님 등 쟁쟁하신 분들이었어. 후보는 모두 8팀. 요즘 대세 미스·미스터 트롯알지? 공개경쟁 오디션을 했어. 얼마나 떨리던지…. 수달과 원앙, 물방울, 물의요정을 기본형으로, 여러 변형된 모습들이 나왔지.
광주·수영(물)과의 연관성, 스토리가 가능한 캐릭터가 우선 고려됐어. A위원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영산강으로 돌아온 수달 친구'와 '다채로운 재능을 갖춘 원앙 커플'이 좋겠다". 캐릭터의 핵심 타깃은 아이들이잖아. 그래서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캐릭터도 이야기됐지. 사람처럼 생명을 불어넣자는 거야.
B위원 "물방울무늬, 물안경을 형상화할 때 입과 손이 없는 문제가 있지만, '라바'처럼 단순화한 형태로 의인화 시키면 좋겠다". 슬로건·엠블럼과도 결이 같아야 되지. 우린 한 세트니까 ㅎ. C위원 "캐릭터는 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슬로건·엠블럼·캐릭터는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광주를 상징할만한 특별한 동물은 없으니 새롭게 추상적인 캐릭터를 만들었으면 한다".
잘은 모르지만 인공지능과 로봇 의견도 있었대. 상상이 되니?. A위원은 "미래 지향적인 인공지능 캐릭터는 어떨지". 그땐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과 4차 산업혁명 같은 말이 유행할 때거든. D위원은 "일반적 접근보단 외국 사례처럼 4차원 로봇 형상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나 만의 경쟁력
그날 결론은 수달과 원앙으로 모아졌어. 이들 동물이 물과 생명, 환경보호, 치유의 개념을 담고 있다는 점이 어필됐지. 당시 슬로건('빛나는 물결')·엠블럼('물결 모양')과의 연관성도 좋았고. 수달은 생명과 환경이란 측면에서, 원앙은 동양적·사랑의 상징이란 점을 적극 부각했지. 결론은 결국 수달. 광주·전남과 수달의 인연이 컸다고 해.
우린 물이 더러우면 못살아. 수질이 깨끗한 1급수에서만 살거든. 그동안 섬진강 일대와 지리산, 영광·보성·화순 등 일부에서만 서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야. 도시는 먹고 살기가 넘 힘들어서 o°(°`ㅁ´°)°o. 난 잘 알려진 대로 하천의 최상위 포식자거든. 내가 있다는 건, 바로 하천과 그 도시의 건강성을 입증하는 셈이야. 결국 우리 수달이 산다는 건 그만큼 청정지역이란 의미지. 그럼 수달이 마스코트로 정해진다면? 당연히 친환경 도시란 이미지가 커지겠지ㅋㅋ. 그 무렵, 우리 수달들은 무등산(광주 4수원지) 일대가 주무대였어. 무등산이 광주에 어떤 의미인지는 잘 알지?. 1~2년 전엔, 수질이 되살아 난 영산강 유역에서 잇따라 발견됐지.
'되돌아 온 수달'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쫌 받았어 ㅎㅎ(으쓱). 조영택 사무총장 "수달은 광주의 '어머니 산'인 무등산의 깃대종이다. 무등산 4수원지와 물이 깨끗해진 영산강에 돌아온 수달 캐릭터가 좋겠다". 이렇게 결론을 내 주셨지~.
결정적으로 슬로건·엠블럼하고 케미가 좋았어. '평화의 물결 속으로'. 우리 수달보다 이 이미지에 어울리는 거 있음 나와보라 그래!. 물은 생명의 원천이자 근원이고. 청정의 무등산('품결')과 수질이 되살아난 영산강('물결'). 수달은 이 모든 이미지를 하나로 묶어주는 '연결고리'지~~
◆컴플렉스 및 극복 과정
지금이야 툭 터 놓고 이야기 하지만, 그 땐 이런 저런 말 땜에 '마상'을 쫌 입었어 ㅠㅜ. 내 성격과 외모를 놓고 사람들의 편견과 선입견이 있었거든. 생태계 먹이사슬의 문제였지. 내가 생태계 상위 포식자다 보니, 이런저런 오해들도 생기더라고. 약간 일진 느낌이랄까?. '곱디고운' 내 속마음은 몰라주고 말이야 ㅜㅜ.
하마터면 전신 성형도 할뻔 했지 뭐야. 마스코트의 팬덤은 어린 애들이 만드는데, 난 아니란 거지. 넘 성숙해 보인다고. 그럴러면 비율이 중요했어. 평창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 반다비랑 비교도 많이 당했지. 걔들은 얼굴과 몸통이 속칭 3 대 1 황금비율이었거든. 외모지상주의에 마음이 좀 아팠지만, 어쩌겠어... 다 잘되자고 하는 건데. 난 4등신이었거든. 견적을 받아 봤지. 얘들이 좋아할 타입으로다가. 눈썹을 찝고, 얼굴은 좀 통통하게 웃는 상으로. 몸매는 얼굴과 황금비율(3대 1)로... 어떻게 됐냐고?.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다들 '살찐 돼지' 같다고 하더라고. 그 땐 정말 마상도 그런 마상이 없었어.(눈물줄줄). 외모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람들이 나만보면 누굴 닮았다는 거야.
"OO야 물개 옆에 서봐라" "저기 족제비다" 물개라니…. 내가 족제비라니…!. 하천 최고 존엄 수달인 내가 물개, 족제비 소릴 듣다니…. 태어난지 3년이나 됐지만, 수치스러웠던 일화 TOP 3 중 하나야…ㅠ.
◆주요 활동
라뗀 말이야… 인기가 어마무시 했지 ㅎㅎ. 다들 나만 찾아서 내가 없으면 홍보가 안된다나 어쩐다나…. 암튼, 나를 찾는 곳이라면 국내·외 안 다닌 데가 없어. 밤낮으로 내 매니저가 날 데리고 얼마나 쏘다녔는지 몰라. 왜냐고? 어린애들이 좋아하니 어쩌겠어. 엄마·아빠들이 사진기사 빙의해서 사진찍고, 나랑 달이를 모델로 만든 기념품과 선물을 쓸어담았지.
수리·달이 인형이랑 마그넷, 배지, 키링 등등 굿즈들은 완판길만 걸었어.인기의 척도는 알지? 판매 경쟁력. 대회기간엔 수리·달이 인형 세트가 하루 1만 개 이상이 팔려서 품절되기도 했다니까?
업계에선 완전 레전드 썰이야 ㅎ. 그때 인기는 국내·외를 안가렸지. 방탄소년단(BTS) 알지? 마스코트계의 BTS정도 됐다고 보면 돼 ㅎ. 동·서양 안 가리고 먹히는 얼굴인지 나도 그 때 알았다니까~. 입이 닳도록 얘기 했듯이, 시각상징물(슬로건·엠블럼·마스코트)은 홍보마케팅의 핵심 요소야.
그 중에서 마스코트는 말 그대로 '원픽'이지 ㅎㅎ. 2년 동안 참 많이 다녔다. 우선, 나를 조형물로 만들었더라고. 전국 곳곳에 세웠지.
서울·대전·대구·제주 찍고~~. 청와대·국무총리실·서울역·용산역.... 거리로만 따지면 거의 지구 한 바퀴야 ㅋㅋ.
날 찾는 곳엔 수리달이 탈들을 보냈어.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서 조직위 직원들이 탈 안으로 대신 들어갔지. 가끔 알바 형들이 쓰긴 했지만, 노승필(현 광주시청 주무관)·이명호(광주시청 주무관) 주임이 '환상의 파트너'였지~~.
수리·달이 둘의 케미가 좋아야 보는 사람들도 즐겁거든 ㅎㅎ. 그러다 보니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많아.
대통령, 국무총리와도 사진을 찍었어. 근데 앞이 보여야 말이지 ㅜㅜ(이건 비밀인데, 탈인형 입이 사실은 눈이었거든, 이걸 쓰는 사람한테 ㅎㅎ). '건방진 달이'란 별명도 그 때 생겼지 ㅋㅋ. 한 여름엔 말도 마. 땀을 비오듯이 흘렸으니. 진짜 몇 ㎏ 씩 빠졌어. 쥬비스(=다이어트 프로그램)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였지.
◆못다한 이야기
광주를 상징, 혹은 대표하는 동물은 뭘까?. 언뜻 떠오르는 동물은 없었다. 해태타이거즈의 호랑이들? 호랑이와 광주는 무슨 관계인가. 물과도 안 맞았다. 야구 외엔 지역과 무관했다. 물방울도 마찬가지. 광주의 대표성.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차별화 포인트가 없었다. '물이야 사람 사는 곳 어디에도 있으니…'. 고민이었다. 원앙도 좀…. 감정의 공유. 동양적, 사랑의 상징이라고 하지만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여전히 뭔가 부족했다.
지역과 연결고리가 중요했다. 랜드마크인 무등산과 영산강, 광주와 수영대회, 물과 생명…. 수달은 주요 키워드들의 연결고리였다.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무등산의 깃대종(대표 동물). 되살아 난 영산강에 돌아온 수달. 광주에 '삶의 생명과 환경의 도시'란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다.
슬로건의 '물결', 엠블럼의 상징에 담긴 무등산의 '품결', 영산강의 '숨결'과도 맞춤이었다. 수달이 목격되는 대표적 대도시 하천이 광주천. 밤에 수영하는 모습이 드물게 포착됐다. 수달의 건강은 인간의 삶과 직결된다.
삶은 자연과 공존하며 조화를 이뤘을 때 풍요로워진다. 수달이 사는 광주천은 도시 건강의 척도다. 무등산~광주천~영산강의 수질이 개선되면 수달의 활동영역도 넓어질 수 있다. 도시인의 삶도 더욱 풍요로워 진다. 오늘도 수달에게서 한 수 배운다. 유지호기자 hwaon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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